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에
어떤 사람이 죽었다
봄꽃 대신 사람이 졌다
미처 다 피지 못한
사람이 져서 떨어졌다

길바닥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간 그를
변변찮은 조문객 대신
흩날리는 꽃잎이
그의 희생을 기렸다

장밋빛으로 물든
그 한 폭의 비극과
세상을 향한 단말마에
막 꽃을 피운 나무가
그에게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를 세상은 잊었다
봄과 함께 명을 달리한
수많은 꽃잎처럼
그날부로 굳게 잠겨진
옥상 문짝과 함께 잊혀졌다

화창한 여름날에
또 어떤 사람은 죽는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작년과 다를 것 없는
이듬해 봄에도 꽃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