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어제는 날씨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날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고 있으니 내가 거대한 수족관 안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이지 오래되고 뻔한 비유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전략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남들보다 상황 파악은 항상 늦고, 상황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확실하게 정하는 능력이 없다. 그런 능력이 없는데 있는 척 적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작 능력이 부족했다. 나는 이야기 안에 독특한 논리적 비틀기가 들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읽었을 때 감각적 이미지가 전달되었으면 싶었다. 나는 이야기속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것을 넘어서 어떤 삶의 방향성을 일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 나는 끝임없이 현실적으로 사고해야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구상하는 능력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망상에 사로잡혀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진지하게 생각했던 내 주변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예측은 항상 빗나가는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별로 자신이 없다. 이제 생각해보면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내가 어떤 이미지를 당신에게 줄 수 있다고 쳐도 그저 주위를 둘러보고 전망 좋은 곳에 가는 것이 아마 더 가치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라는 궤변.



바다처럼 하늘이 휘몰아친다. 나는 그 소리를 감당할 수 없다. 귀를 틀어막고 싶지만 이것은 귀를 틀어막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눈을 감는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진다. 나는 눈을 뜬다. 나는 철도 위에 있다. 철도 위에는 보랏빛 하늘이 있다. 하늘에서는 파도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 한번의 철석임. 그 한번의 휘몰아침이 나의 내면을 감싸쥔다. 나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나는 그저 철도 위에 그대로 서 있다.

 나는 지하도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보았다. 정말 화가 났다. 길이 막혀있는 것에 화가 나진 않았다. 임시로 만들어놓은 가림막에 '빨리 지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그것을 '빨아주세요'로 읽었다. 나는 어떤 남자의 다리 아래로 문신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싶었다. 야. 너가 그렇게 무섭냐? 그렇게 하면 너가 무서워보일 거라고 생각해? 라거나.

 시간은 어떻게보면 천천히 느릿느릿 지나간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개개인에게 지어진 일더미도 그 시간에 걸맞게 어마어마하다. 그 느릿느릿한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나는 손목시계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시간의 소리였다. 당연히 시계에서 나는 소리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해도, 나는 다시 철도위에 서있다. 하늘은 조금씩 어두어져온다. 밝아져와도 상관없다. 둘다 하늘은 아름답다. 특히 낮에는 햇빛에 노출된 물상들의 아름다운 면을 볼 수 있고, 밤에는 그 하늘의 어두운 모습을 체감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밤하늘에는 화려한 별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하늘은 낮이든 밤이든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저 이제는 나는 생각을 하기 싫어진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단순히 기차를 기다리려고 플랫폼 위에 서 있을 뿐인데 마치 철도 위에 있다고 스스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살아 움직여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가짜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와 미래가 겹쳐져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나의 환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알다시피 내 주변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굉장히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겠지. 솔직히 내가 지금도 온몸을 벌벌 떨고있는지, 고개를 기우뚱거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멀쩡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건드릴 이유가 없을것이고, 내가 단단히 미쳐있다면 사람들은 나와 관계되기 싫어서 눈길조차 주지 않을테니. 왜 길거리에 있는 거지한테 우리는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으니까. 거지 앞에있는 종이그릇을 집어들고 멀리 도망가거나 하는 사람은 내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는 그 사람들마저 하늘에서 보인다. 지하철 역에는 여러 열차들이 다닌다. 나는 그 열차들의 속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시간을 닮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의 변화가 생긴다고 하니 나의 연상이 막연한 것 만은 아닐 것이다. 귓가에서는 왜인지 소리가 점점 커지고 나는 왜인지 하늘 위를 날아오를 것만 같다. 이렇게 하늘을 날고싶다. 바닥으로 끝없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은 다행이다. 그것은 정말로 나쁜 징후라고 어떤 책에서 보았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미쳤다고 해도 내가 단명할 신호는 아직 찾을 수 없었다. 하늘은 49개의 잠자리를 대표하고 있었다. 그 대표의 선언식이 엄숙하게 울러퍼지고 있었다. 장엄한 클래식 음악. 그런데 한쪽 편에서 킥이 둥둥 울리는 하우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무슨 조화인가. 그 음악들마저 서로 섞이기 시작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전철에 치어죽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죽음. 아 죽음! 죽음은 삶의 반대이다. 이 하우스 음악은 세련되고 듣기 좋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뭐든 솔직히 말해서 아무래도 좋다 라는 마인드로 지속되어 온 것 아니였나? 다들 뭐였나? 당신들은 뭐였나?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그 사람이 쳐다본다. 나는 누구였나?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 열차가 왔지만 나는 춤을 췄다.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역이다. 하늘이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