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


처음 써보는 개인 2차 창작 소설입니다. 첫작인 만큼 부자연스럽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점 너그러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너의 패배다, 용사. 순순히 항복하도록!'


'크윽...


아니, 난 항복하지 않...'



팟. 하고, 방금 전까지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고 있던 TV가 꺼진다.



"...재미없어."



신학기가 시작된 지 어언 2주.


그 동안 공부도 일절 하지 않았고, 나라는 인간은 친구와 논 이후에 집에 와서 앉아 TV 애니메이션이나 보는 처지이다.


인생의 실패자가 된 것이 이런 기분일까.

이렇게 살 줄 알았다면 중학생 때 공부 좀 제대로 해놓을걸.



나는 집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

옛날에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치한 영상만 봐도 자지러지게 웃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애늙은이가 되어있다니.


요즘엔 애니메이션도 그저 유행하는 소재 돌려막기일 뿐인 것 같다.

이세계 회귀물, 용사물, 먼치킨물 등등...

예전에 흥행했던 소재 한 가지로 도대체 몇 년째 이런 지루한 것들만 송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 나는 책장에 가서 옛날 만화책을 꺼내 읽는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상물인 러키스타를 보려 한다.


한 페이지 씩, 책을 넘기고 또 넘긴다.

단순한 개그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

최근에는 이런 것도 거의 없단 말이지.


책을 한권씩 읽다 보면 슬픈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은 10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단행본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연재가 재개되긴 했지만, 연재처에서 발행하는 책은 거의 4~5달에 한번씩밖에 나오지 않는다.

곧 있으면, 나도 이 만화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겠지.




이런 생각들에 잠긴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반이다.

책을 보다가 잠들었구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



2주동안 바뀐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같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중학교 친구들과 공을 차고 집에 와서 농땡이 피우다가 자기.

무한 반복이다.

지루한 일상, 반복되는 하루, 얻을 것이라고는 1도 없는 학교 공부...

일상물 만화책처럼 풍부한 색채를 가진 일상이 매일 지속되면 좋으련만.



"어이, 미야기! 같이 가자!"


"오, 야마다. 좋지."



내가 최근에 사귄 친구인 야마다다.

야마다는 언제나 활기차다.

매일매일이 새로운가보다.



"야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활기차냐? 안 지루해?"


"응? 그냥 즐거운데? 재밌는 친구들이 많잖아!"



재밌는 친구라...

듣고 보니 그렇다.

내 중학교 동창 중에서 그다지 재밌다고 할 애는 없다.

그래서 내가 매일 지루한가?

오늘은 재밌는 친구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그런데 재밌는 친구가 누가 있지?


그런 시답잖은 생각과 야마다의 잡설을 동시에 들으며 곧 학교에 도착했다.



역시. 매일 똑같은 풍경이다.

노는 애들끼리만 모여 놀고, 새로운 일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공수, 선생님께 경례."



반장이 조회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도 전달 사항은 없겠지...



"모두 주목."



?



"오늘 우리 반으로 전학생이 왔다. 다들 친절하게 받아주렴."



전학생?

난데없이?



"이즈미, 나와서 인사하렴."


"네~"



선생님의 부름과 함께, 한 소녀가 나타난다.

청발의 긴 생머리, 아담한 키, 세모입.

어디서 본 얼굴이다.



"이번에 세이슈 고등학교에 전학오게 된 이즈미 코나타라고 합니다. 모두 친하게 지내봐요~"


"이즈미, 남는 자리에 가서 앉도록 해라."


"네~"



이즈미 코나타?

분명 러키스타의 주인공 이름일텐데?

이름뿐이 아니라 생김새도 비슷하다.

우연인가?



"안녕?"


"에?"



이즈미 코나타는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아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난 그 아이를 계속 보고만 있었다.

청발의 긴 생머리에, 왼쪽 눈 밑의 눈물점.

진짜인가?



"왜 나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야?"


"어? 아, 아...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닮았거든..."



말해버렸다.

여자애와의 첫 대화에서, 첫 마디부터 만화 얘기를 던지다니.

이상한 애로 찍힐거야.



"만화? 너 만화 좋아해?"


"응... 그런 편이지..."


"진짜? 무슨 만화?"



이즈미의 눈빛이 밝게 빛난다.

마치 자신도 만화에 흥미가 많다는 듯이 눈에 과도할 정도의 생기가 돌았다.



"난 일상물 계열이 좋아. 넌?"


"나는 건담같은 전대물이 좋은데! 너도 그런거 좋아해?"



성격도 취항도, 만화의 그녀와 판박이이다.

점점 나도 그녀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 근데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 난 미야기야. 미야기 렌."


"아, 그러네. 난 이즈미 코나타야. 근데 네 이름, 슬램덩크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랑 닮았다!"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그쪽 관련이긴 했는데. 사람들 생각하는건 진짜 똑같구나."


"비슷한 취향끼리는 생각도 비슷하네. 아! 너 혹시 게임같은 것도 해? 하면 무슨 게임 좋아해?"



시답잖은 이야기지만, 하면 할수록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면 좋을텐데.




나, 미야기 렌.

나는 지금 당장, 인생에서 제일 살아있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내 고리타분한 인생의 변환점은 지금부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