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Ludus World"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세계관 설정집 보기}

└본 작품은 시간 순서대로 정렬했을 때 8번째 이야기입니다 (8/48)

└장르: 하드코어 누키게 비주얼 노벨 게임


7막

이번에는 다시 내 나라로 돌아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라라는 게 확 느껴질 정도로 좋은 곳이다. 아직 내 집이 보일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나저나 포탈이란 게 없으면 이동하기가 정말 까다롭네. 벌써 하루가 다 꼴딱 지나가버렸으니 말이야."


내가 말한다고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혼잣말이 나온다.


아무도 없는 국경선을 바라본다. 한적한 숲길에서 여기부터는 맨시츄크의 땅, 저기까지는 카람의 땅, 이렇게 표시하는 팻말만 있을 뿐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학자로서 내 소견을 말하자면, 이런 곳 처럼 국경선인데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는 곳이 너무나 많은 게 아쉽다. 현재 전쟁중인 나라가 아니면 이렇게 느슨한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러니까 카람 왕국의 모험가들이 자꾸 이 곳을 통과해서 내 나라로 넘어오지.


아직까지는 여러 교통 상황이 발달하지 못해서 그렇지만, 나중에는 여기가 국경선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마을이 들어설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국경선을 지키는 데에는 군대보다는 주민들이 훨씬 싸게 먹히니까.


사실, 벌써 저기에 집이 하나 있다. 또, 내가 굳이 포탈을 이용하지 않고 말을 타며 내 나라로 돌아왔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기에 있는 목재 집을 들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돈이 충분히 있는 사람의 진료를 거절합니다' 라고 적힌 팻말은 여전히 문 앞에 걸려 있다. 나는 진료를 목적으로 온 게 아니니까 괜찮겠지.


"실례합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하긴 지금 이 시간에 문이 잠겨있으면 말이 안 되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얼굴인데 말이야. 굳이 또 왔군."


방 안쪽에서는 이미 내가 누군지도 아는 듯 지겨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악역 취급 받는 건 일이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착하고 부드럽기로 소문난 사람에게까지 괄시를 받는 건 조금 가슴아픈 걸.


"에이, 술리시나 선생님. 제자에게 좀 더 따듯하게 대해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학 지식을 배워놓고선 생명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쓰는 놈에게 선생으로 불리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진짜로 알려준 건 별로 없거든. 너가 훅 찾아와서 조언만 몇 번 구한 게 다잖냐."


"이번에는 완전히 손 씻었습니다."


"손 씻었다면 다시 나를 찾아올 리도 없을 텐데. 게다가 너만 손 씻으면 너 때문에 죽었던 자들의 마음은 다시 접합되던가? 나는 그렇다고 알려준 기억이 없거든."


그렇게 정론을 꺼내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아니, 이번에는 의뢰 때문이긴 하지만.


그동안 개인적인 예술혼 때문에 잃어버린 신뢰를 생각하면 메꿀 수 없는 도랑이 파진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지만.


"이번에는 일 때문에 왔습니다. 진짜 달라요."


"알고 있어. 그 년에게서 연락이 왔으니까."


그 년이라고 말하면, 아마도 페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밀로 해달라는 이야기는 내가 하지 않았었지. 게다가 어차피 이 사람에게는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알려줄 작정이었으니까 별 상관은 없다.


"어, 그러면 조언을 좀."


"거절하지. 아무리 첩자라고 해도 해선 안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야. 차라리 다른 고문 기술자에게 넘기던가. 너 정도 사람이라면 네 고문 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도 있을 거고, 연줄도 충분하겠지."


정말 아쉬운 말이지만, 고문 기술자는 그렇게 널리 퍼진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맡아주거나 할 만한 사람이 없다. 지금쯤이면 나를 따라 고문기술자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나 학생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은 솔직히 하고 싶지 않고.


"어이, 술리! 안에 있냐?"


그 때, 다급하게 병원 문을 누가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술리시나는 급한 일인 걸 눈치챘는지 곧바로 나와의 이야기를 중단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술리시나보다는 늦게 알았겠지만, 병원 문을 박차고 들어온 자는 한 사람이었지만, 숨 소리는 두 가지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현관 쪽으로 왔을 때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처참한 몰골로 기절한 채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또 다른 할아버지는 숨을 헐떡거렸다. 술리시나는 환자를 죽일 듯이(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을 까를 고민했겠지만) 쳐다보았다.


"이거, 완전히 팔이 뜯겨졌어. 좀 부탁한다. 아, 혹시 몰라서 먼저 말하지만 내가 한 거 아니다? 얘 혼자서 드래곤 사냥하겠다고 하다가 나가떨어진 거니까."


"예."


짧은 대답 후에 술리시나는 쓰러져 있는 사람을 들고 갔다. 이제 거의 끝났군. 환자 치료 모드로 돌입한 술리시나는 등에 칼을 꼽아버려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위인이다. 더 이상 말을 걸어봐야 소용 없겠지, 만.


"그래도 다행이네요. 프랭크린 할아버지."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 힘들어. 나이는 먹을 게 안 되. 이 말을 벌써 몇 년째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프랭클린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보기엔 그래도 아는 게 진짜 미치도록 많으니까, 술리시나 대신 조언을 구할 수도 있을 거다. 제대로 대답해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이, 건제. 뭐, 할 말 있는 거 같은데."


"아, 그 정도 나이 먹으면 이제 척 하면 척 하고 아시는군요."


"물론이지. 특히 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하나니까. 아, 물론 성적인 의미 말고. 네가 이룬 업적은 그 누구도 쉽사리 달성할 수 없는 그런 거니까 말이야."


플랭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칭찬은 받아도 기분이 좋아질 뿐 지금 상황을 바꾸지는 않는다. 바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자.


"그, 이게 아무래도 의학 쪽인 거 같아서 술리시나에게 찾아오긴 했는데, 혹시 드래곤에 관한 의학도 아시나요?"


"정확하게는 몰라. 아마 술리도 모를 거다."


하긴, 생각해보면 모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안건이었다. 지금까지 몬스터가 병에 걸리면 개이득, 아니면 저건 혹시 모르니 고기로는 못 써먹겠군, 하고 넘어갔을 터다. 게다가 드래곤은 직접 타도니아로 걸어들어가는 게 아니면 발견하는 것조차도 힘들 테니, 의학은 커녕 문화나 상업 같은 것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별로 표정이 바뀌진 않네. 재미없게."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재미없어서 좀 더 정확하게 알려주도록 하지. 일단 이론적으로는 아는 게 맞아. 하지만 하지만 실제로 되나 실험해본 적은 없어.


나도 사람이니까. 때리면 멍 들고 칼로 베면 피 나오고, 턱에 주먹 제대로 꽂히면 기절도 하지.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실제로 되나 실험해보려면 드래곤이 필요한데, 그걸 내가 제대로 구할 수가 있을 리 없지. 게다가 애초에 난 드래곤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그 단편적인 이론 뿐이라도 좋다면, 알려줄 수는 있어. 실제로 써먹느냐 아니냐는 나에게 물어봐야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 이상 지체할 건 없다. 나는 바로 물어봤다.


"드래곤의 뇌구조는 다른 종족들의 뇌구조와 유사하나요? 예를 들면 전두엽, 측두엽 같은 게 뭘 하는지, 해마같은 거나, 그런 것들 말이에요."


"하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그 말을 듣자마자 프랭클린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런 걸 굳이 안 물어봐도 너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혹시 무슨 제약이 있는 걸까?"


"시간 제한이 하루밖에 없어서요. 정확히는 삼일 있었지만, 어제 오늘 아무것도 안 해서."


지금 젤리라는 여자가 아타무스의 입을 열겠다고 별 발악을 다 하고는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입을 쉽게 열 첩자도 아닌 것 같고.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지. 정답은 '예스.' 다. 물론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아, 그러고보니 지금 수술을 받고 있는 남자가 드래곤 헌터였군. 그 자라면 드래곤의 머리에 칼을 꽂은 적도 있을 테니 한 번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걸? 때론 박사보다 양아치가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지.


뭐, 난 박사인 동시에 양아치니까 두 배로 도움이 되는 거겠지만 말이야. 크큭."


또 혼자서 이상한 농담이나 하고 자빠졌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 점은 거절해야 할 것 같네요. 애초에 못 할 것 같은데요."


술리시나 그 양반이 방금 수술이 끝난 환자에게 내 얼굴을 대면시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드래곤에게 팔을 뜯긴 인간에게 그에 관한 기억을 다시 해달라는 것도 좀 그렇다.


"아, 그 전에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거요."


대충 예상이 가지만 그래도 물었다.


"자네가 개발한 그 최고의 노예. 한 번 보여주면 안될까?"


"거절합니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8막

성적인 고문은 사실 그다지 괴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굳이 순결성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 자체가 그런 거에 지나치게 목 메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쾌락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괜히 쾌락을 받아들이지 않고 견뎌내려 하는 게 더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런 식으로 쾌락을 받아들이면, 불감증이 터지는 날이 올 거지, 결코 몸이고 마음이고 다 넘어가서 적에게 정보를 넘기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착각한 것은, 쾌락이 언제까지나 쾌락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밤새도록 몇 번이나 갔다. 내 질벽을 왔다갔다 하며 긁어내는 딜도랑 음핵에 붙어서 계속 진동하는 마법 기구는 몇 번이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를 절정까지 억지로 끌어다 놓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쾌락에 대한 불감증은 생각 외로 금방 찾아왔다. 간지러움이 계속 되면 미칠 듯한 고통이 되는 것처럼, 쾌락이 겹겹히 쌓이니 더 심한 쾌락이 아니라 고통으로 너무나 쉽게 변질됐다.


그 상태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질액이 마르기 시작했을 때는 더 고통이 심해졌다. 의도적으로 거친 질감의 바이브레이터를 쓴 건지, 너무 박아댄 탓에 질벽이 염증이 생긴 것 같다.


더 이상 그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나를 고문하던 젤리는 그러면 더 좋아라 하면서 괴롭힐 것이다. 게다가 나 스스로도 말할 힘이 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면서 결의의 주먹을 쥘 때도 힘이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한 바이브 반복 지옥에서 벗어날 때는, 바로 젤리가 길고 긴 방치 플레이를 끝내고 다시 고문실 안으로 들어왔을 떄였다.


"어때?"


나는 대답할 힘도 없이 숨만 헐떡거렸다. 3초 정도 지나자 머리채가 잡혔다. 그대로 휘둘려져 벽에 머리를 박았다.


"대답 안 해?"


머리채가 갑자기 잡혀지는 바람에 두피가 따가웠고,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 갑자기 어지러웠다.


"차, 차라리…죽여라…"


정말 어렵게 뱉은 말이다. 물론 그렇게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정보를 불지 않겠다. 그걸 확실하게 알려주면, 언젠가는 고문을 포기할 거다.


나를 유린하는 게 아무리 즐겁더라도, 언젠가는 질리게 마련이니까, 그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 질이 파열되고 유방이 찢겨져도 내 입에서 정보만 나오지 않으면 상관없는 일이다.


"얘 뭔 소리 하는 거야? 너를 죽일 리 없잖아. 어떻게든 정보를 빼 내서 내 노예로 만들어야 되는데.


게다가 드래곤 노예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아직 감상을 못 들었는데. 하루종일 로터랑 바이브레이터 때문에 보지가 혹사당했을텐데, 혹시 몇 번이나 갔는지 기억해?


원래 내가 키우던 노예들은 다 그걸 기억하는 게 당연한 거지만, 너는 노예 중에서도 개초보 노예니까 기억 못 해도 상관 없어. 다음번에 기억하면 되니까."


젤리는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밖에서 준비물을 가지고 오려는 것 같다.


이 때다 싶어 나는 한번 더 놀리기로 했다. 감정에 빠지면 제대로 된 고문도 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걸었다.


"왜, 설마, 너 하나 가지고는 안 되니까 자지라도 들여보내게?"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 고문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건, 관점을 다르게 보면 다행인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자지가 쑤셔박혀서 임신하거나 그럴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 와서는 젤리가 인공 정액을 가져와서 질에 강제로 주입하는 상상도 충분히 가시권 안에 들어왔지만 말이다.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같은데, 언니."


내 말을 들은 젤리는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타무스 씨는 너무나 강력한 드래곤씨이니까, 일반적인 딜도로는 만족 못할 거 같아서, 새로운 딜도를 준비했어.


아,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 굵거나 길거나 그러지는 않아. 돌기 같은 것도 없고. 아니, 돌기는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쨋든 확실히 가늘은 딜도야."


젤리는 그러면서, 딜도, 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아니, 그런데, 진짜로 저게 맞나?


"어딜 봐서…딜도라는 거지?"


"길다란 게 네 보지 안으로 들어가고, 그래서 네 보지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면 그게 딜도 아니야? 그게 플라스틱제 딜도든, 가지든, 나무토막이든…군용칼이던 말이야."


"진짜 미쳤어?"


젤리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진짜 저 중지손가락 만한, 레크모드의 깃발이 장식으로 박혀있는 날붙이를 내 질 속으로 돌진시키려고 하는 게 보였다. 눈빛은 칼만큼 날카로웠고, 입꼬리는 사악하게 비틀렸다.


"아, 맞다. 그 전에 전화 한 번 해야죠. 아직 아타무스 씨는 제 물건이 아니니까."


그러면서 젤리는 어딘가로 통화를 걸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함이 온 몸을 잠식했다. 그런데도 최대한 정신을 붙들어 매려면 생각을 해야 했다. 전화를 받는 상대는 누구인가. 그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아마도 고문 기술자인 피건제겠지. 처음에 나는 그 사람에게 인도된 몸이니까.


"네, 건제씨. 지금 아타무스의 보지 속으로 칼을 집어넣으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목숨에는 지장이 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결국 피멍은 상관 없어도 실제로 피를 흘릴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피건제의 허락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 말인 즉슨, 일단 나의 질은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피건제도 남자니, 그가 언젠가는 와서 그의 좆을 내 가랑이 사이에다 박을 것이다. 그 때 딱지가 앉거나 한 상태면 곤란하거나 쾌락을 느낄 수 없으니, 아마 허락해줄 가능성은 한없이 낮겠지.


"예? 유두까지는 잘라도 된다고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아, 아니다. 아닐 거다. 유두가 잘리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질벽이 유두보다 훨씬 민감한 곳이다. 질벽 속에다가 칼을 집어넣는 미친 짓은 허락할 리 업다.


"좋은 소식이야. 집어넣어도 된데."


나는 젤리의 입 속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현실 부정이라고 말해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건 이를 앙다물어서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별다른 딜도들과 다른 점 없이 직선 왕복 운동만 할 뿐이니까. 네 보지가 너무 헐렁하다면 칼에 베이지 않고 끝날 수도 있어. 재밌지?"


재밌냐는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내 감정은 두려움 외의 모든 것이 소멸된 듯 했다.


"자, 간다?"


"잠깐, 그만!"


이라고 밖에,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그제서야 젤리는 나를 쳐다보았다.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칼이 내 음순에 닿기 직전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면서, 할 말을 고르고 골랐다.


"설마 벌써부터 정보를 넘긴다던가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내 고문을 받고 이 정도면 잘 버틴 거긴 해."


"그, 저기…"


이를 악물었다. 정보를 손쉽게 넘길 생각은 없다. 물론 이 고문을 피할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다. 그저 시간 끌기. 알고 맞으면 덜 아프다고, 미리 각오를 조금 더 다지는 것에 불과했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넣을게."


이를 악물지 않았다. 그동안 심호흡하면서, 어떻게 해야 더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완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높은 건, 힘을 빼는 것이다. 질에 힘을 빡 주면 저절로 조이면서 칼날을 움켜잡게 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근육을 이완시키듯이 아무것도 안하고 진정하면서 질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든, 넓혀야 했다. 게다가 이 이완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주문이지만, 이렇게 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생각보다 잘 안들어간다, 언니."


짜릿한 느낌이 왔다. 그리고 그 느낌은 서서히 확실한 고통으로 변모했다.


"역시, 밤새도록 딜도를 꽂아놓으니 질이 충혈된 거구나. 이러면 칼이 아니라 이쑤시개도 들어가기 힘들지."


아, 그런 거였구나. 생각해보면 택도 없는 소리였다. 내가 아무리 보지랑 질을 넓게 벌린다고 해도, 어디에다 칼을 박을 지는 순전히 젤리의 손에 달려 있었다.


"끄아아아악!"


한번 아픔이 느껴지자, 그 때부터 근육을 이완한다, 같은 다짐을 했다는 기억도 전혀 들지 않았다. 모든 근육에 힘이 빡 하고 들어왔고, 질벽은 군용칼의 도신을 붙잡았다.


"와, 너무 쎄게 잡는거 아니야? 너무 화끈한데? 언니 피 보는 거 좋아하는 체질이었구나. 그런데도 딜도가 워낙 가늘어서 그런지 조금만 힘을 줘도 잘, 들어가는데?"


"끄으으윽!"


이제는 구멍 속으로 박는 것도 아니고, 구멍을 창조하는 칼 끝. 질벽 하나를 아예 도려내듯이 파고드는 칼날의 움직임. 내 머릿속은 아프다는 감각을 처리하지 못하고 어지럽다는 감상만 전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면서도, 아픔의 파도는 한 박자 늦게 와 내 머릿속을 덮쳤다.


"살려줘! 안돼!"


절규할 수 밖에 없었다. 내 가랑이 밑에서 계속 삽입을 반복하고 있는 젤리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그걸 들을 여유는 없었다.


내 머릿 속에 있는 정보들, 유익한 것이든 무익한 것이든 상관 없이 한 순간에 잠시 머리를 비우고 떠나는 듯한 태풍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젤리는 다시 내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질은 아프고 쓰라리다. 머리는 어지럽다. 코랑 눈에서는 물이 주르르 쏟아지고 있다. 고개를 숙여서 구태여 보지는 않았지만 보지와 허벅지에는 핏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이미 허벅지 안쪽에서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


"아직 1분도 안 됐는데 왜 벌써 세상 다 잃은 표정이야?"


"1, 분?"


1분이라고? 아니, 1분도 안 됐다고? 그럴 리가 없다. 이건 거짓말이다.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거짓말. 분명 내가 받은 고통은 한 시간은 족히 넘는 그런 고통이었다.


아, 그렇지. 내 정신력을 흩뜨려놓으려는 수작이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해서 내 의지를 갉아먹으려는 그런 얕은 꾀. 걸려들 리가 없다.


"그런데, 혹시 기억나? 내가 아까 딜도로 애무해줄 때 한 말.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유두를 베어버릴 테니까 그것만큼은 잘 참으라고 그랬는데."


그러면서 젤리는 키득거렸다. 그녀의 라텍스 장갑이 천천히 내 광대뼈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젤리의 장갑은 한층 더 번들거렸다.


"왜 꼴사납게 울고 있어."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말하면 아까 젤리가 뭔가를 말하려 했다는 것 자체만 기억이 나는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거의 전말을 알아 캘려고 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이랴. 그녀는 벌써 군용칼을 들고 내 유두를 조준하고 있다.


"걱정 마. 네 원 주인한테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니까. 유두 잘라버리는 것 정도는 나중에 다시 재생하니까 괜찮다더라.


네 주인도 참 실험 정신이 대단하지? 그걸 또 언제 실험해봤대?"


감탄일까, 힐난일까, 알 수 없는 말투로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젤리가 칼날을 내 유두 밑에다 갖다 대었다.


"잠깐! 진짜 그만!"


"왜. 이번에도 뭐 말할 거 있어? 아까처럼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면 안 통해."


그건 알고 있다. 같은 수법은 한 번만 통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정보를 말할지, 아니면 비위를 맞춰서 시간을 조금 더 끌지.



--"말할게. 정보."


생각할 것도 없다. 당연히 정보를 말하는 게 좋다. 물론 제대로 된 정보를 마음껏 나불댈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들 중에는 남들이 알아도 상관 없는 것들도 있으니까.


"그래?"


좋다. 젤리가 칼을 거두었다. 일단 팔할은 성공이라고 봐도 된다. 이 쯤 되면 한 번은 심호흡을 해도 되겠지.


"후우."


"그래서? 말할 마음 진짜로 있는 건 맞지. 설마 날 두 번 씩이나 속이자고 시간 끌 수작은 아닐 테고."


"물론. 나는 첩자야. 이건 확실해. 내가 더 이상 뭐 득볼 게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어?"


"그래, 그래. 그래서, 너한테 첩자 짓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지?"


젤리는 완전히 자기가 주도권을 잡았다는 듯이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최대한,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드래곤의 왕인, 카우디 님."


물론 그딴 건 없다. 카우디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래도 적당히 그럴 듯한 이름을 대 주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이건 진짜 안 믿을수도 있지만, 알아낸 것 따위는 없어. 물론 있긴 하지만, 뭐, 각국의 문화 양상이나 그런 것들 뿐이고, 그런 게 실제로 침략할 때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믿어줘. 원래 첩보란 게 다 이 모양이야."


그렇게 내가 체념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자, 젤리는 아예 나를 넘어뜨렸다는 게 기쁜 듯 소리쳤다.




※삽화는 실제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며, 작자가 렌파이로 만들어낸 연출임을 밝힙니다.


커터칼이나 맥가이버 칼을 그곳에 집어넣는 게 오래된 성적 판타지였는데, 그걸 실현하는건 히토미조차에서 못 봤기 때문에 그냥 제가 창조했읍니다.

이제...1만글자 남았습니다. 4만 글자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단편 소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