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토리를 계속 이어 나가 보겠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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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행위.

우리 정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한 거지. 

그때 내 옆에 있던 정자가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지."

"비참한 최후라니?"

"이제 곧 일어날 거야. 잘 봐."

갑자기 우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우리 위에 있는 것은 놀라울 만큼 새하얗다. 

"저게 바로.. 최후다."

"그게 뭐지?"

"휴지. 자위행위 때문에 사정된 정자들은 대부분 저걸로 끝을 맺게 되지."

"이런 썩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우리는 그 거대한 휴지 라는 물체에 휩쓸렸다. 

"크아아아악!"

이미 몇몇은 찢겨 나갔다. 

"우리는 몸이 약해. 그래서 저런 물체로도 쉽게 찢기.. 크어억!"

"뭐야? 안 돼!"

운 좋게도, 나는 휴지의 움푹 패인 흠 쪽에 붙어서 찢기지 않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정자는.. 

찢겼다. 

처참하게.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는 창조주의 목소리였다.

"내가 뭘 한거지..2연딸 치니까 힘드네."

그리고 우리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졌다. 

쾅. 

쓰레기통 뚜껑이 닫혔다.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두려워진다. 

그때였다. 

"껄껄껄!"

호쾌한 정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앗, 당신은.."

처음에 생겼을 때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그 정자였다. 

몇 초 있다가 사정되었었지..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왜 이것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거죠?"

"나도 충분히 예상은 했다네. 동지여. 저런 파오후가 저 얼굴로 여성과 관계를 맺을 일은 없거든."

"우린..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점점.. 말라붙어 가겠지. 그리고 동지여. 우린 드디어 '죽음'이라는 단계에 다다르게 된다네."

죽음. 

갑자기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인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한 파오후 새끼의 쾌락을 위해 일회용품처럼 사용되고 그대로 끝나는건가.. 

갑자기 울분에 숨이 턱 막혔다. 

"이런 망할!"

나는 꼬리로 땅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꼬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어..? 꼬리가 움직이질 않아.."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걸세."

"안 돼!"

"그럼 난 이제 먼저 가겠네.. 동지여.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자구."

"잠깐만요! 안 돼!"

그리고 그 정자는 휴지 틈새로 사라져 버렸다. 

아.. 이제 어떡하지. 

나한텐 무엇이 남은 건가. 

나는 헤엄치기 시작했다. 

꼬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헤엄쳤다. 

몸과 영혼이 분리된다. 

나는 더욱 더 헤엄친다.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점점 희미해진다. 

"나는.. 헤엄칠 테야."

날아 오른다. 

팟.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겼다. 

그리고 사방의 모든 것이 울리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틱!

잠깐. 꿈이였잖아?

나는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아니, 원래 인간이였다. 

난 정자가 아니라고! 왜 이딴 기분 나쁜 꿈을 꾼 거지.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헉! 7시?

나는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서 

신길역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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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신길 - 프롤로그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