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염통이다. 씹을 때 쫄깃하게 피가 왈칵 쏟아져나오며 내가 사냥감 위에 군림했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먹고 남은 고기는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얼렸다 먹는데, 역시 신선하지 않아서인지 맛이 없다. 고기를 가끔 구워 먹거나 말려서 육포로 만들거나 장조림으로 만들고 젓갈 따위로도 만들지만 역시 날것으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오늘도 식칼을 들고 사냥감의 입을 막은 뒤 칼로 15cm 정도를 푹 찔렀다. 이것은 나를 무시한 썩어빠진 세계에 대한 항쟁이자 분노이다. 나는 마치 사자가 새끼 임팔라에게 달려들듯이 급히 사냥감에게 달려들었다. 어린 사냥감이 울면서 발버둥치는 것을 숨통을 막은 후 찔렀다. 사냥감의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핥았다. 나는 오늘도 사냥에 성공한 것이다. 왈칵 쏟아져나오는 피를 마신 후 갈비뼈를 들어내고 씹어먹는 염통, 역시 신선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나도 모르게 망치로 두개골을 부수고 뇌를 꿀떡 하고 먹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다. 얼마 되지 않는 살을 파먹으며 격렬한 흥분과 기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