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과 성향이구요

중딩인데다 국어 이제 막 배우는데

수필이 자신한테 있었던 일 썰 푸는 거랑 비슷한 개념이더라고요?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법도 잘 모르고 국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15회차 짜리 국어 수업 들으면서 보니까 나름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개뜬금 없지만 글 한 번 싸지르러 왔어요

그냥 가볍게 봐주세요 지금 운동 제대로 못해가지고

답답해서 저한테 있었던 일 써보는 거니까

+평소에는 어느 웹소설 2차 창작 하느라 수필이나 이런 쪽 문체 그런거 몰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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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는 그런 적이 있었다.


어느 날과 다름 없는 평범한 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아리송했던 날. 


어제의 휴식은 오늘의 운동이 되었던 날 이였다. 


언제나처럼 하체를 하는 날이었다. 전신의 피가 헛것과도 같이 희미해지며, 다리에 미칠듯한 자극과 함께 수축과 이완의 고통이 가해졌다. 매순간 복압이 풀리고 하나 남은 개수 채우기가 힘들었다.


레그 프레스의 걸린 원판을 한 판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승모근 위로 나를 짓누르는 바벨을 떨쳐내고 싶었다. 유산소를 뛰는 매순간 쉬고 싶었다. 


노력이다. 허나, 고작해야 중학생의 노력. 더 대단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보잘것 없고 하찮은 노력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삶. 그것이 내가 내게 내린 결론이었다. 정작 원하는 것은, 결국 이루지 못한 탈락자.


내게 있어 운동은 그 사실을 덮기 위한 커튼이었다. 청산 위로 새벽의 여명이 터져 흐르면 그 진실의 빛살을 조금이라도 가려주었던 하찮은 천막.  


그 천막 속에서 나는 아팠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그 모든 루틴 끝에 나는 웃고 있었다.


모든 세트를 끝내고 짧은 유산소 끝에 흐르는 마무리와도 같은 땀, 단지 내의 헬스장의 문을 열고 나서면 느껴지던 겨울의 숨결. 나는 그 모든 것을 고행 끝의 환희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대가로, 그러한 환희의 축복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런 고통을 반복해도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 아파트의 자동문으로 들어선 나는,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하나 보았다.


바로 고장난 엘리베이터였다. 우스울 것이다. 지금의 내가 봐도, 하필 그 날에 고장난 엘리베이터는 가히 우스운 일 이였다.

그러나, 하필 하체를 했던 그 날의 나는. 그 순간 온갖 욕을 해댔다.


'전력을 털고 왔더니만, 비상 계단을 통해 집까지 올라가라고?'


고작해야 1년이 겨우 되가는 신축 아파트였다. 아마 나는 그 사실을 빌미로, 우리 단지의 건설을 맡은 회사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내부공사 하나 못한다느니, 숟가락 파듯 느려 터지게 공사해서 고작 이거냐는 둥,


한 걸음의 계단을 오르고, 찢어지기 직전의 팽팽함과, 열흘과도 같은 피로감이 내 다리에 엄습할 때 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욕을 해댔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집 앞 현관에 도착했을 때, 나는 거의 걷지 못하는. 아니, 걷는게 싫어진 상태였다.


억지로 움직여 씻고, 침대에 누워서 칼림바를 만지작거리며 쉬다가,

다시 숙제하고, 내일이나 모래의 운동을 기대하며 잠드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나는 이 일상이 좋다고 생각하던 참 이였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파오던 정강이.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이 개구리배처럼 부어 올라 있던 것은.


병원에 갔다. 어느 낡았다고 할 수도, 신축이라고 할 수 도 없는 애매한 병원에, 실력 있는 의사에게 갔다. 몇 달 전 손상된 발목 인대를 고쳐주었던 그 의사였다.


의사는 내 다리를 보았다. 눌러도 보고, 몇 개월 전의 엑스레이를 보기도 하며, 실시간으로 엑스레이로 내 다리를 보며 주삿바늘로 피고름을 뽑아내기도 하였다.


그 모든 진료와 치료 끝에, 의사는 내 다리를 위한 최선책은 휴식이라고 했다.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창 어느 학교의 준비생이였을 시절.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 하나 있었다. 헬스? 유감이지만 아니다. 헬스는 내가 원했다기 보다는 내가 당한 것에 가까우니까.


내가 바라였던 운동은 복싱이였다.

그리고 4년의 시간 끝에 내려진 탈락은, 내게 복싱을 허락해주었다.


그렇다. 그 날 나는 그 병원에서 헬스만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동안 복싱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얼마전까지. 그러니까 병원에 가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제야 훅을 익히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면 집중해서 관장님의 말을 새겼다. 한 번 한 번의 가르침을 흘리지 않았다. 집중했다. 단 한 점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오른손을 다쳤을 때는 가드만 올리고 잽을 미친 듯이 쳐댔다. 가드는 왜 올렸더라? 아 맞아, 꼴에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고 주워들어서 그것을 가훈처럼 지켰었다.


그 모든 지랄을 하여 느낀 감상은, 음.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빌어먹게도 나는 극한의 하체파였다. 


상체 운동 따위,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등 운동을 제외하고는 그 염병할 짓거리를 할 일이 없었다.


그 결과, 내 상체는 내 체급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었다. 재능이 부족하면 가르침에 집중하고, 안된다면 열 번은 더 해보고, 근육이 부족해도 억지로 움직이던 나날들.

그걸 하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던 날들.


그런 날들이 아작이 난 것이다. 마치 어제 내가 밟아 부순 눈사람처럼, 아주 아작이 나버렸다.


복싱은 눈물을 머금고 쉬었다. 그리고 헬스도,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이 악물고 참았다.

학교 가서, 연말과 고입의 광기에 몸을 맡긴 적이 잠깐 있었지만 그 뿐.


나는 그렇게 열심히 참았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흐르자

빌어먹을 예수님의 생일이 돌아왔다.


나는 무교라서 예수님의 생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그것은 주변 애들이 갑자기 커플이 되는 매우 거지 같은 의미였다.


경박하다 못해 미친년이라 동성으로 밖에 안 보이던 애도,

원래 연애 달달하게 하던 얄미운 애도,

일면식이 거의 없던 누구누구들도


전혀 연애할 생각이 없어 보이던 애들도


남녀 노소 한 쌍이 되는 것. 그래, 이 놈들은


어느 순간부터, 연애를 하고 있던 것이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알 수 없는 반항심이 들었다.


나와 같이 솔로인 친구들과 함께 커플을 욕하고 우정을 다짐했지만, 그렇게 할 수록 더욱 비참해질 뿐 이였다.


그래서, 나는 계획에도 없던 일을 벌였다.


부랄친구.

뜬금 없이 불러서 밥쳐먹고 이름 모르지만 아무튼 볼만 했던 레이저 쇼를 구경하고

노래방에 가서 쌓인 우리의 굉기를 방출했다.


동요를 아는가? 당신이 아는 대중적인 동요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 동요, 우리가 악을 써서 동심이랄 것을 파괴했으니까.


나는 그 노래를, 빌어먹을 커플 새끼들한테 바치고 있었다.

재밌었다. 무계획으로 만난 것 치고는 꽤 열렬히 놀았다.


그렇게 커플에 대한 스트레스를 흩뿌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


크리스마스 다음 날의, 운동 없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미칠 것 같았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의지가 필요한 일 이였다.


아하,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정도 다시 버텼을까.

병원에 다시 찾아갔다. 이쯤되면 익숙한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시작했고, 치료도 했고, 그렇게 오늘도 주삿바늘로 내 정강이를 덮은 피부에 바늘 자국을 몇 개 남기셨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제 이주에서 일 주면 완치겠거니, 하고 있었거늘.


이 의사 양반이. 개뜬금없이 내게 저주를 내렸다.

분명히 한 달만 쉬라고 했던 운동 금지 기간이, 그만 두 달 내내로 바뀐 것이다.


이 겨울이, 나에게 운동 금지의 계절이 되버렸다.


나는 조목조목 따져서 상체는 겨우 허락 받았고, 그렇게 재미도 없고 맛도 없는 저주와도 같은 상체 운동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 써보고 나서 생각해본다. 자신에 대한 고찰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진실된 무언가다. 나에게 그 '무언가'는 의미가 전혀 없어보이지만, 아무튼 나는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생각을 한다. 


단 하나의 생각이 내 뇌리의 중심을 꿰찼다. 그것은,


......미친 나 어쩌다 이렇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