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요동친다.

눈보라는 문 장지를 흔들며

불전의 고요함을 앗으려 들고,

그 속 홀로인 노승은

며칠이나 걸음을 빼앗긴 채,

태연한 미소나 지어 보이는 부처에게

공복을 공양하고 있다.


공양하는 노승의 몰골은

모래시계나 다름없다.

살도 점점 모래처럼 바스러지는 듯

배는 오그라들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은, 분명

기약 없는 잠으로 그를 인도하고 말겠지.


그럼에도, 노승은 태연하다.

결국에는 저 눈보라도

봄이면, 찰나의 아우성으로 기억될 것.

무릇, 모든 것에는 오감이 있으니

잠시 빌린 그릇을 선뜻 내놓는 일이야,

가장 당연한 일이자, 가장 쉬울 일이라는 듯이.


어느덧, 눈보라도 입을 다물고

댓돌 아래 바닥도 푸르르게 물들자,

노승은 고된 공양을 마친다.


힘을 다하여 마지막으로 울린

보리수나무 목탁 소리가 불전을 흔드니,

머리 위로 보리가 빗발치네.

깨달음이, 맺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