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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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지원은 현관 패널에 날아온 수없이 많은 스팸 메일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뒤 낮에 넣어 둔 세탁기 안 빨래들을 걷어 대충 널어 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데이터 메모리를 바라보았다.


“과연… 뭐가 들어 있을까?”


지원이 그렇게 생각하며 관자놀이에 그것을 끼우려 할 때, 지원은 메모리가 구멍에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BDV 용이잖아? 대체 뭘 넣어 놓은 거야?”


지원은 HMD를 가져와 거기다 데이터 메모리를 꽂은 뒤, 머리에 썼다. 한 차례 빛이 반짝이더니, 무언가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갑자기 지원의 온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BDV, 야동이잖아…!’


지원의 시점은 어느 남자,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드는 전라의 여인이었다. 주변은 어두운 네온사인 불빛이 가득하고 멀리서 끈적하고 야릇한 음악이 들려왔다. 아무튼, 여자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남자(BDV니까 지원이기도 했고)와 혀를 섞거나 남자가 직접 여자의 젖가슴을 핥기도 했다.


“오옷…! 싼다!”


BDV 속의 여자가 교태 섞인 신음을 토해내자, 지원의 목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허리가 쭉 휘었다. 여인은 숨을 헐떡이며 분홍색 메니큐어를 바른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어때요? 사장님.”


그리고, BDV는 거기서 끝났다. 지원은 HMD를 벗고 엉망이 된 침대 시트와 바지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쉰 뒤 또다시 세탁기를 돌리고, 끓어오르는 욕구를 마저 처리했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자, 지원은 그 BDV가 꽂힌 HMD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영감이 잘못 보낸 거 아니야? 존나 꼴리는 야동이기는 한데… 일단 조 씨한테 연락해 볼까?”


지원이 전화를 걸자, 오래지 않아 받았다.


“그래, 미세스 리. 뭐 알아낸 거 있어?”


“그게… 그 사람이 잘못 준 것 같아.”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데이터 메모리가 BDV용이었어. 그래서 꽂고 틀었는데 야동이 나오더라고, 어느 남자가 창녀랑 떡 치는 내용이었어. 장소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빡촌이겠지.”


“흐음… 그분이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하실 분은 아니야. 그거, 나한테 지금 보내봐.”


“갑자기? 왜? 팔팔할 나이는 아닐 건데?”


“그런 용도가 아니라 아마 그 안에 중요한 게 있을 거니까 보내달라는 거야.”


“뭐, 알았어. 잠시만… 보냈어.”


“그래, 잠시 끊어 봐. 금방 연락할 게.”


연락이 끊기자, 지원은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도 뭐하다고 갑자기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사 온 뒤 옷가지를 담은 상자를 아직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자를 열어 옷을 하나 하나 정리하던 그녀는 상자 깊은 곳에서 옷 하나를 발견했다. 말 그대로 중요 부위만 대충 가리는 옷이었고, 이걸 본 지원은 얼굴을 붉혔다.


“이게 아직도 있네… 대학때 입던 게.”


지원은 그것들을 들어서 바라보며 정말 난잡하기 그지없었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다 이내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렸다.


“그래… 레나 말마따나 걸레 년이 따로 없었지.”


그때, 그녀는 순간 호기심이 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난 건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그것을 다시 입었다. 허전하기 짝이 없는 느낌에 전신 거울 앞에 선 지원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창피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젖꼭지는 아무것도 안 입은 것처럼 옷 너머에서 느껴지고… 아래는… 아주 씨발 그냥 당장이라도 박히고 싶다고 광고를 하는 구만… 과거의 나란 걸레 새끼는.”


그때, 조 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래, 조 씨. 뭐 찾은거라도 있어?”


“당연하지. 그 BDV는 포르노 사이트에 돌아다니던 건데, 의외로 얼마 안 됐어. 1달 전 꺼야. 촬영된 위치는 성북구 길음동의 집창촌이고. 정확한 위치는 여자 얼굴이랑 데이터 베이스를 대조해봐야 알아. 레나 양이나 인호 붙여 줄까?”


“그래주면 고맙지.”


연락이 끊기자, 지원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갈음동 집창촌이면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방황하며 난잡한 생활을 즐기던 자신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한때 그곳의 레즈비언 바를 들락날락거렸던 것을 떠올린 지원은 그때의 뜨거운 기억을 순간 떠올렸다가 급히 잊으려 했다.


‘나도 참 안 변한다니까, 남사스럽게. 옷 갈아 입고 출발 해야겠다.’


지원은 이번에도 적당히 옷을 입으려다, 문뜩 젊었을 때(난잡하던 때 말고 지금의 남편을 만난 이후) 생각이 났는지 사 놓고 ‘이 나이에 안 어울린다’며 남편 앞에서만 입던 미니스커트를 꺼냈다.


‘맞으려나… 으음…’


다행히 미니스커트는 그대로 잘 맞았다. 지원은 체형에 변화가 없음에 대해 안도하며 집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곧바로 차로 가려던 그때, 지원은 여태까지 물어보려다 잊어 먹은 것을 드디어 떠올리고 입구에 앉아 있던 집주인에게 물었다.


“아저씨, 계속 궁금했던 건데 저 쓰레기 더미는 누가 안 치우나요?”


집주인은 담배를 태우며 지원이 가리킨 길가의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더니 다시 담배 태우는 것에 시선을 집중했다.


“안치운지 꽤 됐어. 여긴 환경미화원이 오기에도 위험하고, 무엇보다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도 없거든. 여기 사는 사람 중에 청소부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나랑 아가씨 밖에 없을 걸?”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움직였다. 또 그 앞에서 얼쩡거리는 갱단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꼬리를 내리며 물러났다. 차를 몰고 움직이기를 1시간 30분, 미아리 집창촌 인근에 도착한 지원은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모이기로 약속한 길음역 10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10여 분 후, 레나와 인호가 지하철역에서 올라왔다.


“요, 언니! 먼저 와 있었네?”


“그래 레나, 어제 마신 술은 좀 깼어? 인호 너는? 오랜만이네.”


“네, 지원 씨. 그런데 조 씨가 여기로 보낸 이유가 뭐죠?”


“설명 안 해줬어?”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지원은 허탈하게 웃었다.


“잘 들어, 최대한 짧게 설명해 줄 테니까. 난 지금 삼성 회장 일가를 추적하고 있어. 그 사람들의 행적은 기밀 급이라 언론에서는 전혀 보도가 안 돼. 하지만 삼성의 고위급 임원이라면 그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고 있겠지? 그래서 행적을 찾다가 여기 온 거야. 임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여기서 일하는 창녀랑 떡 치는 BDV를 찾았거든. 우리는 조 씨가 그 창녀가 일하는 곳을 알아 내면, 거기 가서 그 여자랑 만나 그 놈이 진짜 임원이 맞는지, 맞다면 그 놈의 행적 같은 걸 알아내는 거야.”


레나는 감탄했다.


“오오, 결국 삼성 황제한테 책임을 묻기로 한 건가요?”


지원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때마침, 조 씨에게 전화가 왔다.


“미세스 리, 레나랑 인호와는 만났어?”


“그래, 지금 옆에 있어.”


“타이밍 좋군. 그 여자가 일하는 곳을 찾았어. 길음역 10번 출구에서 앞으로 쭉 가면 있는 ‘파라다이스 유흥주점’이야. 거기서 쓰는 이름은 ‘올리비아’, 본명은 장수아고 35살. 외형은 봤을 테니까 가서 알아 봐.”


“고마워, 조 씨.”


“별말씀을.”


통화가 끊기자, 지원은 몸을 풀고 주머니에 넣은 권총을 슬쩍 만진 다음 조 씨가 말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나와 인호도 그 뒤를 따랐다. 2블럭 정도 걸으니 왼편에 꽤 커다란 유흥 주점이 있었다. 조 씨가 말한 ‘파라다이스 유흥주점’이었다. 세 사람이 입구로 들어가려 하자, 양복을 입은 덩치가 길을 막았다.


“신분증 보여주시죠.”


먼저 지원이 전자 신분증을 보여주자 바운서는 설렁설렁 신분증과 지원을 바라보더니 이내 통과시켰다. 다음으로 레나가 신분증을 보여주자 바운서는 엄격하게 몇 번이고 살피다 통과시켰다. 마지막으로 인호가 다가오자, 바운서는 신분증을 보지도 않고 통과시켰다. 인호는 당황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고, 다른 둘은 웃음을 참으며 당장이라도 바운서에게 항의하려는 얼굴인 인호를 끌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네온사인 빛이 번쩍이면서도 어두운 유흥주점에서는 BDV에서 분명히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룸? 아니면 홀?”


지원은 주변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다른 둘을 슬쩍 바라보다 말했다.


“룸으로.”


여자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여기 남자 하나 여자 둘, 12번 룸으로.”


다른 여자에 이끌려 셋은 방으로 갔다. BDV에서 본 것처럼 코팅이 되어 있는 어두운 색 소파와 나무 탁자가 있는 방이었다. 여자는 지원에게 패드를 주며 말했다.


“그걸로 술과 안주, 그리고 가져다 줄 여자를 고르시면 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지원은 쭈뼛쭈뼛 앉은 인호에게 말을 걸었다.


“인호, 왜 그래? 아마추어처럼. 저런 여자 처음 봐?”


“그게… 이런 곳은 처음이라. 하하…”


지원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이런 데는 아니더라도 저런 여자는 몇 번 만나 봤을 것 같은데.”


레나가 소파에 푹 기대며 말했다.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니까요. 그래서 저한테 들이댔다가 깨졌죠.”


인호는 못마땅한 얼굴로 레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저도 이런 곳은 처음이라서요. 언니는요?”


지원은 계속 패드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도 남편 만나고 나서는 온 적 없어. 근 10년 전에나 와봤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술 뭐 먹을래? 참고로 밖에서 2000원 하는 소주가 여기서 7000원이다.”


잠시 침묵이 돌았다.


“그럼 그냥 소주 시킨다?”


“네.”


“상관없어요.”


“아, 레나. 혹시 이 방에 숨겨진 카메라나 녹음기 같은 거 있는지 찾아 봐.”


레나의 초록색 눈동자에서 빛이 잠깐 일었다.


“여기 있는 TV랑 노래방 기기 말고는 없어요.”


“그럼 다행이고. 그리고… 찾았어. 올리비아, 본명 장수아. 2028년생 키 168cm, 체중 60kg F컵.”


“F컵이라니, 나보다 큰데…?”


“놀리는 거냐?”


당황한 레나는 팔을 휘저었다.


“아니요, 그럴리가요.”


“그럼 됐어.”


잠시 후, 그 여자가 방에 들어왔다.


“올리비아입니다. 주문하신 소주 3병 드릴게요.”


지원이 손짓했다.


“여기 앉아.”


올리비아가 지원의 맞은편, 인호의 옆에 앉아서 술을 따랐다.


“세 분 다… 저로 상관없으신 가요?”


지원은 먼저 자기 앞의 잔을 한 번에 비운 뒤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잠시 우리 물음에 답해줬으면 해. 떡을 치든 뭘 하든 그건 다음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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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시절 입고 다녔던 옷. 속옷이 아니라 진짜 옷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복장인가 하면 그러려니 하자. ai의 한계로 나이들어 보이게 나왔다.)

(남캐는 ai가 억까를 한다.)

(매춘부 올리비아, 설정 대로 그렸지만 필자의 취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