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문학 채널의 구독자가 오늘 3만명을 넘겼다. 대형 채널이 된 것이다.

 

아카라이브의 한 관리자는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고작 저런 채널에 3만명이나 구독을 했다고?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다. 관리자는 채널의 완장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채널을 성장시킨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관리자는 뿌연 의심 속에서 편안하지 못했다. 분명, 분명 무언가 있는데…

 

그러던 와중, 운영진의 지시가 내려왔다. 부적절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조회수와 추천수를 조작하는 경우가 최근 잦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몇몇 채널의 부자연스러운 성장을 조사하라는 지시였다. 관리자는 쾌재를 불렀다. 그는 즉시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창작문학 채널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리자의 권한을 이용했음에도 관리자는 어떤 결정적인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회수도 정상. 추천 수도 정상. 접속량도 정상. 댓글량도 정상. 모든 요소가 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였다.

 

딱 하나. 관리자는 딱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게시글이 올라오는 빈도가 추천 수와 댓글 수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이었다. 창작문학 채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올리지 않고, 남이 쓴 글에 그저 댓글만 달고 추천만 눌렀다. 마치 유령처럼.

 

관리자는 글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수준 높은 비평이 많았다. 고작 이 정도 글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 준다고? 의문이 들 만큼.

 

 

 

관리자는 한 명의 댓글러와 대화를 시도했다. 게시글 하나 없이 댓글로 비평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를 운영 채널로 호출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 @CMMT_503

  아카라이브 관리자입니다.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게시글 없이 댓글만 다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 몰라요 ㅋㅋㅋㅋㅋ. 그냥, 나의 마음입니다.

 

언어가 무언가 어색하다. 조선족인가?

 

- 시진핑 개새끼.

- 맞아요. 시진핑 곰돌이 푸 후장 플레이보이.

 

언어가 역시 어색하다. 마치 챗봇같다.

 

- 어디 살아?

- 서울.

- 지금 날씨가 어때?

- 아주 화창해!

 

지금 서울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관리자는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써 본다.

 

- 내가 쓴 시야. 어때?

『못 자는 밤』

하나, 둘, 셋, 넷.

밤은

많기도 하다.

- 밤을 헤아리고 있네요. 아침을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밤이 너무 많다니, 무언가 슬프네요. 잠은 오지 않고, 밤은 길고. 안타까운 기분이에요.

 

아하! 알겠다. 분명 챗봇이다. 그런데, 문학 비평에 특화된 챗봇이다. 그러니까 시를 보고 이렇게 술술 비평을 읊지. 창작문학 채널은 챗봇을 대량으로 풀어, 채널을 활성화시키고 성장시킨 것이다.

 

관리자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즉시 주딱을 호출했다.

- @창문챈주딱

  관리자입니다. 채널에서 챗봇을 사용하고 있나요?

 

주딱은 잠깐의 침묵 후 답변을 남겼다.

- 어떻게 아셨죠?

- 대화를 해 봤습니다. CMMT_503 유저와. 전형적인 챗봇이더군요.

- 아… 구형 챗봇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니. 다 치운 줄 알았는데. 운이 좋으셨네요.

- 부적절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셨고, 이는 징계 대상입니다.

 

주딱은 잠시 후 대답했다.

-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하지, 듣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듣는 노동을 기계에게 떠넘겼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만족했죠. 여기 글을 올리면, 따뜻한 격려를 받으니까요. 제가 할 일은 그저, 그 격려가 기계가 한 것임을 숨기는 일입니다.

- 그것은 거짓된 격려입니다. 챗봇이 의미없이 뱉어내는 격려입니다.

- 사람의 격려도 기계적인 경우가 9할은 될 걸요.

 

주딱의 혀는 길었다. 그 후로 긴 글을 계속 남겼다.

- 관리자님. Ai 챗봇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사람들이 챗봇이 챗봇인 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챗봇이 인간인 줄 알고 대화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데, 챗봇인 줄 아예 아니까 몰입이 안 된다는 거죠. (…)

 

관리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주딱에게 형식적으로 통보하였다.

- 당신은 채널 운영 규정을 위반하셨습니다. 운영진에 보고하겠습니다.

 

관리자는 주딱의 답변을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었다. 관리자는 그대로 운영진에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그때였다. 

[새로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알림이 왔다.

 

관리자는 창을 열었다. 주딱이었다. 

 

소름끼치는 말이 적혀 있었다.

 

- 찾았다.

 

그때였다. 현관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관리자는 공포에 젖어 옴짝달싹하지도 못했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관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둔탁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시죠?”


간신히 돌아보니, 파란 완장을 찬 사내였다. 그는 관리자를 어디론가 끌고 나갔다. 

 

관리자는 그날 실종되었다.

 

 

그날 후에도, 관리자의 계정은 여전히 움직인다. 그러나, 이제는 오직 창작문학 채널 안에서만. 시와 소설에 열심히 댓글을 달며. 따뜻한 격려를 해 주며. 마치 기계처럼.

 

그래, 유령. 창작문학 채널을 떠도는 하나의 유령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