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 주제에 무슨 팁을 쓰냐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보고 싶은 소설이 중간에 연중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나마 적어보는 팁입니다.


흔히 완결 장면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고 글을 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문학 작품 뿐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모든 이야기에서 통용되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매체의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쓸까 영감을 받죠.


제가 옛날에 좋아했었고, 스토리의 서사 구조로만 따지면 아직도 좋아하는 작가 중에 강풀이라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26년> 작품 이전에는 떨어지는 그림 실력을 훌륭한 복선과 스토리 구조로 메꾸었고, 개인적으로는 <조명 가게> 나 <어게인> 같은 경우는 발전한 그림체와 더욱 발전한 복선 과정을 보면서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풀의 진기한 점은, 그렇게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고수하면서도, 전체적인 화 수는 30화, 45화 등으로 5화 단위로 딱딱 떨어집니다. <아파트> 같은 경우는 30화 완결인데, 소제목들도 5화씩 묶어 6개의 소제목을 이루고 있죠. 보통 복선을 회수하다보면 화수를 신경쓰지 않거나 신경쓰지 못하게 되는데, 이 작가는 화수마저 아름답습니다.


그에 관련해 강풀이 한 말이 있습니다. 강풀은 1화부터 끝화까지 어떤 내용을 쓸지 다 정해두기 이전에는 연재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1화엔 어떤 내용을 쓰다가 어디서 끊을 거고, 2화엔 어떤 내용을 쓰다가 어디서 끊을 거고.... 그런 식으로 모든 화수마다 풀어나갈 이야기와 뿌릴 복선과 회수할 복선들을 다 정해두기 전까지는 연재를 하거나 콘티 이후 단계로 발전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건축 설계처럼 하는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결정짓고 난 다음에야 기초 공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장편 소설을 구상할 때는 항상 엑셀을 켜두고 화마다 간략한 내용(2~3줄 정도라도)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거칩니다(물론 이 과정에서 몇 번이고 엎어져서, 제대로 완결낸 소설은 한 작품 밖에 없지만요).


그러나 어쨌든, 아예 정리를 안 하고 쓰는 것보다는 훨씬 완결짓기는 편할 겁니다.


흔히 겪는 단점으로는 연재 방식을 취할 때, 상상도 못한 엑스트라가 큰 인기를 끌거나(강풀은 이를 엑스트라를 가능한 한 없애고 모든 인물을 알차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메꾸었습니다) 할 때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에서 비껴나갈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설을 구상할 때의 생동감과 열정은 소설 구상하는 데 다 써버리고, 실제 소설을 집필할 때는 이미 정해진 스토리라인을 따라 글만 쓰는 단순한 노동 작업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소설 쓰는 건 원래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러운 노동입니다.


이 방법이 잘 안 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잘 맞아서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편소설을 쓸 때도 1000자~1500자 단위로 나누어서요. 한 번 해보시고, 안 맞으시면 그냥 이런 방법도 있다~정도로만 알아도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