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불빛이 슬슬 꺼질 준비를 하고 그 속에서 미세한 별빛이 반짝이는 시간. 축축한 반지하에 아들과 엄마가 몸을 눕히고 있다. 엄마는 머리가 하얗게 센지 오래고 아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눈을 영 감지를 못한다, 아들은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일 테다. 엄마는 피곤한지 방에 불을 끄고, 아들에게 일찍 자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들은 무슨 소리를 들었나보다. 그들의 주변을 배회하는 낮은 소리를, 항상 그들의 주변에 있지만 너무나 은밀하여 자신과 깊이 마주하는 순간에만 들을 수 있는 그러한 소리를. 아들은 엄마에게 무슨 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묻지만 엄마는 듣지 못했다 대답한다. 필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 터다, 더 이상 소리에 지배당하지 않을 정도로. 아들은 소리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아픔만을 주는 그러한, 어떠한 법칙이 아니라 장난이어야만 한다고 아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 장난은 범위가 아주 넓다는 것을 아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아들은 잠시 똑딱거리며 흘러가던 시계의 건전지를 빼낸다. 하지만 시계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아들은 반지하에 쥐가 들었다고 생각한다, 쥐가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야옹, 야옹’ 아들은 나지막히 말한다. 엄마는 슬슬 안식을 원한다, 아들의 고양이 흉내가 살짝 거슬린다. 그러나 엄마는 자신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픈 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 때문에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야옹, 야옹’ 아들은 계속 말한다. 이제 고양이 소리에 익숙해진 모양인지 엄마는 이제 슬슬 잠이 들려한다. 

 

아들은 불현듯 소리친다. “야옹! 야옹! 이 망할 쥐새끼들아! 야옹! 야옹!” 엄마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일어난다. 조금만 더 있으면 바위가 될 듯한 기분이었기에 약간의 아쉬움과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아들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니 아들아, 쥐들이 너의 얼굴을 밟고 지나갔니? 아니면 달빛이 너의 눈꺼풀을 쓰다듬었니? 그저 항상 있어왔고, 있어야만 할 일이란다.” 아들은 대답한다. “아 어머니!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저 쥐들은 삶을 톱질하고 있어요, 슬금슬금… 슬금슬금…. 저에게서 어머니를, 그리고 저를 빼았아가려고, 계속 톱질하고 있어요…” 엄마는 아들을 진정시킨다. “그저 달나라의 장난일 뿐이란다. 우리는 달에서 왔고, 달에서 돌아가야 할 뿐이야. 지금이 바로 달나라의 장난이란다.” 아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은 지금이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리다. 똑똑함과 멍청함과는 상관없이 이는 나이가 들어야지만 알 수 있는 지혜다. 시간에 몸이 녹아내려 몸이 반쯤 액체의 성질을 띄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지혜다.

 

 엄마는 다시 눈을 붙이고 이제야 바위가 된다. 바위는 금세 불에 타 재가 된다. 아들은 그제야 조금은 깨닫는다. 달나라의 장난을. 두번의 장난이 지나고 나서야, 그리고 세번째가 다가오고 나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될, 아름다울수록 서글픈, 달나라의 장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