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발트해 , 세신사, 오실로스코프, 메이드복, 석양, 로켓 점프,타우마타와카탕이항아코아우아우오타마테아투리푸카카피키마웅아호로누쿠포카이웨누아키타나타후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커피 소비량이 1위인 국가라고 한다. 하루에 1인당 평균 10장정도를 마신다고 하는데, 조금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양이다. 하긴, 발트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나의 상상 이상일 듯싶다. 


사실 핀란드가 커피를 10잔을 마시던 홍차를 10잔을 마시던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F가 딱딱하다는 말이다. 그래, F는 딱딱하다. 그리고 핀란드도 딱딱하다, F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핀란드가 ‘Pinland’이었다면 나는 분명 비행기를 타고 핀란드로 날아가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젠장, 이 문장에도 F가 또 들어있다. 나의 몸은 경직되고 있다.

 

나는 지금 빽다방에 있다. 피스타치오 소프트를 하나 주문하고 앉아있는 중이다. 빽다방도 'Fack다방'이었으면 이곳에 내가 머물러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F는 정체된 글자기 때문이다. 빽다방에서 마시는 음료는 발트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보다 좋지는 않을테다. 그러나 뺵다방이 핀란드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좋을지도 모른다. 펀드매니저의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Fund', F는 우리 속에 숨어 서서히 경직시키기 마련이다. 빽다방의 커피가 핀란드보다 좋다고 가정하더라도, BB는 왠지 F와 비슷한 기분이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F는 죽은 새 같다. 점프가 'jumf'이었다면 점프는 점프로서 존재하지도 않았을 테다. 음, 그래, 등 뒤에 로켓을 달고 로켓점프를 하더라도 그저 'jumf'였을 테니까, 땅에 딱 달라붙어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을 성싶다. 그리고 또 보자. 오실로스코프가 'oscilloscofe'였다면 분명 전압의 변화를 보여주지도 못했으리라. 젠장, 죽은 몸뚱아리가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그래서 이 도시는 F같다. 이 도시도 죽어 있다는 말이다. 사실 도시만이 죽어있을 뿐이겠는가, 세계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모두 정지해있다, F처럼.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감각한 표정으로 새겨져있을 F처럼.

 

도시에서 그나마 나은 곳은 목욕탕이 아닐까 싶다. F가 들어있지를 않으니까. 종업원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맞이해주는 카페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카페, 'cafe'가 문제다. 사실 F는 죽어서 나는 발가벗기를 원하고 있다. 발가벗어야지만 경직되지 않으니까, 늘 그랬다. 그래서 나는 목욕탕으로 향하는 중이다, 발가벗기 위하여.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교도소도 나쁘지 않겠다. 적어도 F는 잠깐동안 피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두부를 먹을 수 있지 않는가. 두부는 F를 부정하기 마련이다. 아니, 사실은 두부도 F에 종속되어 있다. 두부도 'Tofu'니까. 'とうふ'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래도 교도소보다는 목욕탕이 나을 듯하다. 교도소는 잠깐은 F로부터 해방되더라도 결국 F를 맞이해야하니까. 나는 목욕탕으로 계속 향한다. 


어쩌면 목욕탕은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걸음은 점점 경직에 종속되고, 석양이 질 무렵 나는 두부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래 두부, 'Tofu', fu는 마오리어의 'wh'와 비슷하다. 하지만 마오리족의 wh는 영어의 f와 비슷하며 f에 비해서 입술을 약하게 물기 때문에 입술 사이로 바람이 새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마오리족의 F는 우리의 F보다는 부드럽다. 그들도 반쯤 발가벗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우마타와카탕이항아코아우아우오타마테아투리푸카카피키마웅아호로누쿠포카이웨누아키타나타후'라는 세상에서 가장 긴 지명을 발음해도 그들은 지치지 않는다. 기나긴 숨 속에서도 부드러운 F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반쯤 발가벗어서 딱딱한 F는 벗어났다. 사실 반쯤 발가벗고 있었던 것이지만. 

 

슬슬 목욕탕이 보인다. 원래 사람들은 목욕탕에 가려고 결심한 순간부터도 옷을 가볍게 하기 마련이다. 옷이 가벼우면 F도 가벼워진다. 목욕탕에서는 옷을 벗고 세신사에게 내 몸의 묵은 F를 벗겨낼 것이다. 나도 세신사가 되어야겠다. F를 벗겨내었으면 벗겨내어 줄 수도 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