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이여,
여기 이 생의 발자취를 고하나니
그 끝이 닿을 곳은 어디인가

한 명 부여받아
빚어지며 새겨져 이 몸에 담긴
하늘의 뜻을 펼쳐내려

다른 생명을 거름삼아
이 생명을 꽃피워내
켜켜히 묵혀진 업의 무더기에 발효된
이 혼의 향취는 어떠한가

생명을 품은 자들은 말해왔다
그 몸은 더럽다고
그 몸은 썩어빠졌다고
그 몸을 정화해야 한다고
그 몸을 저리 치워버리라고

부당한 월권의 사적제재에 굴종했으니
이 혼조차 더럽혀졌는가

판관에게 고하나니
본 혼령은 천명으로 부여받은 본성을 억압하며
자의적인 법도에 복종하는 하극을 벌였다

이제 주어진 생명을 반환하며 간청하니
답해주시라
이 일생은, 천상을 만족시켰는가
판관의 심판은 생명들의 구형을 인용하는가
판관의 심안은 생명의 틀 바깥까지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