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8월 15일 오늘의 컨디션 좋다.

오랜만에 제사지내러 간다. 술을 마실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위한 술인지는 뭐 나중에 말해야지. 아 써야지.

그나저나 오늘도 가드레일 충돌 사고 기사가 떴네.

오늘 11시경이라니... 저런...


20XX년 8월 16일 오늘의 컨디션 최상!!

기분 좋다. 내가 아직 안죽어서

죽고싶은 적도 많았지만 아직 살아있어서

기분이 아주 좋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거겠지.

가끔은 일기를 거꾸로 볼수 있어서 좋아.

일기를 거꾸로 읽으면 생각이 새록새록 나니까 말이야.


20XX년 8월 18일 오늘의 날씨 좋네

병원에서 나왔다.

아픈 곳도 없었고 나는 이제 멀쩡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술먹고 운전하지 말아야지.

운전면허도 정지당하고 그랬으니 다시 따야겠다.

앞으로 노력하자!


20XX년 8월 20일, 오늘의 날씨 흐림

물 비린내, 마치 강 속에 갇혀서 있는 듯한 물비린내가 요즘따라 내 주변에서 느껴진다.

밥을 먹을 때도 씻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엄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모두 하나같이 안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몸 근처에서는 물 비린내가 느껴진다. 도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나는 며칠 전에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박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간신히 차가 절벽 밑으로 빠지지 않아서 죽지 않고.... 그 후로는 딱히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블랙아웃때문이겠지. 뭐, 그건 그렇다고 해도... 또 다른 일이 뭐가 있더라...

아, 그래 강가에 간적이 있었지. 강가를 생각하니... 물귀신이 날 괴롭히는 걸까...

나는 뭘 딱히 한게 없었는데 말이야. 뭐,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자.


20XX년 8월 27일, 날씨 비

물 비린내... 아직도 난다. 슬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듯이 더욱 심해졌다.

역시 그 강가에 가서 그런건가... 요즘은 또 비린내에 이어서 무언가 썩은내도 같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에게 물어도... 얼굴은 기억 나지 않지만 아마 아니라고 했겠지.

내가 시고난게 아마 16일이었지... 그래서 나흘간 일기를 안쓴건가.

하지만... 나는 팔이 부러져도 일기를 쓰던 사람인데... 이상하다.


20XX년 8월 31일, 날씨 가물가물

기억안나... 아무것도... 물비린내만 잔뜩있고

썩은내도 내 주변에서 계속 맡고 있어. 간지러워...

분명 매일 씻는데... 게다가 오늘은 손에서 피가 날때까지 손을 닦았는데도

냄새가 나... 왜지? 진짜 물귀신이라도 있는거야? 물비린내는 언제 지워져?

아무나 알려줬으면 해... 아무나... 제발 아무나...


20XXXXXXXXX비

어디야... 냄새나... 나가고싶어... 아무나... 나는 어디에 있어?

지금 여긴... 어디지? 나는 살아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뭘...

일기... 그래, 일기야.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해. 일기를 놓치면 안돼....

일기가 중요해. 이제부터 일기가 내 말을 전해줄거야. 그러니까... 계속 쓰자....

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써야돼...

2XXX년XXXXXXX림

나는 죽기 싫어. 물 비린내가 나, 사람들의 얼굴을 모르겠어. 앞이 안보여

몸이 간지러워, 계속 썩은내가 나... 어디서 나는 뭘 하고 있는거야?

일기를 쓰는데 일기를 쓰는거같지가 않아. 어디야. 나는 어디서 일기를 쓰는 거야?

어두워... 근데 나는 어떻게 쓴다는 걸 아는 거지? 몸이 익숙해서 그런건가?

살려줘. 나는 아직 살아있어. 어딘가엔...


XXXX년 X월 XX일 날씨 맑았네

아프다. 아마도 난 죽겠지. 이게 내 마지막 일기일거야.

나는 절벽에 떨여져서 어딘지 모르겠지만 물 속에 들어온 것 같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지금...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이게 맨정신이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게 술에 취해서 쓰는게 아니였으면 좋겠다.

일기를 남긴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겠다.

아, 방금 16일 정각 알림이 울렸다. 핸드폰은 아무래도 아직 멀쩡한가보다.

살고싶지만...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라는 걸 안다.

아마 나는 앞으로 영원한 잠에 들겠지.

춥다. 엄마보고싶다.


.

.

.


어릴적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디서는 죽은 사람의 일기가 거꾸로 쓰여진다는 말이있습니다.

거꾸로된 일기를 본다면 즉시 태우세요. 있어서 안될 물건입니다. 하지만 썩어서 볼일은 없겠지만요."

나도 그냥 선생님께 들은 얘기라 본적은 없다. 다만 어딘가에는 있을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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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돼 반복되는 거를 빼도 2049자~2050자 입니다.

아무튼 뭔가 제가 낼만한 광기는 이정도인가봅니다. 아쉽네요.

생각난김에 쭉 썼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며칠전에 '닌자가 나타났다.' 드립 가지고 막장 스토리 써서 내려고 했는데

하필 실수로 삭제를 해서... 다시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써봤습니다.

역량이 부족하고 광기도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영감이 떠오른김에 써봤고 이정도면 만족합니다.

25일까지 시간이 있지만.... 이만한 영감은 지금 아니면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냥 낼려고 합니다.

뭔가 길게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추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