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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어디선가 들려오는 의문을 들 법한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눈 앞은 캄캄한데 양쪽 귀는 그나마 열려있는 모양인지 여전히 같은 소리가 이쪽을 향해 들려온다. 그리고 이이상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들지않는다. 자꾸만 들려오는 툭툭 풀이 꺾이며 나는 듯한 이 소리 이외에는. 정신은 몽롱해져만 있고 내가 무엇땜에 쓰러져 있는지도 한동안 망각한채 앞도 안보이는 어둠속의 허공만을 응시한채 정처없이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곳을 바라보며 조금씩 머릿속이 열리기 시작할때쯤 이었을까. 곧이어 나는 불연듯 떠오른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것은···.



“마법구술 『매록』 제 2장의 복 『결초회생(結草回生)』—!”



번쩍


그때였다. 머릿속에 생각의 소리를 내뱉을틈에 머리 바깥쪽에서 들려오던 풀 꺾이던 소리는 더이상은 들리지 않게되었고 누군가가 외친 외마디 소리에 그만 잠결중에 묻혀있던 어둠속에서 헤어나와 눈을 뜨고 만 내 자신을 즉각 자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뜨게 해줬는지 모르겠지만 어둠속에서 구해준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말이 무의식에서 우러나와 말로 옮기려던 그순간.



- 오, 하자마자 바로 깨어났네. 용사, 괜찮아? 물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으니 괜찮은 정도는 아니려나? (웃음)


- 이···! 변태용사!! 대체 무슨일이 있던거야! 왜 이러고 혼자 쓰러져 있었던거냐고?! (버럭)


- 으···· 응? (화들짝)



바로 뜬 눈앞에 들어온건 다름아닌····. 미리내하고 라온 제나. 그리고 그들의 뒤로 향해 보이는건 나비들···· 아니 나비와 같은 날개를 가진 요정들이었다. 난 왜 그들이 여기에 모여서 나를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잠시 생각해보다 순간 캄캄한 밤에 달빛이 우리들을 비치고 있단걸 알았을때, 나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금새 파악하고 말았다. 분명 불연듯 떠오른 그 생각과 지금 상황과 비슷하다. 아니다. 정확히 일치했다. 그보다도 어서 몸을 바로 일으키려 했지만 내 앉은 주위로 어느새 솟아나 있던 풀뿌리? 같은 것 땜에 바로 일어나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데 이게 뭐지?



- 아, 그건 말이지. 너의 소꿉친구인 리내가 너를 치료하려고 걸었던 자연의 힘을 빌린 회복 마법이라던데. 마법사씨, 처음 써보는 마법이라 하지않았나? 그러기엔 바로 깨어나는데. 걱정했던 것 치고는, 후훗. 【LV.43/무녀】


- 그, 그치만! 등뒤로 분명히 치명상을 입은 흔적이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고작 이런 초보 마법으로도 치료가 될지 우려했다고. 정말로 걱정됐단 말이지···. 정말로··· 핫! 【LV.18/마법사】


- “그래도 천만다행이야. 등뒤의 총상은 어느정도 여문 듯 하니 좀만 쉬면 금방 낫겠어.” 【LV.15/용사의 수호령】


- 그런데 유령씨. 방금 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왜 이민 혼자 쓰러져 있었던거고? 혹시 몬스터라도 나온건가.


- “우선은 요정 마을에라도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금은 이민부터 쉬게 하는게 우선이니까 말이야. 어쨌든 너희들이 와준 덕에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했네.”


- 역시나 무슨 전투라도 일어난 모양이네. 음, 알겠어. 우선은 마을로 복귀해볼까. 그런데 유령씨, 이번에는 뭔가 수호령 같은 면모를 보여주네. 약간 멋있어 보이는걸? (웃음)


- “원래부터 멋있었거든! 뭐, 싸울때는 못도와주는 형편이니 이정도는 기본이—“


- 혜움, 설마 그가 날···· 살려준거야? 【LV.0/용사】


- “응?”



난 던지시 머릿속에 생각난 그대로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서 둥둥 떠있던 혜움은 내 말에 의문이 들었는지 아님 그냥 내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는지는 그런건 어찌됐든 좋지만 난 그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혜움은 천천히 입을 때어 내게 말했다.



- “····그게 네가 쓰러지고 나서 분명 총을 쏘려고 하는 눈치였어. 근데, 운좋게 저 멀리서 리내하고 제나가 너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려왔거든. 그걸 듣자마자 곧바로 총을 거두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가버리더라고. 하아~ 그때 다행이었지ㅋㅋ 어쩌면 네가 오랜만에 동료들에게 신세를 진 거와 마찬가지인 셈—“


- 그렇담 혜움···



“내가 그에게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한채로 져버리고 말았단 거지. 그 싸움에서 이유조차 모른채로, 난.”


“····.”



혜움은 내게 더이상 어떤 말도 걸지 않았다. 나와 말을 나누기 싫어서라긴 보다 나에게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혜움의 대화를 끊어놓은게 아닐까. 조용해진 순간에 난 고개를 들어 턱을 밤하늘 어딘가에 받쳐두고 거기서 반짝이는 별들과 또 옆에서 크게 비춰주던 달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달은 지나가던 검게 그을린 구름으로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반 이상을 가렸고 별들은 전과 달리 반짝이는걸 멈추고 빛을 발할뿐이었다. 설마 내가 느낀 감정이 그들에게 전해진 걸까? 아니지, 그저 착각이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떨어뜨린 마음속의 웅덩이에 일그러지게 비치던 것을 바라본 거였어. 그렇다고 한다면 왜 울었던걸까. 원치않는 싸움에서 진 것뿐인데. 그저 억지로 휘말려서 끝을 낸 싸움이었을텐데. 그런데도 흘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혜움의 말을 끊는 원인이 됐고, 그것이 다른 생각의 끝에서 보게된 나의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했다. 그렇다. 끝내 원인도 알지못한채 마치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려던 상황만으로 남긴채 끝나버린, 그에게 흘려버린 그것은 패자의 순응.



“(결국 난 아무것도 못한채 지고 말았어. 아무런 이유조차 모른채로, 아무런 결과도 보지못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로)”











“결국 져버린거야.”











제 20화. 더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할수없었던걸까?



그때를 기준으로 며칠이 흘러 찾아온 아침에 눈을 뜬 내가 창문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마을 안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고작한다는 생각이 바로 이 문장. 물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나 밖에 알수없을 그런 문장 하나가 툭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결과적으로 탐탁지 못했다. 이유도 없이 상대가 강요한 싸움에 공격도 제대로 못하고 피하기만 해대고 결국 그는 끝에가선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는 이제서야 살려주는 듯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다니. 지금은 전보다는 역하는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으나 아직도 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게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내가 멋대로 싸움에 응전하여 스스로 인정하는 꼴로 보였을테고, 그런데 말의 실상과는 어긋나게 끝에가서까지 도망쳐야만 한다는 추태만 보여주었으니 이쪽에서도 할말은 없다.



그래도 난 이런 쪽에서 어느정도 분하긴 하다마는 이보다도 난 그때까지 그에게로 아무리 외쳐 이유를 물어봐도, 회유시키려고 시도해도, 암만 소리쳐 재차 제지하려고 해도 그에게 아무것도 전해진게 없었다. 그게 싫었던거다. 그를 말리려 해도 역시나 부족했던 걸까, 싸우기 싫다는 의사표현을 해도 역부족인건가. 그는 가차없이 나를 쓰러트리려고만 한, 결과적으로 내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끝에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런 허망감 하나와 또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려한 그를 원망 엇비슷한 감정 하나가 서로를 맞물리며 형성된 좌절의 나락을 맛보게 한 원인이 아닐까 한다. 졌다는 것도 어느정도 의의가 있겠지만 그건 그저 전제조건일뿐. 그에게서 느낀 어쩌면 처음 느껴본 어설픈 패배란 단어가 내가 이리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결과를 초래한건지도.



(그대로 졌으면 죽었던게 순서상 맞겠지만)


(내가 주인공이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은거 정도는 알아)


(아무리 그가 만든 세계에서 놀아나는것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재차 들긴 하지만)


(여긴 그저 생각만으로 끝나는게 아닌 직접 현실이 되어 찾아온다···)


(결국은 달아날 수 없어. 그렇담 어떻게든 무사히 마쳐야겠지. 전에도 그러기로 내게 약속했으니까)



그러고보면 요정 마을로 귀환해서 며칠을 묵고, 어느정도 내가 나아졌을거란 판단이 내려졌는지 (사실은 이틀만에 지나서 어느정도 괜찮아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정 마을 촌장님은 나와 내 동료들을 부르셨고 우리들은 곧장 촌장님이 계신 방을 찾아가 촌장님께서 앉아계신 탁자 앞에 섰다. 그렇개 우리의 얼굴을 쭉 둘러보고 내 얼굴을 끝으로 약간 안심이 되셨는지 이어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


(현재, 촌장실 안)


- 하아~ 그래도 정말로 다행입니다. 용사님께서 부상을 입으셨다고 하셨을때 혹여나 목숨에 지장이 있는건 아닌지 조마조마 했는데. 저희의 부탁으로 가신 건데말이죠···. 먼저 죄송하다는 말 먼저 꺼내야겠네요. 이 마을에 대표하는 촌장으로서 여러분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 “당연하지! 당신땜에 이민이 여태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아?! 댁의 거짓말로 인해 우린 그런 미친 인간인지도 모르고 허투로 접근했잖아!”


- 죄송합니다;;!! 부디 가엾은 우리 요정들을, 특히 이 못난 촌장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 야, 혜움;! 그정도까지 아니었거든. 막 사족 붙이지마! 아니에요. 전 정말로 괜찮아요. 하물며 저희가 받아들인 거잖아요. 그러니 그런 부담은 안가지셔도 됩니다.


- ㅠㅠ 용사님은 정말로 관대하시군요. 그런 의미로 저희 마을에서 피곤이 푸실때까지 얼마든지 머무르셔도 됩니다. 또한 피해보상으로 저희의 고귀한 보물들도 같이—!!


- 아니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 “아닌데. 용사 너 죽을뻔 했잖아. 분명 그자식이 너를 죽이려고 총으로 머리를.”


- 네?!?!?! 아니 그러면 이미 당신은 목숨을 다바친 영웅과도 같은! 그럼 보물로도 몹시 부족한!!


- 그정도까진 절대 아니었어요 ㅎㅎㅎ; (더 말했다간 부담만 더 커지겠어) 그보다도 저희에게 무슨 전해줄 말이 있다고 하셨지 않았나요?


- 아 예, 맞아요! 용사님 일행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그러자 요정 마을 촌장님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에게 말씀을 전해주셨다. 내가 그와의 접전 끝에 결과적으로 총상을 입은채로 승부가 났기에 돌아왔을땐 이미 요정들의 귀에까지 닿게되어 그 이야기는 돌고돌아 끝내 요정 마을 촌장님에게로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당한 꼴로 돌아오자 요정들 사이에선 음유시인 ‘예그리나’라는 인간족을 더욱더 배척하다 못해 아예는 두려워하기 까지 하는 사태까지 초래하게됐고, 요정들 가운데 지금은 휴식 상태인 『수피아 특전병』에게까지도 얘기가 전해져 그들이 직접 그를 무력으로 쫓아내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촌장님은 여러 논의 끝에 우리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하여 이자리에 불러낸것이라 말씀하셨다.



- 덧붙여서 불미스러운 소식이지만, 소수의 요정들 가운데 우리 용사 일행분들마저 믿을수가 없어 쫓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끓고있는 상황입니다.


- “뭐??? 그건 또 뭔 뜬금포야. 우리가 얼마나 고생해서 (이민만 고생했지만) 싸웠건만 이젠 둿통수 치겠다는거야, 뭐야?!”


- 진정하십시오; 그건 온전히 저희의 의견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들의 신임이 떨어졌단걸 의미하는 거겠죠. 저희도 그 인간족이 그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기껏해야 분위기를 어지럽힌다는 민원뿐이었죠.


- 촌장님. 그렇다면 그 수피아 특전병을 앞세워 그를 몰아내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예, 마법사님의 말대로 그래야 되겠지만은 어디까지나 저희의 의견이라. 물론 용사님께서 피해를 입으신건 확실하니 그대로 놔두기엔 곤란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거의 그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상황입니다.


- 그러면 우리도 어쩔수없이 도와야겠는데? 결국은 거의 그러시겠다는 말씀이시고. (웃음)


- 맞아! 이유도 없이 이민을 공격했다며!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을 도와 같이 쫓아내야 하는게—!



“아니요. 아직은 아닙니다.”



나는 그를 쫓아내자는 의견이 한쪽으로 몰려가던 상황의 흐름속에서 나는 딱 잘라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모두가 약간씩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고, 옆에 있던 리내는 내 말에 이해가 안가듯이 내게 반발했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그러면 안된다는 그런 몸짓을.



- 리내, 네 말도 맞긴하지만 아직은···.


- 어째서죠?


- 물론 제가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싸우기엔 이릅니다. 아직 그에대해 아는것도 없을뿐더러 그가 어떤 목적을 갖고 제게 싸움을 걸었는지도 알수없습니다. 제가 실수해서 그의 편린을 건드린걸지도 모르니까요.



“(사실은 거기서부터 모르겠지만)”



- 그렇다면 때가 아직 이르다는 말씀이신거죠. 흐음, 용사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 “??? 야, 용사. 무슨 의도로 그랬든간에 널 진짜로 죽이려고 했다고! 그저 대화 나누다가 죽이려는 미친놈이 무슨!!!”


- 무엇보다도 그와 겨루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은 재빠른 속공이었죠. 물론 특전병의 실력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함부로 다가갔다간 빠르게 재압 당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우선은 시간을 두고 상대방의 동태를 확인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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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때 그런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여러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그를 감싸준걸까. 그가 하두 요정을 언급하길래 둘 사이를 붙여놓는게 꺼려서 그런걸까. 아니, 그건 어차피 그의 사정이잖아. 그때문에 그리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도 어째서? 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에 앞선다. 



그가 원인조차 파악도 못한 내게로 와선 그런 우발적 기습은 이제는 둘째치더라도 그때 왜 쏘지도 않고 도망쳤을까 란 의문이 우선적으로 납득이 안가고 있었다. 그때의 감정이 온전치 못해 나중에 혜움의 얘기를 자세하게 들어보기론 그저 누군가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습을 숨기기위해 잽싸게 달아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리내와 제나의 얘기를 후에 듣기론,



어디선가 요정들이 급하게 도망친듯 스치며 날아가더니 시간이 얼마 지난후 밤이 깊어가자 우릴 찾으려고 하는 그때, 요정들이 날아왔던 장소 저멀리에서 총성소리와 폭발음 비슷한게 작게남아 연달아 들리기 시작해 이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때마침 마을로 귀환시켜 줄 요정들이 도착하였고, 그소리에 요정들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우리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었기에 곧이어 들리는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점점 그쪽으로 갈수록 소리는 커져갔는데 어느순간부터 소리가 잦아들어 수풀에서 빠져나왔을때, 이미 땅에 혼자 쓰러져 있었던 나를 발견하게됐고, 그리고 리내가 쓴 치료 마법덕에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말들을 정리해보면 리내와 제나가 내가 있었던 곳에서 소리가 울려퍼지자 그쪽으로 달려갔고, 마침 그에맞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총을 쏘려고 하던 예그리나는 쏘고 도망쳐도 됐던 충분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과하고 공격을 즉시 멈추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뜻··· 이 되는거지. 그런데 어째서냐고. 혹시라도 날 조금이라도 살려줄 의향이 있었던 걸까. 아님, 그저 사람이 오는 소리에 순간 놀란 나머지 급하게 출행랑을 친 걸까. 으음, 다시 돌아와서 그 사람은 대체 내게 무슨 의도로 접근한거지. 아아, 전혀 모르겠어! 애초에 그 사람의 행동거지도 전혀 이해못하겠다고!



(혹시라도 그가 전투씬을 넣고 싶어서 억지로 짜맞춘건?! 이건 너무갔나;)



덜컥



그렇게 혼자 머리를 싸매며 끙끙 고전하고 있을 틈에 어느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문쪽을 향해 눈을 떠보니 리내하고 요정들이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벌써 점심먹을 시간이 다된 모양이다. 촌장님께서 보상을 해주시겠다는 이후로 난 어찌보면 강제(?)적으로 침대에 눕혀져 창밖에 보이는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마을 안을 바라보며 방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얹어 요정들이 매번 찾아와 편의여부를 묻고 매 끼니도 꼬박 챙겨줬다. (너무 과한 호의 같았지만;) 그렇게 홀로 쉬고있던 방 안으로 찾아온 요정들과 더불어 리내에게 살며시 인사를 건넸다. 뭐, 어느정도 예상은 갔지만 리내는 부끄러운 듯이 인사를 피한다. 그게 지금의 리내다운 거지만.



- 차, 착각하지마//! 요정들과 이야기하다 보니까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된거야! 괜한 기대는 하지말라고, 흠흠!


- ㅎㅎ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 리내. (역시 리내다운 반응이야)


- 윽! 그런말 해줘도 하나도 안기쁘다, 뭐. (얼굴을 붉히며)


- 그래ㅎㅎ 그러고보니 제나가 왠일로 한동안 안보이네. 아, 항상 고맙습니다. (요정이 주는 밥을 받아들며)


- 응? 아, 그건 말이지. 지금도 요정들과 한참 대화 중일거야. 계속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요정들을 찾고 다니던데.


- 제나가 요정들을? (아아, 어쩌면 요정들이 신기해서인가? 꽤나 그런 어린 소녀같은 심성이 있었구나)


- 어. 여기 요정들이 꽤나 순진해보이고 놀리면 반응도 좋아서 장난치기도 솔솔하다던데.


- 그쪽이었냐?! 무, 물론 그게 제나답지만;

[자주 놀림감이 되는 용사 한명]











“(그러면 또 어디선가 요정을 붙잡고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건가. 그 요정도 뭔가 불쌍하네)”











•••



“오, 오랜만에 보네. 잘 지냈어?”


“다,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 그보다도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죠?! (화들짝)”



여기는 쓸쓸해보이는 한 어느 숲속. 거기서 어는 푸르른 작디작은 언덕에 앉아있던 한명의 요정과 분위기와 다르게 유쾌해보이는 한 무녀 둘이 서로 대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불쑥 나타난 무녀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보이는 요정. 그런뒤 요정이 말한 질문에 무녀는 태연하듯이 맞받아친다.



- 아, 요정씨도 있었구나. 미안, 작아서 미처 보지못했네. 근데 누구였더라? (웃음)


- 치이이이—! 이봐요, 당신! 방금 아는체하고 모른척 하다니! 순서가 엉망진창이거든요, 치이! 또 작다고 놀리지 마시라구요!


- 맞아맞아. ‘치이—!’하는게 네 이름이었지, 참. 그러니까 너의 이름은, ‘치르노’?

[*동X프X젝트의 나오는 요정 이름]


- 아니거든요! 완전 틀렸거든요! 일부러 틀리게 말하신거 다 안다구요! 그보다 당신 대체 왜 여깄냐구요, 치이이!


- 후훗, 전부터 알아봤지만 반응이 참 좋은걸. 맞아, 치이짱. 하지만 내가 완벽히 알고 찾아온건 아니라구?



그러더니 무녀는 요정 곁에 살포시 앉아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려는 눈치였다. 하지만 갑자기 앉아버린 무녀때문에 요정은 화들짝 놀라 그만 무녀 앞으로 멀찍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외친다.



- 그, 그게 무슨소리죠! 여기는 아무나 아는 장소가 아니라구요, 여긴 특히나!


- 알아. 여기는 치이짱과 언니인 치레양의 추억의 장소이지. 그 앞에있는건 네가 손수만든 그 요정씨의 가짜무덤이고?


- !!! 어떻게 그렇게도 잘!


- 그건 여기에서 치레양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게 느껴졌거든. 그래서 단번에 알았지. (웃음)


- 말도 안되요! 어떻게 언니의 영혼이 여기에 있어요! 그그그, 그거 거짓말이죠!!


- 아, 넌 몰랐겠구나? 그것도 그런게 난 직업상 무녀니까, 지금도 우리 곁을 맴돌기 시작한 요정씨의 영혼이 느낄수있는 걸지도?


- 무무, 무녀?? (어디서 들어본건···!) 자, 잠만요!



무녀의 말에 요정은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는 가까이 다가와선 그녀를 빼곰이 쳐다본다. 그리고 이에 보고있던 무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요정에게 이따금 말을 꺼낸다.



- 왜? 믿기지가 않아?


- 꼭 그렇다는 말은···. 그보다도 진짜로 무녀세요? 그, 죽은 영혼과도 대화할수있다는···! (반짝반짝)


- 맞아. 내 포지션이 그런 역할이지. 네가 방금 한 말은 아마 빙의해서 대화하는걸 말하는 것 같네. 응, 영혼과 관련된건 뭐든 할수있지. 혹시 있으면 말만 해.


- 저어, 그러면! (꿀꺽) 어,언니하고 꼭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혹시 가능—


- 아, 잠깐만.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이런. 이거 안되겠는데. 지금 너의 언니의 영혼이 너하고 얘기하기 싫다고하네.


- 치이이??? 어째서요???


- 그게 네가 뭔가를 잘못을 저질러서 싫다고 하시네. 계속 네 곁을 맴돌면서 노려보고 있어. 혹시 누구에게 원한을 살만한 짓이나 헛소문을 퍼뜨린적이 있어?


- 아니에요!! 저, 누구에게 잘못을 저지른적이! 그리고 헛소문은···. (!) 아니, 그거는;;


- 아, 네가 자꾸 우물쭈물 하는 바람에 언니가 네게 실망해서 그냥 떠날려고 하네. 이걸 어째. 거짓말쟁이하고 있기 싫으신가 봐. 이러면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잘못했어요, 언니! 그냥 인간이 싫어서 한 거짓말이에요, 그러니까, 윽! (울먹울먹)”



그러자 요정은 느닷없이 눈물을 터트리며 실토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날개짓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금새 무녀 곁으로 날아가 훌쩍거리는 작은 요정. 그런 작은 요정의 머리를 손을 갖다되어 쓰다듬는 무녀. 그런데 무녀의 모습이 사뭇 다른 듯 하다. 어딘가 장난기는 싹 사라지고 진지해진 무녀의 모습은 가까이 있던 요정에게 마치 성숙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온다.



- 치이야. 왜 그런 헛소문을 퍼트린거니. 우리 요정들을 위해 애써 도와주신 용사 일행분들이잖아. 그런데도, 그 분들을 믿지못해 내쫓으자니. 소중한 내 여동생이 그런 말을 했다니 믿을수가 없단다.


- 단지 싫었어요. 인간이 그저 싫었다구요, 치이이이! 언니가 사라지기 전부터 사실 인간을 싫어해왔어요. 숲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들을 매번 봐왔거든요. 애꿎은 몬스터들을 괴롭히는 인간 아이들이나 길거리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나무를 맘대로 치고! 또, 요정을 잡아다가 괴롭히기도 한다구요, 치이! 언니도 아시잖아요!


그런대도 제가 종종 얘기할때마다 언니는 그런게 아니라고, 그건 소수 인간의 모습만 본 편견일뿐이라고. 모두가 그런게 아니라는 말밖에. 하지만 보세요! 전에도 한 인간이 몬스터를 함부로 건드려대는 바람에 숲이 한순간에 위기에 빠지게 되었어요. 또, 인간이 하다못해 우리 요정 마을 인근까지 찾아와서 괴롭힌다구요! 그런대도 언니는 그들을 믿을수 있겠어요! 


특히 언니가, 그 언니가! 그 사람 곁에 있다는 말조차 들었어요. 믿기싫었어요. 그런 인간들 곁에 있다는게! 분명히 인간들에게 잡힌거란걸. 헛소문이라도 살아계신거라는 약간의 희망이 생겼어도, 그딴 더러운 종족 따위에 존경해왔던 언니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전!!












꾸욱 (요정을 살그머니 다가가 안기며)



- !


- 진정해. 치이야. 너의 속사정은 잘 알아들었어. 그래도 너는 한가지 못보고 놓치는 사실이 있어. 자세히 봐봐. 네가 말한대로라면 인간은 그저 숲을 파괴하고, 요정들을 괴롭히는 존재들이었다면 지금 보고있는 그들은 뭘까. 누가 우리도 해결못한 다 쓰러져가던 숲을 재생시켰으며, 누가 그를 쫓기위해 대신해서 끝까지 맞섰을까.


- 그거는 용사 일행분들이라고···. 들었긴 했지만은···. 


- 그래. 그런데도 그들도 인간이야. 그런데 지금 네가 말했던 인간들과 내가 말한 인간은 서로 양극이지? 그건 지금 있는 바라보는 너와 나같은 요정들이 있는 것 처럼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야. 네 말대로면 인간과 안좋은 기억만 가졌으니까, 정말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분들마저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볼수밖에.


-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치이이···. 항상 전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언니의 뒷꽁무니만 붙잡으며 지켜봐왔는데····. 전 언니같은 요정이 못되는걸까요?


- 그건 아니야. 아직 그런 인간족들을 보지못한 것 뿐이야. 넌 언니의 훌륭한 동생이잖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네게 부탁이 있어.



“한번만 그들을 자세히 봐줬음 좋겠어. 아마 네가 상상한 것보다 다른걸 보게 될테니까.”


“어느 무엇보다도 난 치이를 믿으니까. 잘 해낼거라 믿어, 그럼 잘있어···.”


“언니? 언니! 가지 말아요! 전 아직 얘기가···!”



그리고 무녀는 이윽고 눈을 감도니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뜬다. 요정은 그 모습을 끝까지 보지않은채 자신이 손수만든 그녀가 없는 무덤곁으로 가, 잠시동안 그러고 가만히 있는다. 요정이 그러고 있을때 무녀는 요정에게 말을건다.



- 어때, 언니하고 짧은 시간에 잘 대화했어? 혹시 너 뭔가 호되게 야단이라도 맞은거야?


- 아니요. 그런게 아니에요. 그보다도 정말로 감사합니다. 언니와 대화를 나누게 해주셔서 또···. 됐어요. 이정도까진 얘기 안해도···.


- 아아, 그 요정하고 약속한거 말이지. 꼭 지켜라. 그러다 언니한테 또 혼날라. (자리에 일어나 떠나면서)


- 에에?! 그걸 어떻게?!?! (당황)


- 으음, 그건 말이지. 원래 끝에서 마친 대화내용정도 입으로나마 간단히 기억하니까. 그보다도 요정씨 약속 꼭 지켜. 요정은 거짓말 하지않는데며? (웃음)


- 됐거든요;;!! 그건 언니와 저와의 약속이니까, 혼자 알아서 할수있어요, 치이이이!!!


- (후훗, 역시 순진무구하네. 그래도 요번 장난은 좀 진지하게 쳤나? 이제와서 밝히기도 뭐하네)



사실은 지금까지 한 치레양과의 대화는 제나가 일부러 연기해가며 즉석해서 떠든 상황극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 솔직히 말해서 제나가 치이를 만난건 우연의 반과 필연의 반이었다. 원래는 치이를 찾을 생각이 1도 없었지만 다른 요정들과 대화하던 중에 치이의 아는 사이가 치이의 아픈 이야기를 정말 의도치않게 멋대로 말한덕에 순간 흥미가 생긴 제나는, 그 순한 요정에게 그 요정이 원래 자주있는 곳이 어디냐며 꼬치꼬치 캐물은 끝에 찾아오게 된것이다. 물론 자신의 일행을 내쫓자는 소문을 낸 범인이 치이란건 그저 눈치껏 지레짐작으로. 그런데 요정의 그런 말에 쉽게 넘어와 인간에게 약간 호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


- 아, 제나왔네. 어라? 그 뒤에 있는 요정은?


- 응. 이 아이하고 많이 친해졌거든. 그래서 같이 놀다가 오는 중, 후훗.


- 그, 그런거 아니잖아요! 말 막 지어내지 마세요! 그저 인간에게 약간의 관심이 생겼을··· 아니아니, 이게 아닌데;



어째서인지 작은 요정하고 같이오는 제나하고 전에 그 인간과 여러 일때문인지 인간과 엮이는걸 꺼려하던 치이라는 요정이 내 방 안으로 함께 들어왔다. 그러자 방안이 생각보다 많이 북적북적 해졌다. 당연히 한동안 내 분위기에 눌려있던 수호령 혜움도 이때만큼은 말할 활기가 조성되었는지 조용히 있던 말을 트기 시작하더니 점점 말많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방에 오고가는 동료들과 다른 인물간에 대화속에서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왠지 조금은 안심이 됐다. 혼자 전전긍긍하며 무슨 대단한 고민이라도 하듯이 홀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외톨이처럼 그러고 방안에 박혀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왠지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맞아. 이렇게 고민해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단걸. 나중에 더 그와 부딪히고 나서야 알수있는걸 새삼 깨닫는다.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그런 쓸데없이 안맞는 해봤자 한낮 기우일뿐. 뭐가 됐든 이 곳에서 편안하게 녹아들기에 앞서간다. 이대로라면 좋을텐데, 하면서 대화에 섞어들어간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그런데 그순간, 예상치 못한게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때 나는 물론이고 우리도 순간 깜짝놀란 바람에 대화는 중간에 끊겨버리고 방안에 남아있는건 벙찐 우리들과 알수없는 사이렌 비슷한 소리. 그러자 옆에 있었던 요정 ‘치이’는 그소리를 들으며 몸이 굳더니 약간 몸이 떠는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



“이, 이건 전에 나간들과 요정들이 서로 싸웠을때 났던 알림소리. 특히 이 소리는···!”


“피해입은 요정들을 운송을 알리는 소—!”



쾅!



그때 치이가 떨면서 이야기하는 동시에 방 문이 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소리난 쪽을 바라보니 몇명의 요정들이 다급히 방안으로 날아들어왔다. 그때, 나는 엄습하는 불안감을 느꼈고. 그런데 그게 정말로.




예기치못한 현실이 되어 찾아올지는 그때까지 알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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