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갈라진 머릅나무 바닥이 깊은 발소리와 함께 끔찍하게 요동치다이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객실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낸 사내의 얼굴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니어쩌면 그 자리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

 

잠깐의 적막이 흐른다.

 

사내는 들고 있던 검은 막대를 이쪽으로 집어 던진다.

 

2미터에 육박하는 길이에 비해 무척이나 가벼운 물건이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정확히 양식을 맞춰 작성한 운송장이 매끈한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를 객실 안쪽의 소파에서 기다리게끔 안내한다

 

다행히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차는?”

 

“200-A. 3시에 출발하게끔.”

 

막 집어던지는 걸로 봐서는 그렇게 중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가격만 쓸데없이 높은 전용 화물칸에 쾌속 배송.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내부 검사 인증서를 빼먹은 것 같은데.”

 

“...”

 

불편한 침묵과 함께움푹 파인 눈구멍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비파괴 방식은 별도로 비용이 청구될 거야.”

 

“...”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침묵.

 

이쪽도 더 할 말은 없다.

 

작은 분석기에 막대를 넣고뒤집어가며 내부에 살아있거나 부패하는 유기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검사 인증서를 출력해, 간단한 서명과 함께 막대를 담을 포장지 겉면에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부착한다.

 

다 됐어이제 가 봐.”

 

“...”

 

이쪽으로 다가온 사내의 창백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 틈에머리만큼이나 크고 두꺼운 손에서 반짝이는 금화 몇 닢이 쏟아진다.

 

월계관과 단검그리고 그 자루에 똬리를 튼 뱀까지지금은 조폐국으로 이름이 바뀐 옛 시예회의 문장이다.

 

대부분 회수되거나 소실되어 수집가들도 구하기 힘든 이런 물건을, 대체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열려 있는 객실 문만 남긴 채 사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