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물에 푼 듯이,

짙은 갈색빛을 띄고 

내 잔에 차 있는 물웅덩이.


나는 네가 싫다.

넌 내 두 눈에 들보를 심고,

덜덜대는 두 손을 억지로 붙드니.


숨어버린 해는

내 눈꺼풀 뒤에서 이글거리고,


넘겨야 할 책 페이지는 

물에 풀어헤친 듯 흐릿하기만 하다.


그래, 나도 안다.

될 일은 준비가 증명한다는 건,

바람만으론 허파나 부풀릴 뿐이라는 건,


그러니, 싫은 너까지도 끌어왔지.

내 피에 널 흘려보낼 이유가 뭐가 있겠나.


내 시계의 반을,

오늘만 그대가 먹어주게.


넘어간 해도 눈꺼풀에 담아

이 야밤에도, 눈에 불을 켜게 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