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찰리찰리란 놈이다. 


일종의... 서양판 분신사바인데. 종이에 YES와 NO를 교차하여 적은 뒤 연필 두 자루를 십자 모양으로 포개어둔다. 이것만으로 준비는 끝이다. 


이제 Yes or No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면 위에 놓여진 연필이 움직여 귀신의 의사를 전해준다. 


난 이 놀이를 사랑한다. 물론 귀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서양 귀신이 어떻게 변방에 있는 우리나라 언어를 해석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걸로 친구들을 놀래키는 것이다. 방법은 아주 쉽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입술을 조금만 벌리고 바람을 불어주면 끝이다.


그러면 발광을 하면서 혼비백산 흩어지는데 그 꼴이 아주 가관이다. 이걸로 벌써 4명을 교무실로 보내버렸다.




"찰리찰리 내 목소리가 들리니?" 


Yes


후우~ 미세한 바람을 부니 연필이 움직여 Yes로 향했다. 다들 어느정도 내성이 생겼는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창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했다. 



"찰리찰리 우리 같이 놀래?" 


Yes


연필이 한바퀴 돌며 다시 Yes로 향했다. 너무 세게 불어 들킨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다들 연필과 질문자에만 몰두한 나머지 눈치 못챘다. 



"찰리찰리 우리가 맘에 들어?"


이번엔 내 차례다. 이땐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시선이 나에게 쏠리기 때문에 지금 바람을 불면 발각된다. 



No


어? 연필이 움직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듯 아찔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너무 멀리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 말고 바람을 부는 녀석이 있나 보네 




"우리가 싫은가 봐!" 


Yes


또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놈이 있단 생각에 완전 흥이 깨져버렸다. 심술이 나서 편법을 공개했다. 


"바보야. 누가 몰래 입바람을 불었겠지."


"진짜?" 


"당연하지. 자 다들 손으로 입을 가려봐. 오케이. 이제 움직이지 않을 거..."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