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날 황색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지나가던 고양이를 보고 발라당 웃는,

말간 눈동자에 태양과 구름을 담던-

책가방 맨 주색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방긋이 미소 지으며 종터로 가는,

이른 황혼때에 춘몽을 심장에 담던-

띠를 두른 홍색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몸을 이끌어대는 가슴에 탄을 때는,

침실 벽 한중간에 야망을 걸어 놓던-

뜀박질하는 자색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사랑의 손을 맞잡고 카페트 위를 걸어가는,

한아름 품에 안고 조심히 달려가던-

받치고 선 청색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발라당 웃는 아이에게 미소를 주는,

태양과 구름의 이야기를 들려 주던-

주름이 진 녹색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투닥대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는,

박수를 받으며 사진을 꺼내어 보던-

설피 앉은 갈색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새가 앞마당에서 지저귀어주는,

아쉬운 인사를 먼저 건네던-


언젠가부터는, 회탁의 거리를 걷는 듯이, 세상은 뿌연 안개로 둘러싸인 채, 묵묵한 소리만이 들려온다.

이따금씩, 한 줄기의 빛이 내려온대도, 끊어지는 일이 염려되어, 쉬이 잡아챌 생각 따위 하는 나날이 없노라.

색이 바래 가는, 이 날개는 언제쯤 펼쳐야 하는가? 앉아 있었던, 나의 절반은 이미 구름 위로 날아갔는가?

순백의 깃털에 비친 태양이 너무나도 반짝여 와서, 한시 급히 나도 저리로 올라가야겠다.

오오, 끝마친 일은 다시는 나를 부르지 못하리오, 무르지 못하리오,

언젠가, 지금, 나 또한 하늘을 바라보아야 되겠다. 그러고서는 날아올라야 되겠다.

누군가 부르짖는다 해도 괘념치 않다, 어딘가 쓰라려 온다 해도 상관치 않다,

그러나 절반이 밀어버린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런 같잖은 말들은 나올 때 없이, 두 눈은 간질거려 온다.

회탁의 기로에 선 나는, 백으로 가리오, 아니면 흑으로 가리오, 또는 어디로도 발걸음을 정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럼에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