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외로운 시기가 있다. 난 그 시기를 좋아한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려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난 누군가와 만났다. 가끔은 나를 뒤돌아볼 작은 친구를 어느 날 갑작스레 만났다. 15센치의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그 생명체와 나는 동거한다. 작고 소중한

 

공벌레와 함께.

 

나도 알고 있다. 분명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 내 머리 위에 올라가있는 이 15센치 괴생명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다. 이 녀석을 처음 발견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니까 이틀 전, 금요일이었다. 알바를 하던 편의점에서 월급을 받고 기분좋게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저녁에 오랜만에 고기 반찬을 배달시킬 생각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하였다. 내 방에서 마구 기어다니던 검은 벌레가 내 눈 앞에 보였다. 피곤해서라고 생각하여 애써 부정해보았지만 녀석이 내 얼굴 위로 올라오면서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 날, 나는 인류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느낀 것만 같았다. 마치 다리를 다친 얼룩말이 3일을 굶은 사자를 마주하였을 때 이런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하는 야생의 공포가 느껴졌다. 나는 그 녀석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녀석은 내던져지더니 몸을 말았다. 몇 분후 몸을 피다가 뒤집어져서는 그 수많은 다리를 마구 움직이면서 꿈틀거렸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보고 있기 어려웠기에 그 녀석을 힘겹게 다시 뒤집어 주었다.

 

이런 녀석이 왜 우리집에 있는건지 왜 이 정도로 큰 공벌레가 이 나라에 살고있는 것인지 여러 의문이 들 순간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생! 잘 지내지?”

“나야 잘 지내지. 왜 전화했어?”

 

동생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너 혹시 집이야?”

“응.”

“그럼 내가 보내준 선물 봤겠네?”

 

선물? 집 안에 선물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내가 쓰던 물건들만 있었고 처음보는 것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 공벌레만 빼고. 아. 이 공벌레가 선물이구나. 난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눈치챈 형은 재빠르게 내 분노에 대응하였다. 전화하던 내 휴대폰에 알람이 뜬 것이다.

 

“이번에 외국으로 가는 친구가 맡을 곳이 없다고 해서. 나도 벌레는 무섭고. 이거 받고 한 달만 부탁할게.”

 

200만원. 변호사로 성공해서 집안에서 어깨를 피고다니던 형은 나를 돈으로 사기로 하였다. 내가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버는 월급과 맞먹는 액수. 그렇지만 그런 액수가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저런 벌레를 키워주는 것은 무서웠다. 돈이 아쉽긴 했지만 난 형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형!”

 

그리고 지금은 이 녀석이 내 주변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작은 돈도 아니고 그걸 거절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은 외견이 징그러워서 거부감이 들었을 뿐 키우기에는 누구보다 편리한 녀석이었다. 바깥에 지천으로 널린 낙엽을 한 봉다리 주워오거나 집안에 내가 안 먹은 야채 같은 것들을 주면 그걸로 먹이도 해결되었고, 딱히 큰 관리가 필요한 녀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걸로 이 정도 수입이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물론 자다가 갑자기 내 머리위로 기어올라서 몸을 말려고 시도할 때마다 얼굴에 느껴지는 다리의 감촉은 꽤나 비위가 상하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모르네. 이리와. 내가 지어볼까.”

 

몸을 웅크리던 공벌레가 내게로 다가왔다. 지난 이틀간 이 녀석과의 교감은 밥으로 낙엽을 줄 때를 제외하고 시도해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게 다가왔다. 무언가 다른 것도 시도하고 싶어 나는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다. 공벌레가 몸을 말아서 방어태세를 취했다. 벌레에게 거부받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뭐, 됐어. 이름을 지어줄게. 어떤게 좋으려나.”

 

그냥 빤히 쳐다보다가 적당한 이름으로 ‘콩이’를 말했다. 공벌레가 몸을 펴더니 뒤집어져서는 징그럽게 움직여댔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녀석 나름대로 싫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은데 나는 벌레가 내 말을 알아듣고 반응까지 하는 것에 서서히 공포심까지 들었다. 물론 그와 별개로 기분은 엄청 더러웠다.

 

“내 작명센스는 이 이상으로 발휘해주기 힘들어.”

 

그 말을 들은 공벌레가 책상 쪽으로 향하여 가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 올려줘?”

 

나는 손으로 들어 책상위에 공벌레를 올려주었다. 내 책상위를 마구 돌아다니면서 요즘 유행이었던 배우 김배우의 사진집의 표지위에 올라섰다.

 

“설마 이름을 김배우로 해달라고?”

 

공벌레는 책상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거부의 의사가 아닌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자기객관화가 안되는 벌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