“하하하하하하하—!”


어디선가 수상한 기운을 내며 들려오는 의문의 괴상한 웃음소리. 아마도 이건 자신이 처음으로 도전한 러브코미디 단편소설 『무뚝뚝한 왕자님, 호감도 100%!』의 반응이 좋자, 자기 혼자 뿌듯한 나머지 자신감마저 급격히 높아진 ‘절대신 ???’이 홀로 큰소리를 지르며 웃고있는 것 같았다. 만약 누군가 보면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할정도로 말이다. 아무도 없는곳 혼자서 고립돼 웃고있던 절대신 ???은 내고있던 웃음소릴 멈추더니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기념으로 기존에 쓰고있던 작품을 갖고 한번 콜라보레이션 시켜볼까? 두 소설(세계)을 이어주면 분명 기존 작품에도 눈길을 조금이라도 가져주지 않을까? 그러면 수입이 더욱 짱짱해질지도 모르잖아. 하물며 난 단숨에 인기몰이해서 최고의 소설가가 되있을지도 몰라! (김칫국) 물론 서브컬쳐계가 그리 인기는 없지만, 뭐 어때? 내가 한다고 하면 그만이지. 당장 해보자고!”


무언가 엄청난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감도는 가운데 한편.



•••

『노레벨 원스타트』의 ‘절대적인(絕對的人)’ 세계관 속, 생긴지 얼마 안된 신세계에서 유유히 시간을 보내고있던 이민 일행은...



- ”어이, 이민. 또 잡으러 가려고 그러냐? 그냥 네가 진 말도안되는 내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 뭔소리야, 혜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건 싫어. 그리고 한번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지. [NLOS 12화 기점 이후]


- “그건 네가 리내를 말리지도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멋대로 정해버린거 아니였냐? 그러면서 너무 멋있는 척 하는거 아니야? ㅋ”


- (뜨끔) 어...어쨌든! 난 숲에 갔다올테니까 상점 구경한다고 간 리내하고 제나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 이민. 그때 그린비가 제안한 내기를 지키기위해 오늘도 소마(=슬라임)를 잡으러 나선다. 물론 하나 잡는데도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내가 정한 것이니 누구에게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지금...아니다. 왠 핑계를. 그냥 잠자코 가기나 하자.



- “야, 난 네 수호령! 즉 너한테 딱 달라붙어 좋은 길로 이끄는 역할이란 말이다!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원래 네가 말한대로 여행이나 떠날 준비나 하자. 응?”


- 아무것도 안들려. 아아, 유령이라도 지나간건가.


- “어휴, 저 꼰대. 누가 용사 아니랄까봐. 제 앞에다가 무언가라도 생겨서 가로막았으면 좋겠....”



휘이이잉—!



그러자 그 말에 복선이라도 걸린듯 우.연.히! 앞에 거대한 시공의 틈이 이민의 바로 앞에 벌어져 이민이 말하면서 걷던중에 생긴거라 바로 인식도 하지못한채 미쳐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 이민과 그에 휘말리는 수호령 혜움!



“뭐, 뭐야 이건...저절로 빨려들어간...!”



그리고 대사를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한채 시공의 틈속으로 빨려들어가고만 이민. 대체 누가 일으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이미 정해져있던 미래? 물론 답은 신만이 안단 사실만 가슴에 품은채, 용사는 어느덧 다시 열린 차원의 틈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떨어졌고 그의 눈앞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었고 것이었던 것이었다.





<무뚝뚝한 왕자님, 호감도 100%!> 





“윽····! 아파라.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갑자기 이상한 틈속으로 빨려들어가선 그다음은···.”


나 이민. 영문도 모른채 무언가로 빨려들어가 갑작스럽게 어딘가로 떨어졌다는 정도만 지레짐작 할수있었다. 순식간에 일이라서 상황파악이 빨리 되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풀밭? 아니다. 뒤에 나무 한그루에 기대어 있었고 무슨 화단 같은곳에 떨어진 것 같았다. 옆에 정원사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무를 손질하다말고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약간 머쓱해져서 얼른 앉아있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나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그리고 빠져나오면서 앞을 살펴보는데···.


“근데 여긴 대체 어디야??”


눈에 들어온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건물, 그리고 보이는 간판에는····· 에? 늘품고등학교? 왜 학교가 앞에 있는거지? 여기는 내가 있었던 신세계가 아닌거야? 설마 나,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온건가? 아니야, 그렇다쳐도 여긴 완전 처음 보는 곳인데. 내가 살던 동네도 아닌것같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주변에 걸어오고있는 학생들이 내가 이러고 있는 모습에 모두들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아마도 등교시간인 모양인 것 같은데, 나혼자 왜이리 뻘쭘하게 있는것 같지. 하필이면 옆에 같이 있어야 할 혜움도 온데간데 보이지 않는다. 대박 뻘쭘한 상황, 대체 난 뭘하면 되는거야;;?


“야, 얘들아! 지금 왕자님이 타고오신 차량이 막 도착했어! 봐봐!”

“오올! 진짜네! 정말 왕자님께서 타고계신 마차잖아.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ㅠㅠ”

“오옷—! 왕자님께서 차에서 내리셨다! 꺅! 왕자님~!!!”



우르르르



그 함성과 함께 뒤이어 내 뒤에서부터 뛰어오는 여자애들. 근데 왕자님? 이 시대에는 왕자님이 있는건가? 그 생각을 잠시동안 하던 찰나, 뒤에 달려오고 있던 여학생들은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바로 제치고는 앞에 보이는 차량에서 막 내린 한 남학생에게로 모두가 일제히 돌진한다. 뭐...뭐지. 내가 잘못본건가? 저 남학생 주위로 다른 남학생들도 가세해 수십명에 학생들이 모여들어선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로 들어가려는 남학생의 발걸음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


“왕자님! 저희랑 나중에 새로생긴 레스토랑에 같이가면 안될까요?”

“맞아요! 거기서 지금 신장개업으로 단체로 가면 할인도 해준데요. 그러니까...”

“어이, 왕자! 우리랑 같이 소개팅 안갈래? 인원이 딸리는 것 보단 네가 있으면 여자도 쉽게 꼬실수 있어서 말이야. 특별히 좋은 애들로 뽑아서 한번쯤은...”

“왕자님, 오늘도 용모가 끝내주시네요~! 꺅~! 넘나 잘생겼어~!”


“너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라. 나 말고도 딴사람에게 민폐라고. 알겠어?”


“옛!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왕자님!”


그렇게 소란스러운 무리들은 어느새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내가 서있는곳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대체 뭐가 지나간거야.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는건 똑같았다. 어쨌든 왕자든 왕이든 난 어서 다시 돌아갈 방법이나 찾아야겠어——


“어이, 학생. 얼른 학교에 안들어가고 뭐하나? 빨리 안들어가면 지각일세.”


그리고 내 뒤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짓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나랑 처음에 마주쳤던 정원사 아저씨였다. 정원사 아저씨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다음 말을 이어나가셨다.


“호— 얼굴을 보아하니 처음보는 학생인데, 혹시 지각할까봐 담장 넘어로 뛰어들어온 전학생인겐가? 이 학교에 이렇게 들어오는 애는 아직 한명밖에 못봤는데 말이야.”

“아니에요; 저는 그러니까 앞으로 걷다가 이상한 틈에 빠졌는데 그러니까 그...(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주지;?)”

“오, 경비아저씨 안녕하세요! (탁) 근데 지각이라서 그러니까 나중에 제대로 인사 올릴게요~!”

“소서희 학생! 그렇게 담장으로 넘어서 들어오지 말라니까 그러네. 하여튼 당찬 여학생이구만. 자네도 어여 들어가세. 첫날에 미운털 꽂히지 말고.”

“잠깐만요;; 저 여기 학생이 아니에요. 저기 잠시만—”


나는 학교 경비아저씨에게 떠밀린 바람에 얼떨결에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1층 계단을 오르면서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정확히 인식도 못한채 계단을 하염없이 올라간다. 대체 무얼위해 오르고 있는것인지. 그런데 그때, 계단 뒤쪽으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내 팔목을 낚아채고는 영문을 모른채 어느 한 반에 들어서게 됐다.


“자, 오늘 우리반으로 오게된 전학생, 이민이라고 해요.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세요.”

“예?”


뭡니까, 밑고 끝도 없는 이 전개방식은. 전 학교 다닐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는데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보니 책상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애서 모르게 쭈뼛쭈뼛 서있게 돼버렸다. 막 이 세계로 떨어져서 적응도 못한 나에게 갑자기 전학생 취급이라니. 분명 무언가가 잘못된게 확실하다. 그렇지않고서야 모르는 사람한테 이끌려서 이 자리에 서있을리가 없···


“뭐하시나요, 이민학생? 저기 남는 자리에 얼른 앉으시지 않고?”

“예예?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창가쪽 바로 옆분단에 놓여있는 맨 뒷자리로 가서 머리가 아프다못해 멍한 상태로 자리에 풀썩 앉았다. 나보고 이 상황을 바로 받아들이라는거야, 뭐야. 이때, 난 앞자리에서 키득키득거리는 소리에 바로 눈을 돌려 살펴봤다. 한 여자애가 누군가를 바라보며 웃고있었고 또한 주변에 보이는 여자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뭘보고 저리 웃고있는거지? 그리고 모두가 보고있는 쪽을 보니·····

아까 전, 차에 내린 것 만으로도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준 그 남학생이였다. 내 대각선 가까운 주변에 앉아있는 그 남학생은 그런 분위기속에서도 혼자 아랑곳하지 않게 한손에 자그만한 책을 잡고 읽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마 저걸보고 수근대는 건가? 흐음····· 


••••••


“그리고 이 시에는 두가지 표현법이 나타나있는데 그건···.”


자초지종 이 학교에 들어와서 무려 3교시가 될때까지 수업을 듣고있었다. 갑자기 떨어져서 한순간에 전학 처리되고 이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니. 그러고보니 어디서 얻은 책인지도 모르고 펴놓은 상태로 모르는사이 공부하는 나자신을 발견했다. 왠지 이런 광경, 어디서 본듯한데···· 누구한테 불려와서 이세계라는 곳에 떨어져서는 용사로서 싸우고 있었던···. 잠만 그러보니 그때 혜움을 처음 만났을땐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흠·····.



*******(뭉게뭉게)*******


- 여기서 처음 알게된 여러사실들 중에서 한가지, 알아둬도 나쁘지 않은 팁을 전수해두도록 하지.


- 여기가 소설 속 세계였다는 것 만으로도 머리속이 정리도 안되는데 여기서 뭘 더 말하려고요?



난 혜움을 만난후부터 이 세계에 대해 여러가지를 듣게 됐다. 처음엔 그저 사이비종교 집단에 신규 세뇌방식인가 하곤 했는데, 우주 끝에서부터 다가오는 어둠을 바라보고나선 그생각이 약간이나마 바뀌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머리는 복잡하기만 했다. 절대신이 쓰고있는 소설에서 살고있다는 사실이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으니까. 이제와서 또 무슨 엄청난 얘기를 꺼내려고···.



- 절대신님이 좋아하는 것인지, 취미이신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 ? 모르지만?


- 절대신께서 다른 우주 세계관, 그러니까 다른소설을 쓰고난후 반응이 좋으면 멋대로 두 세계를 엮어놓으시려는 경향이 좀 있으시거든. 유식한 말로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해야할까나.


- 그건 또 무슨말····? 다른 세계관····?


- 이민, 여기서부터 잘들어.(덥썩) 만에하나 네가 갑자기 어딘가로 그것도, 내가 설명해주지 않은 곳에 갑자기 떨어지게되면 절대 당황하지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해. 안그러면 우리가 이 세계를 인식하고 있단걸 발각될 땐 어떻게 될지는 잘.알.거.야.



“무조건 자연스럽게 행동해. 또한 거기서 빨리 떠나고싶으면 그 세계의 주인공을 찾아봐. 그러면 반드시—“


***********


“거기 새로 온 전학생이라고 했나? ㅇ? 저기, 전학생?”

“·····에? (정신번쩍) 저, 부르셨어요?”


어라? 나도 모르는 사이 깜빡 졸았나? 침은 안나와있으니 깊게 잠든건 아니여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칠판에 적힌걸 보니까 현재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는지 전혀 모르는데. 혹시 무언가 질문해보려는 건가? 그냥 존 것만 지적하는거였으면 좋겠다. 제발...!


“여기 이 시에서 나타내고 있는 두가지 사자성어 중에 ‘가화어인’이 나타내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물론 바로 대답할수있겠지?”

“가··· 가화어인이요? (처음 들어보는건데;)”


망했다. 처음 듣는 사자성어인데 뭐라고 답해야하지? 아무거나 찍을 그런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모른다고 답하면 안될 분위기인 것 같고, 그렇다고 맘대로 뜻을 해석했다간 도리어 악화시킬 것 같은데, 어떡하지;; 옆에 혜움이 있더라면 귀띔이라도 해줬을텐데, 아니 애초에 왜 공부를 하고있는거야??


“선생님, 가화어인은 ‘남에게 책임을 전과하다’는 뜻인데, 현재 선생님께선 동격인 ‘가화오인’의 어조사를 잘못보시고 말씀하신 것 같으신데. 맞나요?”

“앗! 그렇군요. 밑에 해설이 오역이 나있었네요. 역시 왕자··· 아니 우수한 학생이 잘 말해줬군요. 이민학생, 죄송합니다.”

“(수근수근) 와··· 한자로 빼곡히 띄어쓰기도 안되어있는 처음보는 한문시인데도 바로 알아보셨나봐····!”

“(수근수근) 왕자님, 오늘도 혼자 빛나셔. 지적이셔라.”


그리고 그렇게 모두에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온갖 칭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난 확실히 알수있었다. 왕자님, 아니 저 ‘우수한’이라는 남학생이 이 세계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수있었다. 혼자 독보적이고, 인기도 많은데다가,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이제 목적은 확실히 정해졌다. 아마 절대신이 원하는건 저 아이와 같이 대화를 나눠보라는 건가. 좋았어. 한번 부딪혀보는거야!


(몇분후, 쉬는시간)


어떡하지, 도저히 말걸 기회가 보이지않아. 주위에 애들로 둘러싸여있어서 말을 걸 기회조차 보이지도 않고, 또 다른반 애들까지 들어와 합류해가지고, 더욱더 안을 비집고 들어갈수도 없는 상황. 이래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하라는건지,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거야! 아무리 나라도 저 많은 학생들을 헤치며 지나갈순 없다고, 누구라도 저많은 학생을 비키고 지나갈 수 있겠냐····.


“야, 왕자—!!!”


그런 상황에서 반 안으로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고함소리는 놀랍게도, 북적거렸던 학생 무리들을 전부 갈라놓는 기적을 선보였다. 뭐지? 하고 난 소리가 들린쪽을 바라봤더니, 어? 전에 담장으로 뛰어들어온 그 여학생이잖아? 도대체 쟨 어떤 애길래 모두를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든거지?


“설마 너,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네가 나에게 준 모독과 상처, 그리고 뒤통수 친 것까지!”

“하....그래서 남의 교실에서까지 와서 따질려고 드는거냐?”

“됐고! 당장나와! 좋은 말로 할때, 듣는게 심상에 좋을거야. 응? (뿌득)”


꽤나 당돌하다 못해 큰일을 저지를 것 같은 저 여학생은 (아마도 소서희라고 했던것같던데) 나도 모르게 그 현장에 빠져드는 듯 했다. 왠지 모르게 리내의 모습이 약간씩 들춰보이는 듯···· 앗! 정신차려! 난 어서 이 세계에서 빨리 나가고싶다고. 이곳에 빠져버리면 어떡하자는 거냐, 나는;;!


“그래 할수없지. 내가 전에 거절한 그 고백편지, 아직도 갖고있지? 그거 이리줘봐.”

“(일동 당황) 에에에에엨?!!! 왕자님?!!!”

“뭐···뭐? 펴··· 편지? 그거라면 아직 갖고있는데. -주머니를 뒤적이며- 자, 여기···요.”


그말을 들은 여학생은 볼 양쪽이 홍조를 띈 상태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약간 구겨진 편지봉투를 남학생에게 건네주곤 급 얌전해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학생들 전부는 입을 틀어막곤 놀란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둘사이에 뭐 안될거라도 있었나보다. 처음보는 나로선 어리둥절했고 그러면서 괜히 나도 긴장했다. 그리고 남학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문턱까지 걸어가곤 약간 고개를 돌리고 편지를 한손으로 가볍게 치켜든채 말 한마디를 내뱉는다.


“더이상 내 교실이나, 밖, 그 이외의 장소에서 나를 건드리거나 귀찮게할시, 이 편지, 읽어보기도 전에 그자리에서 바로 찢어버릴거다.”

“!!! 뭐라고?!!”

“기회는 단 한번뿐이야. 내가 마음을 다잡을때까진 나와 정녕 사귀고 싶다면 잘 판단해보고 행동하는게 좋을거야, 알겠어?”


그러곤 유유히 교실밖으로 빠져나가는 남학생과 그리고 그말을 다들은 여학생은 어버버한 표정인 상태로 그대로 굳어있었다. 마치 따라가야겠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모습. 단숨에 상황정리가 됐네. 어쨌든 남학생이 혼자 나갔으니....(!) 그럼, 지금이 말을 걸수있는 기회인가? 난 그의 뒷꽁무니를 쫓아 서둘러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남학생 주위로 또 모여들려는 학생들, 이젠 진짜 기회가 없어. 그대로 돌진해서라도 어떻게든 말을····!



콰당!



너무 주변을 보지못하고 뛰어갔나? 어쩌다 그만 복도에서 혼자 미끄러 넘어져버렸다. 그리고 아까 들린 소리와 같이 보내오는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서 부터 느껴지는 듯 했다. 말을 걸긴 커녕 쪽팔린 광경만 연출하고 있네. 아, 진짜 말을 걸수있기는 한거야ㅜㅜ


“야, 전학생. 그러니까 이민이라고 했나? 괜찮아?”

“으윽! 아, 고마워. 나혼자 일어날 수 있—(!)“


그러고 넘어진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왕자님이 손을 내밀어 넘어진 날 일으켜 주려고했다. 그 모습에 난 왜 이 남학생을 왕자님이라고 부르는지 알겠어. 무심하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태도에 반해서 그랬던건가. 그럴만도 하겠네·····. 자, 잠만 내가 무슨 상상을;; 지금 이럴때가 아니라고! 하마터면 저 모습에 넘어갈뻔했어. 얼른 이 세계에서 나가려면 이 아이와 대화를 나눠야만 해!


“아, 그럼 괜찮나보네. ㅇ? 왜? 뭘그리 뻔히 쳐다보냐?”

“아, 미안! 그게 말이지, 네게 할말이 있어!”

“·····뭔 할말?”

“그게 그러니까—(근데 얘한테 주인공이라 말하면 안되지 참;) 그럼 뭔얘기를··· 아니, 그러니까·····!”

“(얘 왜저래?) 전학생, 너 괜찮은거 맞아?”

“그—그러니까——그—”


근데 뭘 얘기하면 되는거지? 말할 기회만 엿보느라 정작 어떤말을 꺼낼지 미리 생각을 못해놨네. 날씨가 맑네하고 물어보면 할말 없어서 하는 질문이라 생각할거고 잘생겼네 하면 너무 당연한 대답일지도 모르겠고 이럴땐 대체 어떤말을 건네야 좋은거야;;



우우웅—! 우우웅——!



그때였다. 내 옆에 차고있던 단검이 갑자기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이건 분명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을때 위험을 알리려고 내게만 들리는 진동소리이다. 근데 울린다는건 이 세계에도 그런게 있다는 얘기? 여기 분명 현세일텐데? 몬스터 같은게 있을리가 없잖아. 도대체 뭐지?


“(쟨 왜 사람을 붙잡고 말을 안해) 야, 할말없으면 나 간ㄷ—”



번쩍



그때였다. 우수한의 뒷편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빛나더니, 의식의 저편에 살기가 확 느껴져 순간 반응해 차고있던 단검의 손잡이를 잡아 힘차게 뽑았···.



퍽!



내가 힘차게 뽑으려고 하기도 전에 우수한이 팔을 반쯤 걷어올렸고, 뒤에 있던 물체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아이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맞춰 수한은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 나서 말을 꺼낸다.


“아야야야···.”

“야, 너. 앞으로 내 주위에 얼씬도 거리지말라고 그렇게 경고했을텐데, 사이코패스.”

“그보다 어떻게 여자애를 팔로 칠수있어요? 마이프린스. 이걸로 진짜 사람을 때린 횟수 1회에요.”

“무슨? 네가 인간이던가? 온갖 갖은걸로 협박하려 들던 범죄자가, 넌 이미 사람이 아니지. 제대로 말해.”

“흑, 그래도 최초로 때리신 건 오직 저뿐이네요. 아핫♥ 이걸로 왕자님께 사랑의 훈장을 처음 새긴 여자가 됐어! 리애, 너무 기뻐요. (씨익)”

“(맞고도 웃고있어; 저 여자앤 대체····)”

“인간같지도 않는 잡소리, 그만 지껄이고 당장 꺼져라. 네 낯짝 보고싶지도 않으니까.”

“이건 무효에요! 쟤 방금전에 허리에 차고있는 칼을 꺼내 들어서 왕자님을 공격하려 했단 말이에요!”

“(그···그건 살기가 느껴져서 모르고 그만;)”

“넌 눈이 장식이냐? 쟤가 차고있는건 딱봐도 장난검 검이잖아. 그리고 너 들고있는거 뭐냐. 누굴 죽이려고.”

“(자···장난감····;; 이 세계에선 그렇게 보이는구나;)

“이건 그냥 평범한 주머니칼이에요! 왕자님께서 스턴건은 안된다 하셔서 바꿨어요. 저 잘했죠? 칭찬 한번만····.”

“하아····. (그냥 무시하자)”


그리고 우수한은 한숨을 한번 더 내시고는 다시 돌아가서 소서희가 이미 떠난 자기반에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간다. 이번에는 이 여자애하고도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하여튼 나도 다시 반으로 들어가야겠···.


“저기요. 이민이라고 했나요?”

“ -깜짝 놀라며- 예옛! (이 아이, 아직도 안갔어?)”

“아···. 이름이 쉬워서 겨우 외웠네. 근데 왕자님하고 아는사이세요?”

“왕자님··· 아! 아니요. 그냥 막 전학와서 그정도까지는.”

“그럼···.”


“앞으로 왕자님이랑 서로 아는척하지 말아줄래요? 한번만 더 눈에 띄었다간 아까전처럼 아쉽게 끝나진 않을거에요. 알아쳐먹었나요? (섬뜩)”


그러곤 할말이 다끝났는지 나를 지나치고 수한이 들어간 반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순순히 자기 갈길을 간다. 저 은발머리 여자애, 왜 이리 무섭지; 나도 모르는사이 순간 쫄아있었다. 여자아이한테 협박 당하는건 리내이후로 거의 처음이야. ㅎㄷㄷ 어쨌든 나도 내 반으로 들어가야겠다.


••••••


딩동댕—동—♬


그리고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오랜만에 들려오는 다른 종소리. 아마도 이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인가? 이 학교는 다른 학교들보다 훨씬 밥을 늦게 먹는듯, 앞에 시간표에 12교시까지 써있는걸 보면 말이다. 주변을 보니 모든 애들은 수업의 위엄에 지쳐버렸는지 전부 전멸해 있었다. 깨있는건 나를 포함한 몇명 안됐다. 그리고 한사람 더 내 바로 대각선 쪽에 앉아있는 남학생 우수한. 그는 수업시간에 들은걸 정리라도 하고있는듯 사각사각 글을 쓰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애들과 다르긴 한모양. 이참에 말을 걸어볼까?


“저기····!”

“······”


다른애들 깨면 안될것같아 앉은 자리에서 조용한듯 크게 목소리를 내어 불러선지 반응이 없는 것 같았다. 좀만 더 소리를 내볼까?


“저기!”

“·······.”


고개를 움직이는걸 보면 반응은 한 것 같은데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무시당한거야?! 역시 만만치 않다는건 볼때부터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무시라니. 그래도 안전하게 내 세계로 가기위해선,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겠지


“저—그러니까····.”


“수한아.”


그러자 무시하던 그 뒷모습이 한순간에 놀란듯, 한껏 들썩이더니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린다. 내가 뭐라도 제대로 말할건가. 그보다 어서 말을 꺼내야 돼. 절대 어색하지 않게!


“같이 점심, 먹으러 가지않을래?”

“·····. (휙)”

“(연속으로 무시당했다! 내가 뭘 잘못말한거지?!)”

“저, 수한아. 아까 못했던 말을 하려 그러는데, 그래! 옥상, 옥상에서 말하면 안될까? 네가 오해하는 그런게 아니야. 그니까···. (이것도 아닌 것 같아)”


그러자 우수한은 귀찮다는 듯이 날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선 나를——끌고는 옥상으로 바로 데려가 줬다. 예상보다 엄청 쿨하게(?) 도착했다. 남은건 준비한 대사진행! 그러니깐.


“나, 이 학교 처음인데 안내를 좀 부탁ㅎ····.”

“너, 왜 자꾸 나한테 말거냐?”

“어?? 아니, 그러니까 너랑 친하게 지내고싶어서—”

“너도 어차피 똑같겠군. 미안, 난 혼자가 편하다. 전학생, 앞으로 친한척 굴지마라. 간다. (휙)”

“무····뭐? 아니 자···· 잠만 나 말 다 안했어; (뭐저리 무뚝뚝해!)”


“야—! 와아아아앙자——!”


그렇게 곤란해진 상황속에서도 뜬금없이 옥상 문을 열고 나타난 여학생, 소서희. 응? 쟤 벌써 3번째 등장하는거 아니야? 우수한 곁에는 아까 협박한 걔까지 합쳐서 주연이 2명뿐인건가? 아무데나 등장하는게 꼭 무슨 남주한테 GPS라도 붙인듯···.


“너, 왜 왔냐? 편지 찢기는 꼴 보고싶어서? 그렇게 원한다면 가방에 있으니까 갖고와.

직접”

“왕자, 진짜 나한테 거짓말친거야? 편지를 빌미로 날 떨어뜨리게 해놓고 나중에 나 몰래위원회에 신고해서 강제전학 시키려고!!! (부글부글)”

“ㅇ? 혼자 소설쓰냐?”

“맞자나! 어떤 은발머리 여자애한테 다 들었어!!! 내가 바보라고 그렇게 무시한거였어? 진작 말해주지, 괜히 그것도 모르고 딴것(?)만!”

“(이제 안거냐, 진짜 호구맞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꾹꾹 참아왔는데, 더이상은 안되겠어. 여기서 당장 담판을 짓자! 각오해라!!!!”


그리고 달려오면서 주먹을 불끈쥐고 다리를 세차게 가하면서 수한이 있는 쪽으로 냅다 돌격한다. 갑자기 무슨 액션 장르로 바뀌어버렸어! 그런데 공격 당할 상대는 오히려 피하지않고 가만히 있어. 진짜 싸우려고 하는거야? 우째서 이런 극전개로 연결되는!!



쿠당!



그때, 하늘에서 왠 무지개가 떠 있더— 그게 아니라 팬ㅌ— 가 냅다 달려오던 여학생에게로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러곤 바로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예상치 못한 전개. 그런데 잠만, 저기 위에서 떨어진 팬—이 아니라 떨어진 저 애는 혹시···.


“리내???”

“으윽·····! 뭐야, 갑자기 이상한 틈새로 빨려들어가더니 그다음은····· 어라, 이민?”

“(무지개 팬티····?) 뭐야, 저 애 너랑 아는사이야?”

“어? 어! 내 동ㄹ—친구야! 갑자기 요란스러운 속옷이 보여서 미처 몰랐지만...읍!! (입막)”

“어이, 변태용사 너 혹시 봐.버.렸.니. ?”

“아니;; 이건 어쩔수없었어. 그냥 불가피한 구도였다고····.”

“어라? 부정안하네? 진짜 봐버렸냐?!!!! 이 인간말종쓰레기폐기물저질음란마귀변태용사!!!!”

“끄아아악!”


우째서 목표물이 옆의 남학생에서 나로 정해진건지 정말 모르겠다. 리내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그후는 더욱 모르겠다.


“으응? (서희둥절)”


••••••


(점심시간은 그렇게 끝나고····)


“오늘 예정보다 늦게 같이오게 된 우리반 마지막 전학생, 미리내에요.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세요.”

“에?”


리내의 저 첫대사, 이해간다. 갑자기 떨어져서 전학왔다고 끼워맞추는 저 방식, 아마 이 세계를 통달하는 절대신이란 놈은 엄청난 게으름뱅이인게 확실했다. 아니면 갑작스레 틈으로 떨어트려놓고는 한치의 부가설명조차 없이 전학왔다고 끝내는 저 기적의 논리법, 모든 다른세계의 인물들을 전학왔다는 그 한마디로 끝낼 것 이란걸 여기와서 정말 쓸데없는것만 알아간다.


그리고 여차여차 어느덧 체육시간이 다가왔다.


“모두들! 내 눈앞에서 빠지려는 놈들이 있거나, 쉴려는 놈들은 명문고 체육선생으로서, 절대 용납못한다! 알았나!”

“옙! 저 체육선생은 너무 까칠해 (투덜투덜)”

“뭐라고 중얼거려! 음? -나를 바라보며- 어이, 너희 둘 전학생이냐? 그꼴이 뭐냐? 체육복이 아니잖아!”

“예에?”


그러고보니 나하고 리내는 체육복이 아니었다. 물론 여기는 정해진 체육복은 없는듯 했으나, 어찌됐든 전부 체육복인데 우리만·····. 잠만 리내, 쟤 언제부터 교복착용을 하고있었지? 난 완전 날아올때 옷 그대로인데, 리내만 어째서???


“전 갖고왔어요! 상점···아니아니 옷매장에서 사놓은게 있거든요.”

[우연히 제나와 리내는 상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고 도중에 떨어지게 된 것]

“(나 없을때 그러고들 있었냐?!)”

“어이, 변태용— 아니 이민. 너한테도 줄려고 산 기능복이 있긴한데, 물론! 널 위했던건 아니고 어쩌다보니···흠흠///. 선생님, 이민 체육복 가지러 갔다왔도 될까요?”

“흐음— 뭐 좋다. 처음 온 학생이니 교사로서 실수는 한번정돈 봐준다! 그이상은 없어! 자, 얼른 갖고오너라!”


그렇게 나는 리내가 몰래 사서갖고온 체육복(?)을 얼른 가지러 층계를 걸어서 올라가 복도길을 빠른걸음으로 옮겼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면서 복도의 난 창을 통해 밖을보니 어느새 리내는 학생들과 모여 던지며 피구를 하는 것 같았다. 거기서 들려오는 즐거운 소리때문에 리내는 벌써 이 세계에 적응했구나 하는 사실에 잠시나마 불안했던 내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반에 도달해있었다. 그리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라?


“우수한····?”


모두가 나간 텅빈 교실 안에서 창가를 바라보며 밖에있는 풍경을 바라보고있는 홀로 남겨진 왕자··· 아니 우수한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체육시간에도 없었던 것 같았다. 너무 리내에게 혹시 실수는 하지않는지 신경쓰느라 있었는지도 모르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혼자 반에 남아서 이러고 있는거지? 물어볼까하는 찰나, 수한은 뒤에 인기척이라도 뒤늦게나마 느꼈는지 약간 움찔한듯 어깨를 털더니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준다. 그리고 내게 툭 말을 건넨다.


“.....너, 체육시간에 여긴 어떻게?”

“어어? 나말이지. 선생님이 체육복을 가지고 오라고해서 반에 들어온건데. 근데, 넌 체육하러 안나가도 돼?”

“....어”


그리고 할말을 벌써 끝냈는지 응 한마디만 남기고는 고개를 돌려 바깥의 광경을 다시 바라본다. 진짜 이 애, 자기 하고싶은말만 하고는 무시하는구나. 왠지 저아이 주변에는 다가오는 사람이 많은데 계속보고 느낀거지만 사람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듯 했다. 아마 사람 만나는걸 싫어하는 것 같기도. 어쩌면 저렇게


“외톨이처럼 혼자 있는걸지도.”

“(!) 야, 지금 나한테 뭐라고 그랬냐?”

“어?”


아뿔싸, 속에있던 말이 나도 모르게 그만 입에서 툭 튀어나와버렸다. 내가 내뱉은 말의 사실여부를 따진다는걸 떠나서 그보단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부터 안좋아지는게 당연한건데. 이를 어떻게 수습하지;;?


“아니, 그게 네가 반에 혼자있는걸 처음봐서 ㅎㅎ; 넌 언제나 많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게 신기해서 그래서—“

“막 전학 온 네가 나에 대해 얼마나 잘안다고 그딴 말을 함부로 지껄여?”

“.....저 그러니까.”

“나, 어디 아파서 체육시간에 자주 빠지는 것 뿐이니까 허튼 주작부리지마. 그리고 너 너무 눈엣가시 같거든?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보기싫으니까.”


그렇게 딱 잘라말하는 그 목소리는 마치 안에서 정말 화난듯, 저 아이의 아픈 무언가를 잘못 건드린듯 했다. 날보며 얘기한 공격적이던 말투 하나하나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얼굴에서 함께 묻어나 있었다는건 변함없었다. 그러고보면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으면서 한번도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마치 원해서 생긴 인기가 아닌, 원치않은 주목에서 시달리는듯 했던 모습이었다. 남이 볼 때는 부러워 할 모습일지라도 실은 묻혀 보이지않았던 자신만의 고민을 홀로 짊어진거 처럼 말이다. 언뜻 안됐다는 감정마저 느껴졌다.


“미안,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다가와서.”

“됐고. 체육선생님한테 혼나기 싫으면 빨리 나가는게 좋을거다. 그러니 가버려.”

“이건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파서 여기있는게 아니지? 생각해봐. 만약 네가 아프다면 보건실에 있는게 당연하잖아.”

“시끄러워, 가라고.”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있는게 싫어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싶어하는 건 잘알아. 하지만 지금 네모습이 마치—“


“뭘 안다고 자꾸 지껄여. 내 일에 관심 끄라고!”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잖아! 지금도 나를 의심하고 있어. 그러고는 네 멋대로 사람을 정하려고 하고있다고. 그저 다가오려는 사람마저 밀쳐내고 있다고!”


말하다가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가 반 이상 커지고 말았다. 그럴 자격은 없었으나 혼자 떨어지려는 사람을 못본척 하지못하겠다. 이런 강요되는 일상의 연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모습에서 결국 참지못하고 떨어지려는 아이를 바라봤다. 그렇다. 분명 창밖에 모습을 보고있던 학생은 경치를 보고있던게 아니였다. 사실은 아래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었던것. 어느 또래들이 당연히 해야하는것이 마치 높은 성에서 누군가에게 속박당해 홀로남아 밑에 자유롭게 무리지어 가는 새들을 동경하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새들을 잡으려다가 자신에 처지도 모른채 떨어지려는 모습을. 평범한 아이의 모습만을 바라보다 정작 모두에게 떨어져서 혼자 외톨이가 되려하는 왕자님이란 호칭에 숨은 가엾은 처지가 비춰보인다.


“난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않아. 네곁에 있어서 자랑스럽지도, 기쁘지도, 감격스럽지도, 놀라지도, 득이 되는 것도 없어. 그저 너랑 대화하고 싶었을뿐이야. 이것만 알아줘.”



“난 어느 또래애들처럼 그저 친구로서 네게 말을 건 것 뿐이야. 만약 그것도 싫다면 다신 말 걸지 않을게.”

“!”

“그럼 이만.”


난 교실문 쪽으로 굳은 얼굴로 띈채 서둘러 걸어갔다. 이제 됐다. 제대로 전해졌을지는 몰라도 이걸로 내가 할수있는 말은 다했다. 남은건 주인공의 결정 뿐이겠지. 너의 세계 인물도 아니지만 두고볼수만은 없었어. 그말이 전해지길 바랄게. 속으로 그 생각을 곱씹으며 교실문을 열고 남지않은 수업시간에 발을 움직여본다. 그리고 어서 가야겠ㄷ····.



콰당!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걸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지만 앞에 같이 넘어져버린 상대를 일으키는게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앞을 바라보며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세히보니 저 단발머리 여학생, 우리반에 있던 아이였다. 여학생의 외소한 몸을 보니 나와 부딪혔다 생각이 들어 슬슬 걱정이 앞섰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똑바로 걷지못하고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딴생각을 하느라 옆에 오는걸 모르고 무작정 교실문을 열고 나왔네요. 손 잡아줄게요. 자.”

“에—예옛?! 그럴 필요 없어요. 제—제가!”


난 여학생의 반대를 뿌리치고 덥썩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잘못했는데 안잡아줄순 없기도 하니까. 그렇게 일으켜세운 여학생은 나에게 화가 많이났는지 얼굴이 몹시 붉어졌다. 그러니 어서 사과해야겠어;;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위를 살피고 걸을테니 무례를 용서···.”

“저···저야말로! 근데 죄송하지만, 앞을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그게—“

“네? 제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그게 아니라— 그게 바—바지가—으///“


“찢어져 버려서— 체육하다ㄱ”

“네?!!”


난 순간 당황했다. 나 때문에 바지가 찢어졌다니! 완전 큰 일 저질렀잖아! 이를 어떡하지. 그러니 얼굴을 저렇게 붉힐만도 하지. 왜 자꾸 난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거지;; 무슨 좋은방법이라도— 아!


“저기 이 체육복, 아직 새거인데 이걸 쓰세요! 받으세요!”

“예—옛?! (왜 이런분이 실수로 찢은 바지를?) 아니에요!! 이건 저혼자에 잘못이니 그럴 필요까지는!!”

“전 상관없어요. 어차피 지금 가봤자 이미 늦었거든요. 그리고 특히”


“곤란한 분을 도와주는건 당연하니까요. (내가 일을 만들어놓고 무슨 말을!)”

“!!! 그—그럼—고—고맙—고—맙—습니—아아/// (왜 이러지, 가슴이 갑자기 엄청 두근거려 흐으!)

“저기요, 괜찮으세요!”


갑자기 휘청거리는 상대의 몸을 목격하고는 난 잽싸게 팔을 붙잡았고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그리고 문뜩 이런 생각을 했다.


“(엄청 화가 났나보다. 이를어째, 아마 뻔뻔한 내 모습에 때문에 기가차서 그런가봐;;)”

“(아아— 가슴이 계속 두근대서 말을 못하겠어. 설—설마! 나, 이 사람한테 사—사—!)”

“주은아, 그리고 전학생. 너네 교실 앞에서 뭐하냐?”


그리고 교실 밖에서 꽤나 시끄럽게 굴었는지 수한은 교실 밖으로 나와서는 못마땅한 얼굴로 우리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뜷어지게 보고있었다. 나도 주은아라고 하는 그 화난 여학생도 동시에 기립자세로 서로 모른척을 시도한다. 이 모습을 계속 보고는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눈빛으로 보내오더니 갑자기 내앞으로 다가와 말을 꺼내려 든다. 아, 연속으로 혼나는건가, 여학생에 이어 시작인가.


“저··· 이민. 그게 나한테 그냥 그··· 친구? 친구정도라면 어····(버벅) 친구정도는 괜찮···.”



꺄아악—!!!



순간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그렇게 뒤이어 계속 들리는 비명소리에 맞춰 차고있던 단검에서도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발생한 이벤트. 뭐··뭔 일이 벌어진거지? 그때 복도 끝에서 이리로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모습을 살펴보니 리내였다.


“용사! 지금 학교 옥상너머로 왠 여학생 하나가 칼을 들고 서있어!”

“뭐?!”

“빨리 구하러가야돼! 안그러면 떨어질 기세야! 어서!”

“야, 너 혹시 지금 말한 애, 은발머리에 장발인 여학생이였어?”

“어····? (그 재수없던 남학생이네) 그렇긴한데, 어떻게 알았어?”

“제길, 골치아프군. 빨리 뛰어가야겠어.”


그리고 리내와 수한을 필두로 모두가 같이 옥상으로 급하게 계단을 올라가 옥상으로 금방 도착할수있었다. 그리고 저 끝쪽에서 실제로 옥상 그것도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담벼락 위로 올라가서는 주머니 칼 같은걸 들어있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찬 단검은 아까보다 더욱 크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저 아이에게 반응이라도 한듯. 


“요··· 용사. 너 지금 보여? 저 여자애 뒤에··.”

“무슨소리야? 뒤에라니?”

“진짜 안보여?! 저 여자애 뒤쪽에—“


“검은 무언가가 붙어있다고!”


그러자 리내의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여자의 등에서 이상한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순간 눈에 보이는것을 보고 믿지못했다. 저건 내가 예전에 물리쳤던 그 검은 물체! 어떻게 이 현세계에도 존재하는거지? 설마 쟤도 틈속에서 빠져나온건가?


“하앗♥ 왕자님~! 이제 오셨네요. 많이 기다렸어요. 저 왕자님이 주신 선물에 보답하기위해서 직접 여기서 뛰어내려서 왕자님께서 원하신 제가 사라지는걸 모두들에게 보여주려고요. 헤헷♥ 그렇게 째려보시는 왕자님도 넘우 좋아♥

“하아····. 저 사이코패스 년, 정말 갈때까지 가보자는거군. 거기서 기다려라. 나중에 두고보자.”

“안돼! 가까이 위험해! 저 뒤에 검은 물체도 있다고!”

“넌 또 뭔소리야? 쟤 뒤에 뭐가 있다고?”

[이 세계 사람은 못 보는 모양이다]

“헤헤헤♥ 왕자님, 이쪽으로 오신다. 그럼, 나도 그쪽으로 가야지. (폴짝)”


그러더니 그 높은 옥상 담장을 올라간 것도 믿기지가 않은데 한번에 뛰어내려와 바닥에 간단히 착지했다. 저 아이, 인간의 힘을 초월했어. 그렇다는건 아까도 저애한테 반응한게 아닌 저 물체에 반응했던거야. 그렇담 지금 세뇌 당해서 조종당하고 있는게 틀림없어! 어서 물리쳐야해! 하지만 무턱대고 검을 휘둘렀다간 리애라는 애에게도 피해를 입힐지 몰라. 어떡하지? 그렇게 망설이고 있던 찰나, 걸어가고 있던 수한을 향해 어느새 다가선 여학생은 그를 보고 말을 내뱉는다.


“왕자님♥ 가까이서 보니 얼굴 넘우나 잘생겼어, 보는것만으로도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애~ 에헤헤헤~♥

“너, 정말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전에는 마이프린스 어쩌고 거리더니 이번에는 왕자리고? 하.... 정말 답없다, 너.”

“에헤헤헤, 벌써 눈치깠어? 맞아, 나 이 아이가 아니야. 근데 너, 얘한테 심하게 굴기는 했나봐. 이렇게 쉽게 잠식시킬줄이야. 에헤헷!”

“닥쳐라, 칼들고 말하니까 진짜 정신병동 탈출한 애 같거든. 다치기 싫으면 얼른.”

“위험해요! 왕자님—!!!”

“괜찮아. 나 네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강하걸랑. 여기서 얀데레라면 무슨대사를 치고 공격을 가하더라? 그래, 역시 그거지. (씨익)”



“왕자님의 피가 쟤 몸에 흐를수있도록 왕자님과 하나가 되고싶어요. 그니까 당장 왕자님의 심장을 저에게로, 갈라버렷~♥



그리고 난 그 모습에 놀라 당장 그쪽으로 재빨리 몸을 틀어 뛰어갔다. 가까이 다가갔을때는 너무 늦은건가. 이미 그 검은 물체는 왕자에게로 단숨에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끝에는 정적이 흐른다. 설마 이렇게 구하지도 못하고 끝나는거야. 아··· 안돼!!!!



쨍그랑



“뭐, 뭐야? 어— 어떻게 내가 먼저 빠르게!”

“하, 그래. 진짜 찌르려고 할줄이야. 예상도 못했네. 다행히 손 동작이 느려서 따라잡을 수 있었네. 뭐, 당연한거지만.”

“아니— 절대 그럴수가 없어! 어떻게!!! 당장 그 칼 내노....”



파직!



그때인가, 내 눈에서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왕자가 발로 쳐서 상대방에 칼을 바닥에 떨어트리게 만들고 이어서 발 한방으로 내리찍은 것만으로 칼이 완전히 두 동강이 났다. 그때 알았다. 우수한은 괜히 이 살벌한 분위기에서 아무렇지도 않은척한게 아니라


정말로 두려워하지 않은거 였다!


“야, 이제 내가 이 칼을 부쉈으니 다음은 뭘 할 것 같아?”

“(검을 부러뜨렸어?! 그··· 그래도 상관없다. 나에게 이 아이가 갖고온 무기가 남아있으니까!) 어쩌라고? 난 전혀 당황하지 않았는—“

“이제 네쪽이 당할 차례지. 여자라고 봐줄것같아? (우드득 우드득)”



“자 각오해두는게 좋아. (살기)”

“흐이잇—!”



이때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여학생 뒤쪽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검은 물체를 향해 재빠르게 다가가 단검을 높이들어 파고들었다. 그리고 베어짐과 동시에 들리는 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뒤에 붙어있던 검은 물체는 사라져버렸다. 하물며 유리애는 잠깐 멈칫 서있더니 금방 몸이 기울어져 그만 그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모두는 쓰러진 리애에게로 다가가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어서 이 여자애를 보건실로 데려가야해. 변태용사! 얼른 업어서 보건실로 옮겨줘!”

“그보다는 우선은 우수한, 네가 이 애를 업고 보건실로 직접 데려가줘.”

“ㅇ? 왜 내가 데려가야 하지? 쟨 나한테 공격하려 했다고. 오히려 내가 공격을 못해서 아쉬운데?”

“네가 이 애하고 무슨일이 있었는진 잘은 모르겠어. 하지만 이 아이, 너랑 아는사이잖아. 그리고 쓰러져버렸다고 끝난게 아니야.”


“이제 네 손으로 외면하지말고 이 아이한테 너의 진심을 직접 전해줘.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고 네가 구해줬다는걸 알아주면 분명 너의 말에 응할거야. 이건 친.구.로서 부탁이야 ㅎㅎㅎ”


“(!) 으/// 그걸 금새 들었냐? ....알았어, 이번 한번뿐이다. (덥썩) 자, 은아 너도 같이 갖다오자. 나중에 이 애한테 한마디만 전해줘.”

“예—?!!! 아, 알겠습니다! 왕자님!”


그렇게 왕자 수한은 은아와 같이 리애를 데리고 보건실로 곧장 가기위해 옥상계단을 타고 서서히 내려간다. 이제야 한건 해결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였지만 간신히 고비를 넘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긴장했나? 다리가 풀렸는지 풀썩 옥상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옆에있던 리내도 나와 같았는지 내 옆에 앉더니 푹 안심의 한숨을 내쉬는듯 했다.


“뭐야, 엄청 놀랐어. 여기에 떨어져서 갑작스러운 출몰이라니, 간 떨어질 뻔했어. 후—!”

“나도ㅎㅎ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 네가 바로 알려주러 오지않았다면 늦었을수도 있겠어. 고마워, 리내.”

“앗! 그런말 해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 흠흠///! ....어라? 어이, 변태용사. 네 밑에 뭔가가 끼어있는데?”

“음? 내 밑에? -아래쪽을 살펴보며- 진짜네. 종이같은게 언제 내 밑에 깔려있었지? 잠만, 이 종이···· 뭐라고 써져있는데?”



ꉆꅔꉅꅓ ꈾꅤꉋꅳꅎꅋꅤꆲꉆꅳꅋꅔ ꉆꅑꅋꈵꅐꇇꅓꉌꅒꈵꎍ ꈾꎍꈵꉆꅤꉌꅤꈵꅤ.

[이제 다끝났으니 원래세계로 돌아가라.]



“대체 이 암호같은 글자는 대체 의미가 뭐ㅈ—“


그리고 종이를 펼치고 얼마 안있어 밑에 다시한번 시공의 틈새가 우리가 앉은 바닥에 크게 갈라져 빨려들어갔다. 한순간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 그애하고 막 친구가 됐는데. 그래도 난 믿어! 잘있어,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