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꿈에

달음질치던
가파른 언덕길

밤안개 속에 나부끼던
다홍 치맛자락

철쭉처럼
붉게 달아오른
어른거리는 두 뺨

기다림도 만남도
아팠다

희뿌연 밤비 같이
곱게 칠한 분가루는

내리꽂는 빗물에
흙탕처럼 씻기우고

우리 마주보는 눈가에
어린아이 무덤이 스치면

헤어지자—
꿈결처럼 귓전에 어른거리는
결별

희어진 귀밑머리

거센 빗발에
꿈 깨듯

게슴츠레한 눈을 뜨면

우리 만남도 사랑도
고운 네 얼굴도

이제 그만 아스라이
빗속으로 머얼리
사라져 다오

나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