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잠에서 깨어나 책상에 앉으면 누군가들의 기대와 요구가 쌓인 종이들이 나를 마주하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종이들을 엮어내는 것은 나의 책임이 되었소.

종이에서 읽은 활자들은 차츰차츰 안경의 알 아래에 쌓여가오.  눈을 비비는 동안만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눈앞의 화면을 키오.  책상이 한평생 사랑했던 활자를 미워하게 되는 공간이라면, 화면 위에서는 그들에 대해 조금 더 관용을 베풀 수 있게 되오. 그 이유를 찾자하면 화면에서는 모든 게 즐겁기 때문이오. 

마치 자전거 등에 치여 허공에 떴을 때 다가올 고통을 생각하지 못하고,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느려지는 몽롱함과 이것에서 오는 황홀감으로만 가득 찬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오. 이것이 마약이나 담배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오. 정도를 지나친 황홀감에 빠지면 빠질 수록 추락하였을 때 꺾기고 피나는 정도는 더욱 심하니까.

오늘도 그런 날이었소. 어머니의 "슬슬 자자."라는 한 마디가 나를 화면 밖으로 잡아끌었소. 나를 언제까지나 아이로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참으로 답답할 때도 있었으나, 오늘따라 내가 어린 아해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는지 깊은 의문만이 들었소. 한편으로는 "나는 해야할 일을 끝내고 나서 아껴오던 보상을 누리겠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나, 결국은 그 또한 자신을 위한 변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오. 

어찌되었든 나는 나에게 주어진 마시멜로를 조금씩 녹이며 떨어지는 단물을 한방울 한방울 음미하고 있었으니, 이 모습을 보고 누가 내가 마시멜로를 아꼈다고 말해주겠소. 설령 누가 보지 않았더라도 어두운 화면에 비치는 내가 단물을 게걸스럽게 음미해가며 조금씩 초췌해지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찌 스스로에게 당당하다고 말할 수가 있겠소. 

결국,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의 날개를 꺾었던 그날과 다름 없이 광기에 빠져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만을 보고 있었고, 오만하게도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았소. 손을 뻗지 않은 채, 멀어지는 것을 보며 그것은 언젠가 나에게 오리라....라고 중얼거리는 것. 다시 생각해보면 참으로 비참하고 오만하기가 다를 바 없소. 결국 거울이 깨어졌을 때는 여전히 책상에 쌓인, 그리고 쌓이고 있는 수많은 종이 묶음을 보며, 내게 남는 것은 스스로 나태하였음을 깨닫는 것뿐이었으니 말이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끔찍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니하오.

어찌하였든 어머니는 이런 나를 사랑하시기에 그런 잔소리를 하시는 것이었고, 내가 그분을 속이는 것에 죄책감을 가짐 또한 나에게도 아직 사랑이라는 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반증이니....

어쩌면 실천이 따르지 않는 후회란 참회할 기회를 날린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면죄부'라고 적힌 알량한 종이쪼가리에 불과할지도 모르오.


나에게 주어진 것은 그저 

죄를 직면하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 뿐일테니


더욱 많은 것을 적고 싶지만, 어쩌면 이런 끼적임 또한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에 대한 '낭비'일지도 모르겠소.

그러니 이만 여기서 마무리합시다.

모두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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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이 ㅅㄲ 대충 하루 종일 놀아서 ㅈㄴ 현타옴.

조상식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어쭙잖은 하오체랑 의식의 흐름(이라 쓰고 무지성 휘갈김) 쓴 거 빼고는 이상하고 거리가 상당히 먼 그냥 끼적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