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5부 모아보기 

6부(나비(버터플라이)효과(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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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8일, 미국 플로리다 주립 구치소. 여자 미결수들만 모인 이 구치소 안에서 아까부터 계속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한 두 번이라면 몰라도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소리는 그녀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소리의 진원지 옆방에 있던 키 큰 여자가 얼핏 들으면 남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허스키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옆방에서 무슨 짓거리야?! 정신 사나운 소리 내지 말고 가만 못 있어?!”


그 방에 홀로 있던 여자 죄수는 계속해서 침대에 자신의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 여자 죄수, 왼팔에 나비 문신을 하고 앞머리는 노란색, 그 외의 머리는 검은색이라는 기묘한 컬러에 머리카락을 모델처럼 예쁘게 묶은 여자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틀렸어… 끝이야… 어젯밤에 들켰어… 간수한테… 나 이제… 얼굴 들고 못 살아… 콱 죽고 싶어! 젠장!”


다시 그녀는 침대에 머리를 마구 박았다. 옆방에 있던 레게머리를 한 여자 죄수는 그녀의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뭐냐고?! 대체?! 뭐가 어쨌다는 건데? 뭐더라? 네 이름이? ‘죠린’이었나?! 간수라면 구치소 직원 말이야? 들켰다니 뭘 들켰는데?”


“나 이제 시집 못 가!! 뛰어내리고 싶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슬슬 레게머리 여자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래서, 뭐냐고?! 머릴 어디에 박고 있는 거야? 정신 사나우니까 관두라고 쫌! 대체 뭘 들켰단 거야?!”


죠린은 머리를 쥐어 싸맸다.


“그게… 그러니까… 마… 마… 마스터…베…이션… 말이야…”


그녀의 말에 잠시 정적이 돌더니, 이내 레게머리 여자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있어봐… 설마… 방금 들켰다고 했어? 간수한테 자위하는 걸? 오 마이 갓! 어느 간수한테?!”


“오늘 새벽에… 자다가 깼는데… 달빛이 비치는 저기 저 창문 철창 모양을 보고 있자니 왠지… 그만 달아올라서… 그… 문뜩 눈치채고 침대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여기서 제일 젊은 간수가 있더라고. 그 남자가 말도 안 돼 하는 얼굴로… 이 철창 앞에서 서 있더라니까!”


레게머리 여자는 폭소하기 직전이었다.


“알아, 그 남자! 톰 크루즈 젊었을 때 랑 약간 닮은 핸섬 가이! 오 마이 갓! 그, 그래서 너. 얼마나 보여 줬는데? 내 말은, 톡 까놓고 말해서 팬티 말이야! 얼마나 내리고 했는데?”


“잠깐, 그런 것까지 물어보기야? 절대 말 안 해! 하지만 이제 결심했어!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안 할 거야! 맹세해… 내기할 수 있어!”


“과연 그럴까…”


그때, 레게머리 여자의 옆방에 있던 얼굴 곳곳에 피어싱을 한 여자가 소리 높여 깔깔거리면서 소리쳤다.


“눈에 뭐가 씌었기에 그런 철창을 보고 야한 기분이 다 든거야?”


레게머리 여자가 짜증을 냈다.


“시끄러! 잘난척하고 있네! 남의 얘기나 엿듣는 주제에 어디서 유세야! 그러는 넌 안 하냐?!”


“헹! 너희보다 변태 같은 생각은 안 하거든.”


죠린이 철창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잠깐, 누구야 당신? 내기 할래? 누가 더 참는지?”


레게머리 여자도 죠린과 합세했다.


“점심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너 같은 게…”


피어싱을 한 여자는 또 깔깔거렸다.


“바보. 내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몰래 해놓고 안 했다고 우기면 어떻게 증명할 건데? 멍청아!”


“왼손 약지 관절로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어쩔 거야? 당신, 성 관련으로 여기 들어왔지? 약지를 보니까 프로 같은걸. 잘 관찰해보면 몸에 표시가 나게 돼 있거든.”


피어싱을 한 죄수는 당황해 손을 철창에서 땠다. 그때, 간수들이 들어와 소리쳤다.


“유치 번호 21번! 22번! 그리고 29번! 이감이 결정됐다! 철창 앞에 서서 양팔을 밖으로 내밀어!”


유치 번호 21번, 죠린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녀의 어깨 뒤쪽에 태어날 때부터 있던 별 모양 반점이 기묘한 기운을 내고 있었다. 죠린이 간수의 말에 따라 철창 앞에 서자 그 옆에 있던 레게머리 여자가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말한 약지 얘기, 진짜야? 안마사한테 들은 건가? 일본 안마사. 너… 일본계야? 재밌는 애네. 그래서? 넌 뭘 했는데? 뭐로 여기 들어온 거야?”


죠린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난 ‘무죄’야.”


레게머리의 여자가 말없이 죠린을 바라보자 죠린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라고 한다면? 당신, 믿을래?”


이윽고 간수가 죠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자 죠린은 그제야 잊었던 것을 떠올렸다.


‘아… 팬티 안 입었어! 게다가 톰 크루즈도 있네.’


잠시 후, 특이하게 귀가 뾰족한 남자가 면회실에서 죠린을 만났다. 그는 죠린의 변호사였다.


“넌 방금 기소됐다. 그리고 보석은 기각됐지. 죄를 인정하지 않는데다 과거 절도랑 폭행 전과가 있기 때문에 보석은 허용되지 않아. 다시 말해 죠죠. 넌 지금부터 ‘그린 돌핀 주립 교도소’의 관리 수감시설로 이송되어 거기서 재판을 받게 될 거다. 재판이 몇 달 걸릴지는 알 수 없어…”


죠린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변호사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날 죠죠라고 부르지 마요. 그렇게 부르는 건 가족뿐이니까. 그리고 절도라고 해봤자 열 네 살 때 오토바이 잠깐 빌려 탄 거고! 폭행은 열 일곱 살 때 그 양아치가 먼저 시비를 건 거라니까! 더 이상 폭주족 멤버도 아니고 갱단 보스 아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닌데다 학교도 잘 다니고. 선생님도 이 정도면 플로리다 주립 대학은 가능하다고 했는데.”


변호사는 팔짱을 끼며 죠린을 바라보았다.


“죠린… 내게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없겠지?”


죠린의 눈빛이 간절해지고 말투도 더 공손 해졌다.


“그러니까, 난 무죄라 하잖아요! 젖 먹던 힘으로 변호해요 좀! 내가 괜히 스피드왜건 재단 변호사도 부를 수 있는데 당신을 부른 게 아니라고요!”


“당연하지. 너와 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마.”


죠린은 잠깐 침묵하다 턱을 괴며 금세 침울 해졌다.


“저기… 엄마랑 면회는 언제죠?”


“좀 난처하더군. 하지만 괜찮아. ‘관리 수감 시설’로 이감되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 대신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어머님의 ‘차입물’을 가져왔지.”


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수를 불렀다.


“저기. 검사 완료됐으면 제 의뢰인에게 물품 좀 넘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잠시 후, 죠린의 앞에 물품들이 놓였다.


“재판중에는 당연히 죄수복은 입지 않아. 갈아입을 옷과 양말, 속옷, 7cm 이하의 칫솔, 빗, 비타민제, 읽고 싶다고 했던 책과 잡지, 그리고 일본에 있는 네 친척이 쓴 편지까지.”


죠린은 그 중 기묘하게 생긴 금색 펜던트 같은 것을 주웠다.


“뭐죠… 이건?”


“’액막이’라는 것 같더군. 달려 있던 거울은 압수된 모양이지만 뚜껑을 열면 작은 돌이 들어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너희 아버님이 네가 곤경에 처하면 그때 건네주라고 어머님께 당부하셨던 모양이더군.”


“바… 방금 뭐라고… 아버지?”


그 순간, 죠린은 그 안에 있던 무언가에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그런데, 그 상처에서 기묘하게도 피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죠린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자 뒤에 있던 간수가 그녀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너! 무슨 소란이냐? 조용히 못 해?!”


“벼… 별거 아니거든요! 그냥 좀 긁힌 것뿐이에요!”


죠린은 그 펜던트 안에 들어있던 검은색 돌조각을 발견했다.


“뭐지, 이 돌은?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긁힌 건가? 그런데 잠깐. 왜 아버지 얘기가 나와요?!”


“어머님이 지금 너희 아버님에게 연락을 했어. 딸에게 큰일이 났으니 말이야. 하지만 아버님은 해양학자, 현재 남미에 계신 모양이더군. 연락은 받았지만 오는 데에 시간이 걸려.”


죠린은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막상 그 인간이 온다고 해서 뭐가 달리지죠? 아~ 그래요~ 아버지는 내가 17살 때 갱단 보스 아들놈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납치당했다고 오해하고 친척 오빠랑 둘이서 갱단을 박살내고 내 몇 없던 친구도 박살을 낸 사람이니까~ 이 교도소도 어떻게 하겠다 이거죠~?”


죠린은 펜던트에 놓인 돌조각을 치웠다. 그 밑에는 쿠죠 죠타로와 그의 아내 쿠죠 안나 체펠리의 사진이 있었다. 죠린은 사진을 보더니 펜던트를 벽에다 집어 던졌다.


“필요 없어! 이딴 물건 따위!”


펜던트는 벽에 맞고 떨어져 하수구로 굴러 들어갔다. 그때, 죠린은 그 기묘한 돌에 찔린 손가락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대수로운 상처는 아니었네. 짜릿하긴 했지만…’


곧이어 간수가 그녀를 다시 데리고 들어갔다.


“아무튼 난 죄를 인정 안 해요. 다음엔 언제 만나죠?”


“이틀 뒤에 가지. ‘그린 돌핀 교도소’ 내 ‘관리 수감 시설’로… 부디 몸조심해라. 죠린 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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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6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