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 몸이 뜬다. 찰나의 공백 이후에 느껴지는, 추락의 저릿한 감각.
“...”
그러나 추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 아래서 받쳐지듯 붙잡혀, 허공에 매달렸다.
이 시점에서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언짢으면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죽일 수 있는 존재 앞에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
여전히 그것은 말이 없다. 내가 질질 짜면서 목숨이라도 구걸하길 바라는 걸까?
그러나 조금도, 조금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녀의 무감정한 산호색 눈동자 위로 드리워진 내 실루엣은 미동조차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분명 그것은 내 심장 안에서 살아 움직였으니까.
그런데도 차갑게 식어버린 내 마음은 그것을 배신했다. 왜 그랬냐는 물음에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있던, 이제는 회랑의 얼룩이 되어버린 저 여자에게서도 그런 감각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내 심장은 납덩이처럼 차갑다. 이해할 수 없다. 그리도 어렵게 손에 넣은 온기가, 그새 어디로 사라지고 만 걸까.
의문을 품는 와중에도 목을 조르는 탓에 조금씩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간다. 그것의 날카로운 눈매를 타고 뚝, 눈물이 배어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음을 배신당하고, 호의가 무참히 짓밟혔음에도 그것의 눈에는 분노와 증오 대신 깊디깊은 슬픔이 고여 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죽고 난 다음에는 이해할 수 있을까. 시야가 흐릿해지며, 이젠 그것의 달싹이는 입 모양조차 읽기 어렵다.
그리고 툭, 이내 의식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