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픽션입니다.

누가 말을 한다.

말은 마치 돌과도 같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은 툭, 하고 던져진다.

그럼 그 말은 땅에 떨어지게 되고
곧 사람들은 그 말을 잊어버리게 된다.

통통 튀고
가볍고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말들은
우리 교실에, 학원에, 집에 널려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범하고 아름답던
그 말들은
나에게만 오면 무기가 된다.

"쟤 너무 잘난 척 하는 것 같지 않아?"

햇살처럼,
나를 뜨겁게 쪼는 말들이 있다.
그 햇살에 나는 화상을 입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그저 웃는다.

"XX, 죽어버려."

칼처럼, 
내 피부를 파고드는 말들이 있다.
그 칼에 나는 베이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그저 웃는다.

"......."

안개처럼,
나의 존재를 없애버리는 말들이 있다.
그 안개에 나는 숨이 막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그저 웃는다.

깊어지는 화상에 피부가 벗겨지고 
덧나는 상처에 쓰라린 고통이 밀려오고
숨막히는 안개 속에서 나는 점점 사라져가지만
나는 그저 웃는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 사람 옆에 있을 때는 달랐다.

그 사람의 말들은
햇살처럼,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칼처럼,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물리쳐준다. 
안개처럼,
나를 부드럽게 안으며

"괜찮아."

라고 말해 준다.

그 사람 옆에 있을 때 나는,
왕따가 아닌,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자식이 아닌,
그저 나일 뿐이다.
내가 저지르지 않은 수많은 죄목들도
그 사람 옆에만 가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

벗겨지는 피부가 다시 나고
덧나던 상처는 흉터 하나 없이 사라지고
안개는 사라지면서 내가 나타날 때
햇살이 무엇이었는지
칼이 무엇이었는지
안개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 나는
그 사람을 믿는다.

고민과 수많은 친절들 끝에,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고심해서 적어놓은 편지를 들고
한껏 부푼 상태로 등교한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쓸데없는 기대로 차오르는 마음과,
그때 내가 들은
익숙한 목소리.

"걔 완전 이상해. 내가 좀만 잘해주니까 나를 완벽히 믿는 눈치더만?"

햇살.

"그냥 자살해버렸으면 ㅋㅋㅋㅋ"

칼.

"암튼,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시해볼까? 얼마나 애타나 보게."

안개.

맞장구치는 목소리들이 메아리치며 
내 귀에 이명으로 남는다.
팔랑거리며 떨어진 편지 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그 사람에 의해
나았던 상처,
나았던 마음,
나았던 내가
철저히 망가진 채로
떨어진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서, 선생님!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상처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것에 감사하며
나는 
그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