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옛날, 신께서는 살곳을 두고 다투는 태양과 달을 위해 밤과 낮을 만들어줬다. 태양과 낮은 늘 함께였고, 달과 밤은 늘 함께였다.


태양이 낮을 이끌고 떠오르면 꽃과 나무, 동물과 잡것들이 기쁘게 노래했지만, 달과 밤을 반겨주는 존재들은 없었다.


신께서는 그런 달을 불쌍하게 여겨서 달의 친구들을 하늘에 수놓아줬다.


사람들은 그중 작지만 많기에 모이면 거대한 것들을 별이라고 불렀고


거대하고 아름답지만 어디에서든지 볼수 없는것을 극광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별과 극광은, 둘도없는 친구였다. 또한 별은 하나가 아니였다.


***


한 사람이 어둡고 어두운 땅을 거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등불을 들고, 왼손에는 무언가가 묻은 검을 들고.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별자리가 떠다니고 성운이 감돌았지만 이 깊은 어둠을 거둘순 없는것같다. 그럼에도 사람은 계속 걷는다.


그리고 검은 기운이 모두 사라졌을때, 한 여인이 서있었다. 조금 앳된 모습을 한 행인과는 달리, 옛 여신들의 풍요로움과도 같이 과시하는 성숙함이 눈에 띄는 그런 여인이였다. 걸친 옷은 그 어떤 옷보다도 화려하고 신성했다.


"어린 꼬마야. 이 한밤중에 어딜 돌아다니니? "


여인은 색기넘치는 목소리로 눈앞의 행인에게 말을 내뱉었다. 어느새 달은 떠있었다. 하지만 행인은 별 감흥이 없어보였다.


"사람을 찾고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달의 여신 이네렐이시여"


이네렐이라고 칭해진 여인은 행인의 대답을 듣고 코웃음을 치면서 행인 바로앞까지 날아왔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얼굴이 닿을듯한 그런 거리였다. 그러나 행인은 무덤덤했다.


"별을 품은 아이야. 너에게는 육욕이 없어보이는구나. 육욕뿐만이 아닌거같네. 너에게는 그 어떤 욕망도 보이질 않아"


"욕망을 품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행인은 답답함을 호소하듯 왼손으로 가슴을 쳤다.


"구멍난 병에 온갖 술과 음료를 채운다고 한들, 구멍이 사라지진 않는법이죠"


"안타깝구나. 마법사들은 수명이 무한하다고 하지. 거기에 너희 마법인들은 노화까지 조절할수 있으니. 사실상 보내야하는 세월은 셀수없을텐데 그 세월동안 그 어떠한 자극도 받지 못한다는 말 아니니? "


"사소한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대마법사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거의 없을겁니다. "


"넌 그 정도가 너무 심한거 같은데?. 별의 마법사"


별의 마법사는 부자연스럽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대화가 딴길로 새어나갔습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 숲에 있습니다"


"그래. 저쪽으로 가는걸 내가 봤어. 겁에 질린 모습이더구나"


여신이 말을 끝내기도 무섭게 별의 마법사는 성운속으로 사라졌다. 여신은 순간 일어난 상황에 웃음을 금치 못했다.


"욕망이 아예 없는 사람은 없지. 특이한 종류로 발산될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런종류였을줄은 몰랐네? "


***


별의 마법사는 구석에 웅크린 아이를 만났다. 아이의 주변에는 어둠이 날카롭게 다듬어져서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별의 마법사가 다가가자 날카로운 어둠들은 바로 별의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물론 닿지 못했다. 별들은 그 어느것보다도 뜨거웠으니까.


"빛이 약해지면 그림자도 약해진다. 그리고 반대로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도 강해진다. 모든 세계가 평평하진 않으니 그림자는 어디에든 존재할수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였구나"


별의 마법사는 볼수 있었다. 아이를 괴롭히는 날카로운 어둠들을 막는 빛을. 그것은 단색의 빛이 아니였다. 하늘에 펼쳐지는 빛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빛이라고 일컬어지는 극광. 오로라였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극광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정작 아이의 외형은 특이한점이 없는데도 말이다.


"다가오지마"


아이는 작게 읇조렸다.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였다.


"구해주러 온거란다. 걱정하지 말려무나"


"거짓말"


아이는 더 크게 말했다. 빛이 요동치고 어둠이 부러졌다.


"거짓말. 전부 거짓말!. 모두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어!. 근데!. 달이 열번넘게 지났는데도, 태양이 열번넘게 떠올랐는데도, 아무도 안오잖아! "


아이가 크게 소리치자 주변의 어둠은 더더욱 날카로워졌고 아이에게서 나오는 빛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제서야 별의 마법사는 깨달았다. 아이는 어둠에게 괴롭힘 받는게 아니였다. 숨고있었다. 극광을 알 껍데기처럼 두르고, 가시덤불과도 같은 어둠속에 숨어있던것이다. 아이에는 그 어떤 물리적인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마음의 공포가 존재했다.


"이젠 아니다"


별의 마법사는 말했다. 그리고 점점 다가갔다. 어둠들이 날카롭게 휘둘러져서 몸에 상처들을 냈음에도 별의 마법사는 멈추지 않았다. 별의 마법사는 가시덤불속에 들어갔다. 존재하지 않는 가시덤불속에. 그리고 손을 뻗어 견고한 빛을 통과하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제서야 아이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별의 마법사의 얼굴에는 잔상처가 가득함에도 그 어떤 고통의 기색조차 없었다.


"두려움도, 고통도, 슬픔도. 전부 너의 마음속에 가득찼을거란다. 물이 차오르는 밀폐된 공간에서, 차오르면 차오를수록 느끼는 공포처럼. 그런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걸 난 알고있단다. 나 역시 그 고통을 겪어봤기에, 도와주고 싶구나. 그러니 내 손을 잡아줄수 있겠니? "


별의 마법사는 등불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많은것이 섞인 얼굴로 그 손을 잡았다. 그러자 어둠도, 빛도 모두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이는 열번의 달이 떠오르는동안 누리지 못했던 숙면을 취할수 있었다.


***


아이는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보니 매우 넓은 어딘가에 누워있었다. 소파는 따뜻했고 책들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는 이곳이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장소임을 기억했다. 그러나 좀 달랐다. 여긴 어딘가 몽환적이고 이질적이였다.


"폴라리스"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아이는 바로옆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기겁했다.


"누구야"


"무온. 내이름이야. 그리고 폴라리스. 너의 이름이야"


"내이름. 폴라리스라고? "


아이는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폴라리스라는 이름또한 없었다.


"내가 지어줬단다. 폴라리스"


그리고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의 마법사였다. 그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면서 말했다.


"너를 계속 '너', '아이' 라고 부를순 없어서, 이름을 지어줬단다. 이름없는 아이야. 혹여나 불쾌했다면 미안하구나"


"아니요"


폴라리스는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웃었다. 그제서야 별의 마법사도 웃을수 있었다. 무온이라고 자칭한 아이는 무표정했다.


"내가 우려한것과는 달리, 너는 참 밝은 아이구나. 이곳에 빠르게 적응할수 있을거란다"


별의 마법사는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천장이 천문대로 바뀌었다.


"무온. 폴라리스를 안내해줄수 있겠니?. "


"연금실에 대려가도 돼요? "


"안돼"


"만신전에는요? "


"안돼. 처음 여기 온 아이이니. 안전한곳 위주로 구경시키렴. 이곳은 도서관이니 책을 구경시키면 될거같구나"


"넵"


무온은 감정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별의 마법사는 웃으면서 사라졌다. 그러자 무온은 폴라리스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갔다. 끌려가면서 폴라리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 끝없이 이어진 책장, 하늘에 떠있는 뭔지도 모를것들. 흡사 마법사들의 비밀기지와도 같았다.


"저기 근데 어디로 끌고가는거야? "


"비밀기지"


무온은 그렇게 답하고는 더 예기하지 않았다. 마치 직접 보라는것처럼. 어느 문앞에 도착했다.


"비밀기지안의 비밀기지?. 좀 이상하네"


"사실 비밀기지안의 비밀기지안에 또 비밀기지들이 잔뜩있는데. 아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여긴 비밀기지 천지인듯 싶었다. 문을 열자 무언가가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아니, 묶였다고 표헌해야할지 애매했다. 쇠사슬에 묶여있는것처럼 보이는건 바닥의 문양이였으니까.


"왜 굳이 문양을 쇠사슬로 묶은거야? "


"봉인술이 허접하거든. 내 봉인술이"


그렇게 시니컬하게 말하면서 무온은 하얀 분필로 바닥에 또다른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폴라리스는 무온이 그리고있는 문양과 원래 존재했던 문양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 자신도 마법을 좀 쓸수 있었기때문에 이것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마법이라는건 알고있었다. 그러나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하나는 알수 있었다.


"바깥부분은 남두육성을, 안쪽부분은 북두칠성을 그려놓았네"


"남두육성은 생명을, 북두칠성은 죽음을 상징하니까. 봉인된 존재를 죽음으로 억제하고, 봉인술을 생명으로 견고하게 만드는거지"


폴라리스는 별의 마법사가 자신을 찾아왔을때 숨은 방식을 생각했다. 이건 그 반대였다. 자신이 쓴 방식은 외부에 위협을 표출하고 내부에 안전을 견고히 만드는것에 비해, 무온이 사용하는 방식은 내부에 위협을 가하고 외부를 견고하게 짜는것이였다.  더군다나 쇠사슬들은 이제보니 쇠사슬이 아니였다.


여러가지 소재들을 섞어놓은것이였다. 금줄, 겨우살이, 지화, 글레이프니르. 책에서 본것들을 직접 보다니. 폴라리스는 속으로 신기해했다. 하지만 반대로 두려움도 생겨났다.


"대체 뭘 봉인해놓은거야..? "


"사수자리"


폴라리스는 자신이 잘못들은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사수자리로 만들어진 켄타우로스 영웅. 케이론의 위상을 봉인해놓은거야. 아 참고로 봉인술을 더욱 강화하기위해 치천사도 같이 봉인했어. "


폴라리스는 더이상 어떻게 했냐고 묻지 못했다. 말해도 따라가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폴라리스는 마법진을 유심히 살펴봤다. 기독교적 문양들이 많았다.


"왜 기독교적 상징을? "


"다이달로스 궁전이 땅으로 추락하였다고 전하라"


무온은 무언가를 읋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대의 문구처럼 보였다.


"포이보스는 더이상 자기 방도, 점술의 월계수도, 예언의 샘도 없으니. 재잘거리는 물 또한 이미 조용해졌느니라. "


그러자 사슬이 더더욱 강하게 마법진을 옭아맸다. 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소름끼치는, 칼에 의해 살이 긁히는 소리가. 그리고 젖은 나무에서 불이 붙는 소리가, 석판이 부서지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한없이 내리는, 하늘의 모든 창에서 내리는 비와도 같은 소리. 땅을 덮는 물의 소리. 소리


"별자리의 주인을 끌어내리면, 나도 별자리가 될수 있을까? "


"뭐? "


폴라리스는 반사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확답을 내릴순 없었다. 입을 열기도 전에 화상을 입을 수준의 열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으니까. 폴라리스는 고통을 호소했다. 이제보니 폴라리스는 본래 서있던곳보다 더 멀리 떨어져있었다. 언제 뒷걸음을 쳤던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의 주제를 바꿨다. 무온은 양손이 탄 상태로 쓰러져있었다.


"무온! "


폴라리스는 무온에게 달려가려고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순간 허공에 빛으로 이루어진 점과 선이 이어진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았으니까. 별자리였다. 작은 광원은 진짜 별만큼은 아니였지만 타오르고 있었고, 별과 별을 잇는 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가가지 말려무나. 위험하단다"


폴라리스는 뒤를 돌아봤다. 별의 마법사가 서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의 주변에는 별자리가 허공에 수놓아져있었다. 닿기만해도 모든것을 불태우는 별. 별자리를 수놓는 마법. 그것은 별의 마법사의 마법이였다. 폴라리스는 오싹한 생각을 했다. 만약 수놓아진 별자리가 자신을 향했더라면 자신은 좋은꼴로 눈감지 못할것이라고.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구나"


별의 마법사는 쓰러진 무온을 부축하면서 말했다. 무온은 멀쩡한듯한 표정이였다. 그런 표정으로 마법진을 응시하고있었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일렀잖느냐"


"어차피 선생님이 구해주실거잖아요. "


"무책임하구나"


"아니에요"


무온은 별의 마법사를 바라봤다. 웃고있었다.


"믿고있는거에요. 죽음조차 무시할정도로"


그렇게 비밀기지는 또 들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또한명이 늘어났다.


***


그 후로 폴라리스는 무온의 일탈에 자주 어울렸다. 하지만 그 위험은 여전했다. 처음 친구로 사귄 아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였다.


"뭐하러 가는거야? "


"재밌는짓"


"저번에 한것도 재밌는짓이야..? "


"맞아"


"그럼 엄청 위험할텐데"


"위험한거랑 재미있는건 같은거야 폴라"


같이 걸어가던 폴라리스는 순간 멈춰섰다. 참으로 단순한 이유였다.


"폴라? "


"폴라. 이름이 긴 사람들에게 주는 애칭같은거래. 난 이름이 짧지만, 넌 길잖아. "


폴라리스는 이내 무언가를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널 뮤라고 불러도 되지? "


"뮤? "


무온이 고개를 돌렸다. 뜻밖의 무언가를 본것처럼. 처음 보는 표정이였다. 참으로 인상적인 표정이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맞아. 하지만 비슷하잖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음이"


"하지만 넌 날 길들일수 없어"


무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의도 없었고, 환희도 없었다. 평상시의 목소리였다.


"꼭 길들일 필요가 있어?. 우린 이미 같이 있는데? "


"여우는 왕자에게 자길 길들여달라고 부탁했어"


무온이 어느 책에서 나온 일에 대해 논했다.


"너의 눈앞의 인격은 여우가 아니야. 그 인격에게는 소중한 장미조차 없어. 그러니 넌 날 길들일수 없어"


순간 무온의 손에서 매우 날카롭고 소름끼치는게 자라났다. 이윽고 그 형태가 가늘고 긴 창의 형상으로 변했다. 무온이 다음에 할 짓은 뻔했다. 폴라리스는 순순히 맞아주지 않았다. 광자로 변한 폴라리스의 몸은 무온이 내지른 창을 피했다. 하지만 피한것같으면서도 피한게 아니였다.


"겨우살이? "


"발두르를 죽인거야. 맞아"


"하지만 겨우살이는 매우 약하잖아. 발두르를 죽인건 겨우살이가 아니라 겨우살이로 만들고 마법을 입힌 창이였어"


"나자렛의 성인의 옆구리를 찌른 창도 죽은걸 확인한다는 이유로 찔렀음에도 '신을 죽인 창'이라고 알려졌어. 널 죽이는데 단단한 쇠붙이도, 암석도, 고목도 필요없어. "


무온이 다시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이 연기를 내뿜으면서 기화되었다. 마치 정화된것처럼. 그것은 폴라리스의 손에서 뿜어져나오는 빛때문이였다.


"그건 뭐야? "


"나도 몰라. 원래부터 있었어. 원래부터 날 괴롭혀왔어"


이내 그 빛은 폴라리스의 주위를 감돌았다. 그것은 단색의 빛이 아니였다. 프리즘으로 투시되었을때 나오는 칠색의 빛도 아니였다. 그것은 오로지 극성에서만 볼수있는 아름답고도 단명하는 빛이였다.


"...널 가마솥에 통째로 넣으면, 그 아름다운 빛을 영원히 볼수 있을까? "


"아기를 넣은 종도 청아한 소리를 내니까...그렇겠지? "


섬뜩한 말을 들었음에도 폴라리스는 부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무온은 그제서야 대기의 마력을 가라앉혔다. 순식간에 공기가 가벼워졌다. 폴라리스는 생각했다. 무온이 마음만 먹었으면 자신은 반격도 못하고 짓눌러졌을것이라고. 오히려 무온이 변덕스럽고 종잡을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는 내가 광인처럼 보여? "


"응. 광인처럼 보여. 아니면?. 너는 뭐야? "


그리고 무온은 예상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난 그냥 좀 다르게 보일뿐이야"


그날 무온은 비밀기지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다음날 그 비밀기지를 찾았을땐, 이미 부서지고 재로 변해버린 뒤였다. 그자리에는 겨우살이만 남았다. 오직 겨우살이만


***


"너는 왜 이런짓을 하는거야? "


미숙한 폴라리스가 무상한 무온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독서중에 일어난 일이였다. 무엇을 했는지 굳이 말할필요는 없었다. 그 질문은 이미 수십번을 내뱉었고, 그때마다 무온의 답은 달랐으니까.


"이상적이니까"


"또 답이 달라"


"답이 다를수밖에 없지"


무온은 소파위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책으로 얼굴을 덮고는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오른손을 총모양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머리에 겨눴다. 알수없는 행동이였다.


"너의 그 질문에 답해주는 난, 답해줄때마다 죽을테니"


"질문이 달라지는걸 말하는거야?. 그걸 죽는다고 정의내린다고? "


폴라리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온은 언제나 이상했다. 그러나 그게 이상한건 아니였다. 그러나 폴라리스가 그걸 이해하는 상황은 이상했다. 그렇기에 무온은 언제나 무상했다.


"우리 둘이 처음 만났을때에도, 넌 이미 수번은 죽었어. 처음의 딱딱했던 너는 이름을 얻음으로써 죽었고, 무지해보였던 너는 나와 지식으로 대화를 나눴을때 죽었으며, 마지막으로 검은 숲속에서 웅크려 숨었던 겁많은 너는, 쓰러져서 화상입은 나를 구해주고자 하는 용기를 표출하려 할때 죽었어. 나도 많이 죽었어. 너도 많이 죽었고, 앞으로 더 죽을거야"


무온은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폴라리스의 반응은 달랐다.


"그건 너의 논리야?. 아니면 너의 삶을 위한 관점이야? "

너가 생각하는 세상의 본질이야?. 아니면 너의 삶에 대한 태도야?

그순간 무온이 책을 내던지고는 폴라리스는 쳐다봤다. 그러고는 왼손을 심장이 위치한 부분에 얹었다. 새로운걸 찾은듯한 흥분한듯한 표정이였다.


"또 죽었어"


무온은 말했다.


"질문에 질문하지 못하는 폴라리스가 죽었어"


"...그리고 무상했던 무온이 죽었어"


폴라리스는 이제 이해할수 있었다. 그것은 무온을 더더욱 이상적이게 만들었다. 이제 둘은 더이상 서로를 상처입히지 못할것이다.


***


별의 마법사는 폴라리스를 걱정했다. 선천적인 마술적 재능을 지닌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별의 마법사의 우려와는 달리, 폴라리스는 참으로 평범한 성격으로 자랐다. 그건 자란뒤에도 특이한 행동을 일삼는 무온과 비교해봐도 눈에띄었다.


"선생님. 폴라리스 또 술마셔요"


"아 이런 젠장!. 멕시코국경만 넘었어도! "


그렇게 소리치면서 폴라리스는 주변을 극광을 도배하고는 도망쳤다. 술마신걸 들켰으니 한동안은 밖에서 지내야할거같다고 폴라리스는 생각했으나 이내 생각을 거둘수밖에 없었다. 앞도 안보고 도망치던 폴라리스는 눈앞에 누군가 서있다는걸 보고 황급히 멈춰섰으니까.


"어.누구? "


"안뇽안뇽~. 눈색이 이쁜 녀석이구나?. 근데 여기 진짜 차원도서관 맞아?. 예전이랑 비교해봤을때 완전 개판인데?. 아 말이 딴길로 가버렸다. 여기 혹시 별의 마법사 있어? "


순백의 로브와 순백의 장발의 혈색의 눈을 지닌 소녀가 양손에 피를 잔뜩 묻은채로 발랄하게 말을 내뱉으니 폴라리스는 순간 섬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지?. 자객인가?. 선생님 목숨 노리는 녀석들이 많긴했는데. 그새끼들은 죄다 듣보잡이였는데?. 폴라리스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에 찬 칼과 가까워졌다.


"녹스?. 녹스가 온게냐? "


그순간 멀리서 별의 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세 별의 마법사는 성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매즈~. 오랜만이네?. 한동안 만날일이 없었잖아?. 그 부탁이 있는데. 여기 화장실 위치 바뀌진 않았지?. 내가 처리해야할게 있거든! "


그러면서 녹스라 불린 소녀는 검은 봉투를 꺼내들었다. 일단 피가 많이 묻었다. 폴라리스는 생각했다. 아니 시발 그걸 왜 화장실에서 처리하냐고요


"위치는 예전과 다를게 없어. 근데 그건... "


"아 별거 아니야!. 괜찮아. 내가 죽인거 아니야. 아무래도 균열을 통해서 흘러들어온거같아. 길거리에 시체가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할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처리할려고! "


"음. 그냥 이 구역의 치안관에게 맡기면 될텐데? "


"에이~. 매즈 이 눈치없는 새끼야. 여전하구나?. 내가 물감이 부족하거든. "


그러면서 녹스는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다가 대뜸 내앞에서 멈춰섰다.


"이름이 뭐니? "


"..폴라리스입니다"


"녹스라고 해. 백야의 마법사 녹스. 그냥 녹스라고 불러도 좋아. 그리고"


백야의 마법사는 피묻은 손을 폴라리스의 어깨에 얹었다. 그러고는 소름끼치도록 붉은 동공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지옥에 첫발을 디딘걸 환영해. 샛병아리야"


별의 마법사의 두번째 제자. 폴라리스. 그날은 그가 마법사의 자리에 오른 날이였다.


그건 곧 그가 학자이자 전사이고, 자유로운 몸이자 의무에 묶인 몸이 되었다는것이다. 


동시에 그가 겪게될 모든 상황은 비정상으로 흘러갈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폴라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말하는 녹스를


무온은 멀리서 차가운눈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


폴라리스는 대뜸 별의 마법사에게 대결을 신청했다. 대결은 마법 연맹의 오랜 전통을 지닌 델포이 행성에 위치한 승화의 전장에서 이루어졌다. 본래 자신들의 마법을 뽐내어 앞으로 마법사가 가야할 길을 정하는 곳이지만, 폴라리스는 오늘 이곳에서 피를 뿌리려고 했다.


"신성한 곳에서 칼춤이라도 출셈이냐?. 폴라리스"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말했다. 칼을 닦고 있는 폴라리스는 고개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누군지 뻔했으니까.


"크로이츠. 만신전의 고위 사제가 돼서 한참 바쁜 몸으로 여기까지 왔네?. 솔직히 신전에서 일하는건 신성한 일일줄 알았는데. 그 뭐 있잖아. 성유물을 관리하거나, 신과 소통하거나, 믿음을 전파하거나"


"서류정리도 종교적인 활동의 일종이라고 할수있지. 마법사들의 책 또한 글자로 남기듯이, 신들의 말씀도 글자로 남겨야 할테니"


"고문서들을 일일이 필사한다는 좆뺑이치는 일을 그렇게 정중하게 표현하다니. 역시 종교인은 뭔가 다르네"


"그러는 너는, 이제 뭘 할거냐? "


칼을 닦던 폴라리스의 손이 멈췄다. 선명한 녹색과 푸른색이 섞인채 느릿느릿 요동치던 폴라리스의 안광이 빛을 내뿜는걸 멈췄다. 대신 폴라리스가 들고있던 칼에서 극광빛이 감돌았다. 떄가 되었다는것을 알리는것처럼.


"전장에 나간다면, 선생님께서는 날 응원해주실까? "


"나한테 그걸 묻는건가? "


"자기 진로를 찾은 사람에게 묻는거야. 말해봐. 너가 보기엔 난 어느쪽에 적성이 맞아보여? "


크로이츠는 입을 다물었다.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폴라리스는 그녀하고 너무나도 닮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겪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폴라리스가 전장으로 나가도 괜찮을거라고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별의 마법사는?. 그는 길을 찾아주는 선생님이기 이전에 지켜주는 보호자이기도 했다.


"역시 너는 무온하고 너무 닮았어 폴라. 단지 다른 길이 존재할뿐. 너한테 적성이 맞는 길은 두가지 뿐이잖아. "


"그리고 나는 무온처럼 길을 걷고 싶지 않지. 그렇게 보니 남은게 이것뿐이더라고. 역시 난 싸움이 맞아. 얼마나 많은 세계가 얼마나 많은 구원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현자들은 침묵하고, 수호자들은 방관하며, 의지있는 마법사들은 턱없이 부족하지. "


"그걸 너가 바꾸겠다고? "


"뭐 바꾸겠다는건 아니고. 내가 무슨 혁명가도 아닌데. 그냥 내가 이짓거리를 해야하는 핑계를 대는것뿐이야"


"선생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거다"


"그래서 내가 여기있는거잖아. 힘으로 허락받기위해서"


"선생님께서는 널 죽여서라도 막으실거다"


"뭐. 까짓거 한번 죽어봐야지. 그정도 각오는 해놓아도 좋잖아? "


승화의 전장에 별하늘이 수놓아졌다.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장의 한가운데에는 별들과 한없이 가까운 존재가, 수억 태양의 계시를 받은 자가, 대마법사가, 누군가의 선생님이며, 하찮은 한명의 인격이 지금 서있었다. 그리고 폴라리스는 오직 그 이름만을 내세우면서 전장에 발을 딛었다.


"결정을 위한 대결을 신청합니다. 저의 선생님이시여"


"너의 칼에 나 이외의 피가 묻게 하지 않을지어다"


별의 마법사는 받아준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땅으로 끌어내렸다. 순식간에 거대한 초신성이 전장에 떨어졌다. 강력한 섬광이 주변 일대를 초토화시켰으나 그럼에도 폴라리스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그것은 진짜 공격이 아니였다. 포기를 재촉하는 마지막 기회였을뿐이였다.


"..참으로 선생님답군"


폴라리스가 휘파람을 불자, 관중석에 남아있던 오로라가 폴라리스의 검에 감돌았다. 이내 검에 감돈 빛은 전류로 변했다. 그럼에도 그 빛을 잃진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크로이츠는 이러한 활용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빛은 그 종류가 많기 때문에 마법의 종류 역시 다양했다. 마법은 마법의 근원이 되는 속성의 특성, 관련된 신화와 전설등으로 그 활용법이 생겨났다.


여러 세계의 극지 지역에서 오로라라는 현상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형상화된것이라고 여겨졌다. 정작 그 빛의 정체는 자기장으로 발생한 천문현상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마법에는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쪽이 사실이든간에 중요하지 않았다. 마법은 법칙을 왜곡하는 힘이고 그런 가능성들이 많을수록 더더욱 좋으니까.


폴라리스가 사용하는 극광의 마법은 영혼을 연료로 에너지를 만드는 마법이다. 이는 그의 영혼의 총량이 별의 마법사보다도 높기에 가능했다. 


"즉 폴라리스 너는 언제든지 이 하늘 전체에 커튼을 펼칠수도 있다는것이지. 그런데도 넌 여전히 능청스럽게 구는군. "


크로이츠는 말했다. 물론 그 말이 전장에 닿진 않겠지만, 귀가 간지러워질순 있으니까.


"누가 내 예기하나? "


"집중하라"


순간 한눈판 폴라리스의 앞에 성운이 감돌더니, 이내 성운속에서 별의 마법사가 별자리로 이루어진 칼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폴라리스는 뒷걸음 치면서 극광 너머로 몸을 숨기려했지만, 별빛이 더욱 밝게 빛나면서 극광을 그림자로 덮었다. 이내 사방팔방에서 별자리들이 수놓아져 폴라리스를 향해 쇄도했다. 폴라리스는 간신히 몸을 피할수 있었다.


"전장에서는 이정도로 끝나지 않단다"


"아 아주 뼈져리게 알고있죠! "


폴라리스가 그렇게 소리치며 칼을 땅에 내리치자 마른하늘에 극광색 벼락이 떨어졌다. 순식간의 주변 전자기기들이 꺼졌다. 영혼의 에너지로 만들어진 벼락은 별의 마법사의 영혼또한 일시적으로 방전시켰다. 폴라리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칼을 들고 하늘의 커튼으로 길을 만든뒤 빠르게 별의 마법사에게 가까이 간것이였다.


"시발"


폴라리스는 칼을 휘두르지도 못했다. 소름끼치는 살기를 느끼고 저멀리 뒷걸음쳤으니. 그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였다. 별의 마법사의 안광은 깊고 깊은 심우주와도 같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하늘에는 너무 많은 별들이 수놓아져있었으니까. 심지어 주변 조명들이 다시금 켜져 빛공해를 일으켰음에도 별은 밝았다. 그럼에도 밤은 어두웠다.


"천망(天網)"


그리고 별의 마법사는 영창했다. 크게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혼잣말 하듯 조용히 읋조렸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마법진의 문양은 요동쳤고, 하늘에 수놓아진 수억 별들이 서로 서로 선으로 이어지더니 모조리 땅으로 떨어져왔다. 마치 그물처럼. 닿는 모든것들을 조각조각내는 그물처럼 말이다. 폴라리스는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 자신이 따르던 선생님이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이들보다도 강한 사람이라는걸. 그리고 그 강함은 힘뿐만이 아니라 각오또한 있다는것을.


사랑하는 제자에게 끔찍한 마법을 쓸정도로 말이다. 그 제자의 몸이 벌집이 되어도 말이다. 어느세 폴라리스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 별의 마법사의 표정은 고요했다. 비통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포기하거라. 너는 아직 기회가 있단다. 다른 길을 찾아보-"


"안타깝게도! "


폴라리스는 한쪽 무릎을 꿇은채로 칼을 땅에 꽂으면서 말했다. 칼에 감돌았던 빛이 땅으로 스며들더니, 이내 물이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하늘높이 상승했다.


"제가 선생님을 좀 따라하고 싶거든요? "


폴라리스는 짖궂은 웃음을 내보이면서 마법진을 펼쳤다. 그러자 하늘은 더더욱 어두워졌고, 이내 믿기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의 커튼이 수백곂으로 곂치고 교차한채로 하늘에 펼쳐졌다. 그 빛은 별빛조차 잠기게 할 정도로 강했다. 그럼에도 밤은 어두웠다.


"너가 이룩한게냐"


"혼자서 이룩한게 아니죠. 그러니, 더더욱 포기할수가 없습니다! "


폴라리스가 칼을 쥔 손에 힘을주자, 하늘위로 펼쳐진 커튼들에서 빛이 물줄기의 형상으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넓은 천에서 실 여러개가 뽑혀나오는 형상이였다. 단지 그 실들이 너무나도 많을뿐. 그것은 어느 위대한 함대가 행성 하나를 궤도폭격하는것보다도 더욱 엄청난 장관이였다. 빛줄기들은 서서히 내려오더니 이내 매우 빠른속도로 땅으로 내리쳤다. 그것은 마치 벼락과도 같았다. 거대한 벼락폭풍과도 같았다. 그 에너지는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의 영혼을 방전시킬 수준이였다. 즉 자폭이였다. 멀리서 지켜보던 크로이츠는 언령으로 보호막을 두르면서 생각했다.


"폴라리스. 죽는걸 각오하겠다는게 이런거였나..?. "


신앙으로 빗어낸 보호막에 금이 가고 있었다. 그만큼 폴라리스의 마법이 강했었다. 하지만 그때 보호막에 무언가 덧씌워졌다. 그것은 달의 문양을 띄고있었다. 크로이츠는 어느세 자신의 옆에 누군가 서있음을 깨달았다. 은발의 소녀가


"당신은..? "


"쉿. 나중에 외상으로 붙일게"


소녀가 손을 들자, 하늘에 거대한 보름달이 떠오르고, 이내 전장을 휩쓸던 마법이 강한 인력에 의해 달속으로 사라졌다. 전장은 고요해졌다.


"뭔...뭔!?. 아니 내가 밤새서 완성한 마법인데!?. 야이 시발 어떤새끼야!? "


"자살을 참 화려하게 하는구나?. "


그순간 계단을 내려오는 소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별의 마법사의 동공이 커졌다.


"루아? "


"안녕 오라버니~. 다친덴 없지?. 저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드디어 저지른거야? "


"아니. 아니 괜찮아. 근데 너가 왜 여기.. "


"이네렐님이 오라버니에게 문제가 생길거같다고 미리 귀뜸을 주셨어. 뭐 그래도 별의 마법사정도 되는데 뭔일 있나 싶어서 같이 오랜만에 차나 한번 마신다는 생각으로 와봤는데. 그게 진짜로 일어났네? "


루아가 매즈의 몸에 생긴 상처에 손을 가까이 대자, 몸에 생긴 손상 자체가 흡수되어 사라졌다. 물론 그 손상은 마력으로 전환되어 대기중으로 사라졌다. 이내 루아는 저 멀리서 주저앉은 폴라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그래?. 너도 치료해줄까? "


"어... 괜찮다면?. 부탁합니다. 아니 근데 누구세요? "


"... 오빠. 그러고보니 나 소개 안시켜준거야? "


"바쁘지 않느냐. 어쩔수 없었단다"


"애늙은이처럼 말하지 말라니까.. "


루아가 일어서고는 폴라리스에게 걸어왔다. 


"건들지마"


그순간 나타난건 가면을 쓴 청발의 소녀였다. 오른손은 화상자국을 드러내고, 왼손은 붕대로 감겨있었다. 가면은 금이 가 있었으며, 등에는 겨우살이 창을 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클리포트의 나무가 그려진 종이들이 떠올라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폴라리스, 별의 마법사는 물론이고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크로이츠도 경악했다.


"...무온? "


"와!. 드디어 나타났네!. 제발로 찾아오다니. "


"너와 대화를 할게. 그러니까 폴라는 건들지마"


"난 도와줄려고 했는데"


"아니. 너의 손을 허락하진 않을거야. 넌 그에게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루아는 헛소리를 들은것마냥 찡그리더니, 이내 이해했다는듯 웃었다. 그것도 참으로 웃긴듯한 웃음.


"폴라리스라고 했지?. 친구 잘뒀다~. 앞으로 절교하지 마~ "


그러면서 루아는 하늘에 뜬 달에 포탈을 열었다.


"그럼, 월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반드시 와. 아니면 우주공간에 던져줄테니까"


"루아. 이게 대체... "


"미안 오라버니~.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어~. 서로 아는 사람인거 같은데. 내가 잘 대화하고 보내줄테니까 걱정마~ "


그러면서 루아는 사라졌다. 어느세 크로이츠는 계단을 내려와 전장에 발을 딛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폴라리스였다.


"대체 뭐하다가 온거야?. 무온 "


"가지치기"


소녀가 답했다. 무온이 답했다.


"피안화를 가지치기 했어"


"그 피안화가 니 몸에서 자라는거라고는 말하지 마"


"지금은 안자라. 다른게 자랄뿐이야"


"거기서 거기잖아... "


"무온"


별의 마법사가 일어서고는 말했다. 순간 무온은 고개를 돌렸다. 가면을 썼음에도 가면너머의 표정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돌아오렴. 내가 잘못했으니"


"아니에요"


무온은 답했다.


"여기서 죄인은 없어요. 단지 불신자들뿐이죠. 그들은 모두 연옥으로 간데요. 거기서는 고통은 없지만 신은 못만나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것마저 고통이에요. 신을 못만나는게, 구원을, 해결책을 못만난다는게"


"무온... "


"저는 아직도 확신이 없어요. 믿음도 없어요. 그러니 여기 있을수 없어요"


"그래서 도망치려고? "


폴라리스가 말했다. 그것도 검을 겨눈채로


"이러지마"


"니 두 날개를 찢어서라도 널 여기에 묶어놓겠다고 한다면?. 도피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게 고통속에 잠기도록 고문한다고 한다면?. 그 망할 '호기심'이라는게 풍화되어 없어질때까지 간이 쪼이도록 매달아놓겠다고 한다면?. 그래도 떠나겠다고 답할거야? "


"그런 협박은 안통해 폴라. 넌 알아. 넌 날 길들였으니까"


"그리고 넌 내 유일한 존재야 뮤. 그런 너가 또다시 떠나도록 둘거같아?. 나에게 너가 모든 흔해빠진 인연중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만들도록 한게 누구였더라?. "


무온은 답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답하지 못했다.


"또 죽었어. 모든 말에 대답해주던 뮤가 죽었어. 건강하던 뮤도 죽었고,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뮤도 죽었어. 앞으로 얼마나 죽을거니?. 나보다 더 죽겠구나? "


"너에게 별은 너무나도 많아"


무온은 겨우살이 창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내게 극광은, 너뿐이야"


겨우살이 창에 빛이 감돌았다.


"내가 너의 몸에 피가 흐르도록 만들게 하지 말아줘"


"허. 그냥 그때처럼 먼저 공격해보지 그래? "


"그때 말했잖아. 널 가마솥에 담가서 전등을 만들어도, 그 빛이 아니라고. 넌 이해했잖아"


"이젠 모르겠다. "


폴라리스가 내뱉었다. 그 말에 무온은 무음의 탄식을 내질렀다.


"이젠 널 모르겠다고. 더이상 모르겠다고"


무온은 창을 내려놓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더니 가슴에 손을 얹었다. 희미하지만 가파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죽여버렸어"


무온이 말했다.


"내가 널 죽여버렸어. 또 너가 죽어버렸어. 이해해주던 너가... 답해주던.."


"무온..? "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폴라리스는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온. 그러지 말거라"


별의 마법사가 별자리를 수놓으며 말했다.


"..미안해"


이내 무온은 또다시 사라졌다. 누구도 알수없는곳으로. 별의 마법사는 또다시 쓰러졌다,


'선생님! '


두 제자가 쓰러진 별의 마법사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다행히 눈을 뜨고있었다. 그저 몸의 힘이 풀렸을뿐


"선생님..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


"아니"


별의 마법사가 힘겹게 말했다.


"언젠가는 할 일이였다. 언젠가는"


별의 마법사는 폴라리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인자하게 웃었다.


"그 아이가, 돌아오지 않은적은 없잖니? "


"..그렇죠"


***


결국 폴라리스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수 있었다. 마법연맹의 연맹장 역시 이 소식을 확인했다.


"특전부... "


"특전부 지부중에, 델타특전부 사령관 자리가 비어있더라고?. 마법연맹의 방위와 외지 파견을 주 임무로 맞은 특전부야. 당연히 이 개판을 바꾸고 싶은 너에게는 안성맞춤일텐데? "


"이거 낙하산 아닙니까?. 거 별의 마법사의 제자라고 막 주는건 아니죠? "


"걱정마~. 전략전술은 하다보면 늘테고, 특전부 내의 부서들에도 유능한 녀석들은 많고. 무엇보다"


연맹장은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 금색 안광이였다.


"너도 호락호락한 녀석은 아니잖아?. 그 마법. 나도 봤거든. 너같은 인재가 많이 필요해. 우린 앞으로 더 많은 죽이기 힘든 존재들을 죽일테니까"


폴라리스는 이내 어이없다는듯이 웃었다.


"연봉협상은 안할겁니다. 알아서 해주시죠"


"워우. 그럼 쮜꼬리만하게 주면서 부려먹어도 된다고 알아들을게. 이거 비싼 인재네~ "


"대신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


폴라리스는 여전히 사라진 별에게 미련을 품었다.


"사람 한명 추적해주세요. "


별은 많지만, 그 미련은 가시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