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일가족이 모여서, 평소 자주 모이지 않는 친척들도 모여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안방에서 늘어져 있었다. 두 아이였다. 한 명은 들창코에 돼지를 닮은 소년이고 한 명은 외모가 평범한 소녀였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유튜브의 자잘한 울음소리가 그 방에서 들려오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소년은 그 나이대에 어울리게 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사촌의 몸을 몰래 살피면서 얼핏 보이는 젖가슴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의 사촌은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대응하기 귀찮아서 굳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이 점차 노골적으로 바뀌고 점점 강렬해지자 한 마디 내뱉었다. “가슴 만지고 싶어?” 소년은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짧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어.” 그가 말했다. 


 “그럼 만져봐.” 하고 소녀가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던져놓고 자기 셔츠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보이는 젖가슴은 축 늘어져 있었고 힘이 없었다. 이미 누군가가 심하게 학대하고 물고 짓이긴 듯한 늙은 가슴이었다. 소년은 사촌의 가슴을 보면서 묘한 혐오감과 매스꺼움을 느꼈다. 성욕이 싹 가신 것이다. 


 소녀가 웃으면서 자기 가슴을 손으로 매만졌다. “멋진 가슴이지?” 하고 그녀가 말했다. 소년은 좀더 자세히 그 가슴을 관찰했다. 아니 그녀의 배꼽과 배꼽 인근의 쏙 들어간 배와 같은 상반신을 관찰했다. 화상이나 맞은 자국이나 자상의 흔적도 보였다. 소년은 흉터들이 뭐냐고 물어봤다. 소녀는 아빠의 흔적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문밖에서 제사가 진행되는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이 “자” 하면서 술잔을 나르는 소리가 들렸으며, 엄숙한 침묵이 자리하고 있어서 절을 하면서 바닥이 쓸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소년은 자기가 침을 삼키는 소리 심장이 차갑게 그리고 낮게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소녀의 한숨 소리와 손이 젖가슴을 만질 때마다 건조한 피부가 서로 쓸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소녀의 말을 이해하곤 심한 놀라움과 분노 그리고 당황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고모부가 두려웠다. 정확히는 자기 말이 불러올 가정의 파괴와 평화의 박탈을 두려워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숨기고 있을 수는 없었다. 소년의 양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소년이 그녀의 옷을 잡고 그대로 내렸다. 셔츠가 내려가면서 젖가슴도 그걸 만지고 있던 새하얀 손도 사라졌다. 소녀의 얼굴이 소년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소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으며 그 미소는 무언가 망가진 것 같았다. 소년은 진부한 이야기의 진부한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이 웃겨서 웃었다. 성기가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널 구해줄게.” 그러자 그녀가 말하길 “구해줄 필요는 없어.” 라고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다시 입을 맞추려고 했지만 이번엔 소녀가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소년이 말했다. “내가 구해줄게.” 소녀가 말했다. “구해줄 필요 없다니까?” 


그는 밀려나면서 사촌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어서 몸에서 약간씩 쉰내가 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의 몸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고 그 무취가 향기가 된듯했다. 소녀는 자신의 셔츠를 만지곤 다시 휴대전화에 손을 뻗었다. 소년은 결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제사가 진행 중인 넓은 거실로 들어갔다.


 열댓 명쯤 되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영정을 향해 절을 하고 막 문을 연 소년을 향해선 시선도 주지 않았다. 반면에 소년은 한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모부였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나와서 뭘 해야 할지 계획이 없었다. 부끄러웠으며 갑자기 서 있는 게 죄악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제사를 치르는데 합류해서 똑같이 절을 하기 시작했다. 고모부 바로 옆이었다. 


 그때 안방 문이 다시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그 소녀는 소년을 한번 흘겨보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