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강은
수많은 시선 속에
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얄팍한 허영에 빠져
도시의 경관을 그대로 베껴
절대로 그 흙과 모래로 얼룩지고
울퉁불퉁한 바위로 가득한
어두운 속내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마침내, 강은
구름이 끼고 비가 빗발치는 날
화려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그 흙탕물 같은 속내를 드러내며
모조리 썩어들어간다

이 강이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갓 나온
작고 여린 시냇물일 적에는
아무런 욕심 없이
그 맑고 투명한 물 속에
본래의 모습을 여실없이
드러내 주었을 것이다

도시 한가운데를 장식하는 강보다
깊은 산 속의 평범한 맑은 시냇물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