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의 밥상에 얹은 숟가락인줄 알면, 거 적당히 좀 퍼갑시다.  그릇 주인이 의상해서 그나마 빌어먹는 그것도 뺏어가면 어쩔려고 그래요?아  굶을꺼야?" ".....감질맛 나게 퍼 줄꺼면 숟가락은 왜 처박으라고 한거냐? 그냥 굶기지. 쫄딱."  "거 밥상에 숟가락 꼽게 놔 뒀으면 인심좀 후하게 좀 써라.  남도 아니고. 새끼가 벌써부터 제삿밥 연습하냐? "  "....뭐 그리 잘 해줬다고 애비타령이세요. 그놈의 업보네 예언이네 뭐네 싸돌아다니기만 했지 언제 애비노릇 제대로 했다고. 지게 안 태우고 주워서 이렇게 봉양하는거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지 말야."   "....맞는 말이긴 하네." "그치. 누구 아들인데. 틀린말은 절대 안하지. 쳐맞고 다닐 말은 해도." "....." ".....뼈가 다 시리다.  맞아서."  "....그러게 왜 매맞을짓을 사서 하고 다녀요? 나잇살도 적당히 처 드신 양반이, 병신같이. 그냥 말 안해주고, 안쳐맞고 말지. 으휴....." "그러게..... 씨팔.  좀 참고 다닐껄. 후..... " "이 아비는 객사 할 팔자인가 보다. 맞는말 하다, 맞아서." ".....진짜 미치겄다. 그나이 먹도록 철도 안드나?"  "지 애미 닮아서 잔소리는......그 보고만 있지말고 간만에 어깨좀 주물러봐라. 그 가르쳐준거, 있잖냐? 응? "



#2


 "달달하게 살았나 보다. 인생.  응? 그딴거 가지고도 삐치는거 보면." " ......삐치긴 누가 삐쳤다 그래? 그냥, 그냥 기분 상한거지."  아휴. 거 또 물나오네.  누님 그 나이에 아직도 신선해요? 즙 짜내면서 상했다 상했다 하게. 쒸펄.  누군 이 나이에도 벌써 푸석 푸석하고 찔긴데."   " 아잇! 사람들 뒤에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남사스럽게."   "거 참 시들기 전에 좀 만져 봐야지. 나이들어서 쭈글쭈글해지면 뭐 이 재미 언제 또 보라고....."   "아 뭔소리야. 진짜." "누님."  "어....?   "육포 같았지. " "뭐?" "그게, 내 삶이. "  "그거 마시고....취했냐?" "뭐, 조금?" "....치."  "아무튼 이 내 삶이라는게 말이요, 응?  주변 사람들이 오래 오래 해처먹을려고 이른 나이에 여기 저기서 소금을 하두 뿌려놔서,  짠 맛 밖에 안나."  ."..... "이빨도 안들어 가게  찔기고, 딱딱하고.... " "그래도 죽진 못하니까 배는 고프고, 주린 배는 채울라고 아가리에 쳐 넣고 턱주가리 돌아가게 씹고 씹고 또 씹으니까, 쓰읍. 꼴에 고기라고 또 이렇게 맛이 나네. 어휴 이거 탄탄한거 봐. 푸딩인가?"  "아이 씨.....보는 눈 있잖아...... 있다가 해......" "아 왜? 보라고 하지. 이것도 나름 재미 있는데."  "진짜.....너는..... 아잇, 간지럽다니까."   "허, 거 웃는 모습 보기 좋시다. 그렇게 빵긋 빵긋 웃고 다니쇼 .조또 아닌 일 가지고, 삐치지 좀 말고. 찡그리면 보는 사람이 좀 그래." "....그래. "


#3


".....이해가 안가는군."   "무엇이?" "당신이, 그 자리에 서 있다는게."  "쓰읍....뭐,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날도 춥고. 바닥도, 차갑고. 허리도 좀 아프기도 하고." "하. "  "어떻게, 아직도 그들을 대표 할 수 있는거지? 그런 일들을 겪어 왔으면서도...."  "......" "이젠 당신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아니지,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수준도 아니지 않나? " "스러져간 옛 영웅의 마지막을 그저 바라만 보던 방관자였네. 무고함을 알면서도 빛나는 별이 떨어지길 바란 비관자이기도 했고. 끝끝내 인내하고 바로서기로 한 당신을 이렇게 막아서하게 한, 간자이기도 했는데. 무엇이. 무엇때문에 당신은 여전히 그들을 대표해서 이렇게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았소? 나는 싸움을 하러 왔지, 대화 하러 온 게 아닌데."  "전사로서의 예우. 묘비에 새길 시문 한 자 적으려면 무엇때문에 나온 것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나는 당신이, 당췌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야." "흠.  그렇군." "....." "누가 말합디다. 힘겹게 번데기를 깨고 나오는 나비는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리 아등바등 이  험진 세상을 뛰쳐 나오려 하는 것 같나고." "...해서?." "꿈을 꾸고 나온다 하는것은 그저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일 뿐. 나비는 그냥, 지 할 일 하는거지. 이유 같은건 없지 않겠소?" "....." "나도 그럽니다. 그냥, 그냥.  내 할일 하는겁니다. 당신이 당신 할 일 때문에 그 자리에 서 있는것 처럼."  "하! ,하하하!"  "그래서 당신은, 뭐라고 써 줄까요? 남기고 싶은 말 있나?" "....필요 없네. 나는, 이 싸움에서 질 생각이 없으니까. "  "하! 시팔. 괜히 입아프게 말 했네. 나도, 질 생각 없는데." "그만 말하고, 서로 할일 합시다. 나 할일이 산더미요." "....그래, 그러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