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에서
고독한 소설가는
아무도 읽지 않을 소설을 쓴다

이 드넓은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상깊은, 경이로운
소설이 그토록 넘쳐나는데
단지 그의 소설은 볼품없는
추한 불쏘시개일 뿐이다

색깔조차 잃어버려
점점 바닥으로 치닫는
독백이나 다름없는 소설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는
고독한 소설가의 날들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거울에 거짓없이 담긴
허무히 무너져내려
이른 끝을 보이는 소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마주하는
고독한 소설가의 심정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초췌한 낯빛 속에 서린
그 몇십년 동안 써내려온
값어치 없는 소설을
고독한 소설가는 이어나간다

무엇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지만
세상의 그림자 속에서
고독한 소설가는
아무도 읽지 않을 소설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