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바쁜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잠에 들고 모든 건물들에는 불이 꺼져 있다.


단 한 곳만 빼고.


작은 빌라의 한 방에서는 아직 여전히 빛이 나고 있다. 아니 정확이 말하면 이제 막 불이 켜진 참이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바닥에 누워 있다.


손에는 형형색생 빛을 내는 스마트폰을 들고서 눈으로는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를 뒷쫒고 있다.


하지만 파도는 어디에 가둘 수 없듯 그의 눈을 스치는 정보들은 그저 흘겨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의 머리속에 남지 않았다. 남았다 하더라도 그저 단편적인 파편일 뿐.


영상속에 빠르고 쉽고 조리있게 설명한 정보, 동물의 해부학적인 구조, 생물의 분류체계를 보고도 머리속에 남는 것은 "아! 대게가! 게가 아니였구나 일것이다." 같은 잘못된 얋은 지식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는 감상일 뿐일 것이다.


그의 전공이 해양생물할자 아니여서 일까? 이 지식을 쓸데가 없어서 일까?


아닐것이다. 그는 이렇게 굴고 있는 이유는 지금 마약에 중독되어서이다.


도파민. 우리몸에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는 지금 도파민에 중독되었다. 그는 이 신경물질을 얻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독자들은 편법을 사용한다. 그는 기쁨을 얻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 그의 타겟은 호기심.


책을 읽으며 정보를 찾고 고뇌하는 노력을 저버린채 손에 든 스마트폰을 이용해 편법을 사용한다.


뭐... 다른 중독자들은 다양한 편법을 쓴다.


DDR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하고, 아니면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음식을 목구멍에 꾸역꾸역 집어 넣는이도 있을거고, 아니면.... 심연을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직접 몸에 행복을 주입해 넣거나....


중독이라는 건 참 애매한다. 막상 이 편법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집착적이기도 하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한건 본인들이 느끼기에도 그렇게 유쾌하진 않다.


그냥하는거지.


중독은 닭과 달걀 같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는 것 처럼


중독이 되는 행위를 해서 중독이 된건지. 아니면 다른걸 아무리 해봐도 재미있지 않으니. 중독이 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건지.


그는 이제 스마트폰을 끄고 일어서 컴퓨터에 앉았다. 그리고 DDR을 킨다. 땀을 흘릴 수도 있으니 휴지도 옆에 준비해두고.


그는 늪에 있다. 마치 물침대처럼 편할 것 같아 몸을 뉘었지만, 늪은 그의 몸에 끈적하게 들러붙으며 몸부림조차 하지 못하게 옥죄어온다.


그는 굴레에

그는 늪에

그는 안개 속 한 가운데있다.


그의 방에서 나오는 빛은 밝긴하지만 그 무엇보다 뿌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