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민재가 묻는다. 그는 민석의 친구이다. 민석은 근처 세븐일레븐에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늘의 주제는."

 인혜는 칠판에 단어를 적는다.

 "광기. 광기라."

 권형이 칠판에 적힌 단어를 읽는다.

 "내가 아침에 꿈을 꿨거든. 자동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려고 했는데 길이 얼어있어서 차가 마음대로 미끄러지더라고. 나는 어떻게든 차를 제어하려고 했는데 차는 제멋대로 계속 미끄러져 내려왔어. 가까스로 나는 내려왔고 그 길로 나는 도피를 하기 시작했지. 나는 유린이라는 사람을 찾고있었거든.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달려나갔어. 내 뒷좌석에 탄 민혁은 이렇게 말하더라."

 '그 RPM이라면......'

 "그리고 민혁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친구야."

 그는 입에 잎을 물고 초식을 하고 있었다. 과자봉지 안에는 그의 초식을 도와줄 수 있는 이파리들이 많이 있었다.

 

 "그게 광기랑 무슨 상관이죠?"

 "나는 계속 고속도로를 달려나갔지. 그리고 마침내 밤의 도시에 진입했어. 많은 가로등과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의 자동차는 계속해서 달려나가고 있었어. 그런데 나는 내가 찾고있는 그 여자가 어디에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그렇지만 그냥 무턱대로 달린 거였어."

 "그렇다면 충동적으로 그곳으로 간 것이었나요?"

 "아니. 실은 가면무도회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을 받았었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띈 한 여자가 있었다. 아는 사이였냐고? 그렇다. 우리는 서로 사귀기로 한지 5일이 되었어. 그리고 서로 알게 된지는 10일 쯤 되었고.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겠다고 민혁에게 말했어. 그러자 민혁은"

 '그 시점에서는......'

 "이라고 말하더라고.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접근했지.

 "고백멘트는 어떤 거였나요?"

 "그녀가 나에게 말했어. '멋진 도시에서의 멋진 밤이에요.'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어. '너는 정말 쓰레기야.'"

 "왜 그렇게 말했죠?"

 "아름다운 도시가 있는 것과 그녀의 존재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네. 나는 이어서 말했어. '정말 세상 그 어디에서도 구제받기 힘든 쓰레기로군. 나는 너에게 쓰레기라는 말 밖에 못하겠어. 그러자 그녀는 '당신의 그 당돌한 발언이 오히려 제 흥미를 자극하네요.'라고 말했어. 그리고 긴 하룻밤이 시작되었지."

 "그렇군요. 그 정도면 확실히 광기랑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민재가 웃으며 말했고 방금 들어온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오늘의 주제는 광기군요."

 민석이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유목민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눈 앞으로 나무들이 보였고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역시 나무들만이 보였죠. 저는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했습니다.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나뭇잎의 푸른 빛이 저에게는 더 없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저는 무엇을 바라는 지도 모르는 채로 들판을 어슬렁거려야 했습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제 또래의 여자를 본 적이 있기도 해요. 그녀는 앳된 표정으로 저에게 미소를 보냈죠. 저와 그녀 사이에 있던 일은 비밀입니다. 그땐 문명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야외에서 먹고 자고 했었어요. 저는 양반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 마을의 어르신들이었죠. 그들의 말은 곧 우리 마을의 법이자 질서였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였고 그분들은 그것을 받아주셨지만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는 아되었죠. 그리고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갔고 저는 다시 방황했습니다. 그것은 좋은 시험이자 경험이었습니다. 오늘날 저는 제 자동차를 몰고 이곳에 왔습니다. 한번은 문명화된 저에게, 너무나 문명이 익숙한 저에게 갑자기 그 때의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너무나 익숙한 만연한 녹색 빛이. 푸른 빛 자연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그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뜨거운 열망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른 감정도 아니었어요. 그저 그 속으로 걸어갔어요. 나비가 날아다니고 나무들이 우거진 그 문명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말이죠. 나는 다시 유목민이 되는 것이에요. 그 때 저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제가 저를 사랑하고 있고 주변이 저를 사랑하고 있는,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감정을 느꼈어요."

 "그 감정이라면......"

 민정이 갑자기 방의 한쪽 구석을 가리킨다.

 "저게 뭐죠?"

 민재가 답한다.

 "나비? 아니. 나방 같습니다."

 "나방이요?"

 민정이 격앙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저 나방 완전 좋아해요! 제가 나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사실 저는 그것을 굳이 표현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나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정말 놀랐어요. '왜 나방을 좋아하지 않는거지?' 사람들은 나방대신 나비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사람들이 나방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왜 이해하지 못하는거지?' 그 생각 이후로 저는 적극적으로 나방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1티어 구독도 했구요. 빼빼로 데이때는 룰렛을 돌려서 나방의 사랑이 담긴 수제 빼빼로도 받았거든요."

 "그렇군요. 확실히 나방도 아름답기도 해요."

 권형의 말에 교실에 있던 모든 토론부원이 공감했다. 민석을 제외하고 말이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빼빼로는 커플들의 전유물이긴 해요. 진짜 솔로들은 혼자 먹고싶어서라도 빼빼로를 사지 않거든요. 그런 발상으로 저는 커플들을 응징하기 위해 솔로들이 어째서 빼빼로 공장에 침입해 전국에 유통되는 빼빼로를 불량으로 만들지 않는 지 궁금해요. 지금이라도 시민 단체와 업체, 봉사단체들을 모집해서 실행해볼까요?내년 빼빼로데이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민혁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잠자코 있었다. 민석이 말했다.

 "여기에 연애경험이 없는 자가 여섯, 있는 자가 둘. 확실히 전자의 숫자가 많네요. 이왕 이렇게 된거 지금 여기에 있는 둘을 죽이고 가는게 어떨까요? 그게 깔끔합니다."

 "하하. 농담도 무슨 그런걸."

 잠자초 듣고있던 찬욱이 말했다.

 "너희들의 지금까지의 논의는 무의미해. 사실 6666년 후에는 자가 증식하는 고속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이 지구를 뒤덥을 거다. 거기에 갈려나가거나, 고립되서 죽거나 인류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것 뿐이야."

 정장을 입고있는 선화는 토론 내내 교실 한쪽 구석에 서있다가 손가락 마디마디에 갑자기 작은 칼을 쥐더니 그것을 그대로 민재를 향해 3way로 발사했다. 그 칼은 살기에 서렸다.

 토론부원들은 그 칼을 깔끔하게 잡아낸다.

 "오늘 점심은 스테이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