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링크


'일단 좀 진정하자...'


목청이 터져라 욕을 내뱉고나니 머리가 좀 시원해진거 같다.

나무한테 터질 목청이 있는지도 모르겟지만 말이다.


'나무면 뭘 해야되는거지?'


분명 자칭 신이 상태창을 열면 어느정도 길이 보인다고 했을텐데,

상태창을 열어서 봐도 딱히 앞으로의 인생 아니 목생에 참고할만한 정보가 전혀 없다.

그나마 참고점이라면,


'레벨인가.'


게임이나 만화속에선 뭔가 치트능력으로 몬스터를 학살하고 레벨을 왕창 올리지만,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는 개미조차 죽이지 못하는데 뭘 어떻게해야 되는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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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종족: 나무


스킬: 광합성, 마력감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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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을 채우는 반투명한 푸른창에 보이는 글씨들을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느것 하나 전투에 도움되는 스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뭐 설명이라도 좀 적어놓으면 안되나?'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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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명: 광합성


주변의 에너지를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화시킨다.

고위의 식물형 생명체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

허나 대부분의 식물들은 이를 생명유지에 거의 전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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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이라는 글씨를 눈에 힘을 주며 노려보면서 알고싶다고 생각하자

익숙한 소리와 함께 그에 대한 설명이 상태창위로 덧씌우듯이 나타났다.

몇번 반복하면서 대충 요령을 파악한 나는 그대로 다른것들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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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명: 마력감지


만물에 존재하는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뿐, 모든 생명체는 이를 활용하여

만물을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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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벨같은데서 유명한 마력만능짱짱맨 같은게 여기도 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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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명: 진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근본의 한계가 정해져서 태어난다.

진화는 이러한 근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에 가히 신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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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건 좀 좋은거같네.'


그래도 뭔가 치트능력이 하나 있다는 사실에 아까까지만 해도

바닥을 달리던 기분은 단숨에 높아졌다.

그렇다해도 현실은 바뀐게 하나도 없다.


스킬이라고 있는건 사용법조차 없고, 나무라서 그런지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아

절로 불안감이 커져가는 이 상황에 솔직히 누가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식으로 불평만 내보낼때, 문득 배가 고프다고 느꼈다.


그러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어떻게해야 배를 채울 수 있는지 떠올랐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인지 아님 나무가 되버린 육체의 자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떠오른대로 몸에 의식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잎사귀라고 생각했던 부위에서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뿌리부분에서 올라는 물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에 녹아들어 몸 곳곳에 돌아다니며

어디서 느껴지는지 모를 공복감을 채워주며 스며들었다.


'이게 광합성인가? 좀 괜찮은데?'


'잠만 광합성이 마력을 이용하는거고, 내가 빨아들인게 마력이라면...'


잎사귀로 빨아들렸던 무언가를 이번엔 빨아들이는게 아니라 느끼기만 하는

방향으로 다시한번 몸 전체에 특히 잎사귀부분에 의식을 집중해보았다.

그러자 굉장히 옅은 수증기를 만지는 듯이 두루뭉실한 느낌을 가진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것에 조금이 녹아드는 듯 의식을 흘려보내봤다.


'화악!'


아무것도 느껴지지않던 나의 세상에 새로운 세계, 판제아가 모습을 들어냈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주변의 환경, 처음 보는 모습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지구와 다를것없는 따뜻한 태양, 나뭇잎을 간지럽히는 바람의 손길등.

드디어 내가 다른세계로 왔다는것에 실감이 들었다.


'와아...'


지구에서 늘상 보고지내던 회색의 무기질의 숲이 아닌,

마치 생명이 넘쳐흐르는 듯한 처음보는 세상의 모습에 나는 감탄을 금치못하였다.


'타다닥'


그렇게 넋놓고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음미하고 있을동안 마력을 통해서 무언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이윽고 먼발치의 빼곡한 나무와 풀사이로 소리의 정체가 나타났다.

작은 몸집에 인간에 가까운 형태, 그리고 짙은 녹색의 피부를 가진,


'고블린!'


갑자기 나타난 고블린은 풀숲을 헤치며 거칠게 달리고 있었다.


"푸히힝!"


그리고 고블린뒤로 또다른 생명체가 모습을 들어냈다.

멧돼지같이 커다란 송곳니나 위아래로 나있었고,

말굽이 있어야할 발에는 두갈래의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있는 말처럼 생긴 놈이

죽일듯한 기세로 고블린을 쫒고있었다.


고블린은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말처럼 생긴 놈한테 금방 따라잡혔고,

고블린의 등뒤로 바짝 쫒아온 말은 그대로 아래로 목을 휘둘러 고블린을 후려쳤다.


'후웅'


'퍽!'


말목에 얻어맞은 고블린은 그대로 날아와 내 줄기에 부딪혔다.

신기하게 부딪혔어도 아무런 고통은 없었고, 내 신경은 오로지 말한테 집중되었다.


내몸에 부딪힌 고블린은 몸을 움찔거리며 그대로 쓰러져 있었고,

말은 달리던 기세 그래로 쓰러진 고블린에게 다가왔다.


'으드득. 와득'


"끼에에에에!"


나무에 부딪혀 쓰러진 고블린을 말이 그대로 죽이지도 않은채 뜯어먹기 시작했고,

고블린은 몸을 뜯어먹히는 과정을 생생히 느끼고있었다.

그 잔혹하면서도 당연한 자연의 섭리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그러한 내게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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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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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떻게 얻어야 될지 고민했던 경험치가 외외로 쉽게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 몸에 부딪힌게 내가 고블린 사냥에 어느정도 도움을 준걸로 되었나보다.

예상치못한 일이지만 뭐 어떤가, 손해볼건 없으니 말이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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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에 필요 경험치를 충족하셨습니다.


레벨1→3


스킬 '신체조작'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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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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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으로부터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판제아는 어떻게 좀 맘에 드는가?

 내 자네를 보낼때 시간이 없어 이렇게 따로 말을 남긴다네.

 이렇게 판제아의 존재에 간섭하는것은 힘이 많이 드니 본론만 말함세.

 먼저, 자네의 상태창은 아직 미완성이라네.

 자네가 판제아의 존재가 아니었기에 아직 영혼이 판제아의 이치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그럼세.

 허나 걱정말게나 그건 차차 지내다보면 저절로 영혼이 적응할테니.

 두번째는 내가 준 '진화'일세.

 본디 모든 존재들은 '존재의 벽'이란게 있어 어떠한 계기가 없다면 벽을 깨지못해

 존재로써의 단계가 정체되지만 자네는 그러한 계기없이 레벨만 충족되면 단계를 올리는것이

 가능하네, 거기다 계기로인해 진화가 정해지는 자들과 달리 자네는 직접 진화할 선택이 가능하네.

 마지막으로 내가 무슨 목적이 있어 자네를 판제아 보낸게 아닐세, 그러니 그냥 맘내키는 대로 살아가게나.

 그럼 그대의 새로운 인생에 부디 즐거움이 가득하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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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의 내용은 상태창은 아직 불완전한거고 진화가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이란거랑

이곳에서는 맘내키대로 살아가도 된다는거.

한마디로 그냥 판제아라는 세상을 즐기면 된다는 거다.

아니 근데 나무인 몸뚱아리로 뭘 즐기란거지?


어쨋든 일단 레벨을 올리고 생각하자.

레벨을 올리면 진화가 가능하니 진화하는 종류 중에 인간 세상에 녹아들 수 있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

일단 레벨업을 위해선 뭔갈 죽이거나 죽는 과정에 간섭을 해야한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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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3


종족: 나무


스킬: 광합성, 마력감지, 진화, 신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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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고블린의 잔혹사와 신의 전령때문에 몰랐는데 레벨업 때, 새로운 스킬 '신체조작'을 얻은거 같다.

광합성때, 익힌 요령으로 '신체조작'을 보다 세밀하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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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명:신체조작 


본디 근육과 관절로 움직이는 생명체는 자연스레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없는 존재는 본디 신체의 자유가 없다.

허나 그러한 존재들도 근육대신 마력을 이용하여 신체를 움직일 수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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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게 하나쯤은 있어야 사냥을 하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당장 몸에 마력을 흘려보내 몸을 움직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막 마력을 느낀 초짜가 당장 몸을 움직일려니 더럽게 힘들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마력을 이용하라는건 알겠는데 그 이용방법을 모르겠다.


'에이 씨....뭐 어떻게 하란거야.'


기왕 쓸만한 스킬을 얻었는데 쓸 수가 없으니 답답해 미칠 거 같았다.

그렇게 몸을 움질일려고 애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어 금세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빛이 사라지니 몸을 채워주던 광합성의 따뜻함이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권태감과 함께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나무도 잠을 잔다고 어디선가 본거같은ㄷ.....'


문득 떠오른 별 쓸모없은 생각을 미쳐 끝내지도 못한채,

쏟아지는 졸음에 몸이 나도 모르게 점점 땅으로 기울었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짹,짹,짹"


다음날 새소리와 함께 눈을 나는 눈을 떴고, 누가 알려준거도 아닌데

자동으로 햇빛을 받으며 광합성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몸에 따뜻함이 몸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젯밤 나도 모르게 기울어진 몸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어? 잠만.'


방금 몸이 움직인 느낌에 머릿속에 번뜩 신체조작을 사용할 방법이 떠올랐고,

행여나 움직인 느낌이 사라질까 바로 방금 느낌을 그대로 가지에 똑같이 적용시켰다.

그러자 어제에는 분명 강철같이 꿋꿋이 부동을 지켰던 굵은 가지가 조금 휘었다.


'오! 된다,된다!"


드디어 성공시킨 신체조작에 신이 난 나는 성공시킨 기세로 몸 이곳저곳을 움직여보았다.

처음엔 그렇게 어려웠지만, 한번 하고 나니 아주 쉽게 다른 부위도 성공했다.

다른 가지들을 움직여보고, 여러개의 가지를 동시에 움직이기도 하고 지면 가까이 자란 뿌리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말 느리다는거다.


'이런 속도로 지나가던 개미도 못잡겠네...'


그래도 이런걸로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속도가 느리다면 덫으로 사냥하면 되는법.

일단 덫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는 가장 간단한 구멍함정을 만들기로 정했다.


'땅이 부드러워서 진짜 다행이다.'


땅속에 빈공간을 만들기위해 뿌리로 조금씩 꼼지락대며 조금씩 구멍을 만들었다.

구멍주위에 뿌리도 이동시켜 낙하중간에 걸리지 않도록 만들었으며,

지면에는 발에 걸리도록 일부러 뿌리를 조금씩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그런식으로 주변에 몇개정도 함정을 만들고는 마냥 기다렸다.


그래도 기다리는게 마냥 지루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처음보는 새들이 날아다니고 처음보는 풀들이랑 꽃을 보고있자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주변을 구경하다보니,


"캬아아악!"


만들어놓은 구멍 함정 중 하나에서 쇠를 긁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