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상사의 구박소리.


이건 언제 말 했던거지?

떠올려 보려해도 상황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마저하는 남은 일들. 혀가 쓰릴 정도로 먹어온 청포도 사탕. 아직 물도 마시지 않았다.

머릿 속을 캉캉울리는 박동소리. 안쪽에서 느껴지는 통증. 마치...뇌가 녹아가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들었던 것을 잊어버리고, 말이 이상하게 나오고, 몸이 기울고, 계속 부딪힌다.

어떻게든 집에 돌아와 누워도, 끝없는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현관을 바라본채 생각한다.


내가 지금 당장 저 바깥으로 뛰쳐나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내가 없어지고 경찰이 나를 잡으러와, 죄를 물릴 수밖에 없을 테고, 나는 할 말도 없고, 이래야 자유가 더더욱 없어질 뿐이겠지.


사직서를 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가 있었던 시간만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사람을 향해 죄책감 없이 욕지거리를 하겠지.

적어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그러면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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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길

여름 날 비가 그쳐 구름에서 비춰오는 햇빛은 유난히 뜨겁다.

늘 바라봤던 건물의 현관과 그 옆의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은 축축한 골목길

그곳에 내가 피를 흘리며 죽어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미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