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기획해 둔 설정이지만, 도저히 추가적인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방치하고 있었던 설정입니다. 작품을 서술할 의욕도 그다지 나지 않고, 정말 괜찮은 설정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게시해 보고자 합니다. 평가나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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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기괴한 외형의 인물이 나타나 혹자(택시기사)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5000만 원이라는 현금을 지불할 테니, 10시간 내에 10명의 사람을 죽이라는 제안이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정확히 이 시점으로 되돌아와 10명을 죽인 사실 자체를 없애 줄 것이며, 100억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실패하더라도 굳이 5천 만원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얻은 그는 거래를 수락하고, 5000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값비싼 식사와 음주를 즐긴다. 

 

그러나 그가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중, 한적한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한 명 치게 된다. 상대는 즉사하였고(첫 번째), 그와 동시에 조수석에 이전의 인물이 나타나 거래를 착실히 이행해 주고 있어서 기쁘다는 말을 남긴 뒤 사라진다.

 

그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자수를 하고자 하지만, 만약 자수를 한다면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던 자신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그는 9명을 더 죽이면 이 모든 일이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기억하고, 9명을 더 죽일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그럼에도 사람을 더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수를 위해 경찰서에 전화를 하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아 실패한다. 결국, 그는 사체를 트렁크에 싣고 경찰서로 향한다. 그러나 그렇게 가던 도중, 정지신호를 받고 잠시 서 있는 사이 어떠한 취객이 택시에 태워 달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바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자 했지만, 심한 욕설과 폭언이 이어졌고, 심지어는 택시의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을 태울 것을 종용한다.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태웠고, 그는 뒷좌석에서 잠에 든다. 문득 남성은 그러한 상대를 향한 살의를 느끼고, 여러가지 생각을 한 끝에 상대를 살해하고(두 번째), 두 개의 사체를 모두 유기한다.

 

이 시점부터 그는 살해할 사람을 찾아 방황하기 시작하지만, 피가 묻은 택시에 탈 사람은 적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어둠을 틈타 차를 세척할 수 있는 회사로 되돌아 온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라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빨리 세척을 끝낸다. 그 시점에서 그와 그다지 관계가 좋지 못한 다른 기사가 되돌아오고, 그는 상대를 사무실에 부른 뒤 살해한다(세 번째).

 

누군가를 태운 뒤에 살해할 의도로 도시를 돌아다니지만, 주말도 아닌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그는 자신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한 사람에게 늦은 시간에 식사를 대접해 주겠다고 말하고, 그를 만나 살해한 뒤 도주한다(네 번째).

 

더 이상 죽일 상대가 남아있지 않자, 결국 늦은 시간 한적한 편의점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편의점 직원에게 물건을 찾는 척 연기를 하고, 그를 돕기 위해 나온 직원을 술병으로 머리를 가격하여 살해한 뒤 창고로 옮긴다(다섯 번째).

 

그가 대충 정리를 마친 뒤 창고에서 나왔을 때, 한 명의 손님이 동시에 들어온다. 상대는 그를 편의점 직원으로 착각하고 담배를 꺼내 줄 것을 종용한다. 그는 최대한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고 담배를 꺼내 주려고 하지만, 그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과 소매에 튄 혈액, 한 구석에서 놓인 깨진 병과 혈흔을 발견한 상대가 도주하기에 이른다. 그는 도망치는 자를 쫓아갔고, 발에 걸려 넘어진 상대를 주먹으로 때려 제압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다(여섯 번째).

 

상대가 도주한 장소는 거주지가 모여 있는 장소였고, 소동 속에서 목격자가 등장한다. 그는 서둘러 그 장소를 빠져나가고자 자신의 택시로 향하였지만, 추격 중에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급한 마음에 주위에 정차되어 있었던, 자신이 죽인 손님의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여 도주한다.

 

자동차가 출발한 순간, 옆에 있었던 한 여성이 깨어나 그가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녀는 그의 몸에 튄 혈흔을 바탕으로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유추해 냈고, 남편의 안전을 묻거나, 자신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등을 묻는다. 그녀는 최대한 그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며 협조해 준다면 모든 일이 괜찮아 질 것이라 역으로 설득한다.

 

여성은 그가 광기에 서린 자라고 평가했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그녀는 뒷좌석에서 잠들어 있는 자신의 아이의 목숨만큼은 살려줄 것을 부탁하고 결국 그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다(일곱 번째).

 

뒷좌석에서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상당한 고민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자신이 실패한다면, 그 아이는 영원히 고아로 남을 것이며, 살아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실패한다면 그냥 죽는 편이 나을 것이고, 성공한다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기에,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 중얼거리며 아이 역시 살해한 뒤에, 사체를 태운 채로 도주한다(여덟 번째). 그러나 이미 신고가 들어와 있었고, 그는 추적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경찰에게 쫓기기 시작한 그는 결국 자신의 자택으로 향한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죽인다면, 정확히 10명을 채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자택으로 향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점차 그를 향한 추적자는 늘어나기 시작하며, 여유는 더욱 없어진다. 결국 간신히 집에 들어섰고, 자신의 어머니를 마주한다.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마주하며, 모든 일이 괜찮아 질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눈물을 흘리며 모친을 살해한다(아홉 번째).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내를 죽이기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며 아내를 찾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그 시점에 집에 없었다. 아내가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밖으로 나서야 했지만, 이미 집은 경찰로 포위가 된 상태였고, 현관문 앞에서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윽고 공구가 동원되어 현관문이 부수어 질 지경에 이르자, 그는 부엌에서 칼을 빼 들고 현관의 앞에 서서, 단 한 명만 죽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말을 되뇐다.

 

그러한 대치상황 속에서, 현관에 있는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이 들어온다. 옷에는 피가 튀어 있고, 두 눈은 충혈되어 있으며, 양 손은 피로 물들어 있으며, 한 손에는 칼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악마를 연상한다. 이윽고 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에 쥔 칼로 스스로의 경동맥을 가른다(열 번째).

 

이후 인물이 전환되며, 기괴한 외형을 가진 이가 말하고 있다. 그는 그 사람이야 말로 최고의 참가자였다고 칭송한다. 원래라면 결국 10번째를 채우지 못한 채로 이야기가 끝나야 했지만, 멋진 방법으로 그 조건을 달성하였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평가한다. 그는 약속대로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었고, 그에게는 100억을 지불했다 말한다. 다만, 이후로 같은 게임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라 덧붙인다. 악마는 약속을 지키지만, 결코 지는 내기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혹자는 그 이에게 내기에서 승리한 자는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질문한다. 상대는 이후의 삶의 모습은 자신의 흥미 밖이기에 굳이 관찰하거나 다시 그를 만날 의사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한 마디를 덧붙이며 이야기를 끝낸다.

“다만, 죄를 지은 적이 있는 자는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다고 하더군요. 가령, 수 억에 달하는 돈을 갑자기 기부하기도 하지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저와 만나 이긴 자들이 더러 있을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