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다란 외나무다리 길을 홀로 걷는다
휘청거리면 곧장 떨어질 것 같아
캄캄한 눈가리개를 조여 묶었다
여기는 칠흑같은 한낮
해 같이 밝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
좁다란 길모롱이에서
쓰라린 좌절을 맛본다
무거운
시련이라는 이름의 짐을 끌어안고
좌절에 신음하는
광야에 떨어진 한 마리의 길짐생
그는 한 줄기 바람이 되고
햇볕으로 내리쬐어
가련한 나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의 투박하고 순결한 얼굴을
두 눈 목도할 수 없으나
따스한 손길 내 옆에 함께 걷는
그의 표징으로 가슴팍에 고이 안고 주어진 내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