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것은 참 미묘해보인단 말이야.


시에 'ㄴ'이 붙으면 신이 되는데,

우리보다 한없이 높으신 분이기도 하고

우리의 가장 아래의 밑바닥에 있기도 하니.


생각이 나서 시를 쓰는건지

시를 쓰려고 생각을 하는건지


방에서 고민하다가 나온 시는 전부 지워버리고

거닐면서 쓴 시만 모두 보여주다보니

가만히 앉아서는 시가 안나오겠더라고.


활자와 말은 묶이면 원혼이 되니까

걸으면서 내뱉는 소리가 하늘로 올라가

글자가 되나보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우리.

시가 됐든 신이 됐든

시는 내가 쓰면 되고,

신은 네가 하면 되는거겠지.


하늘로 올라간 글자가

신이 되었다가

우리의 바닥에 닿으면

그떄부터 글자는 우리의 신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