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해가 뜨고 진다


내가 살던 단칸방에서 가족이 떠난 지 오래

한 평 짜리 쪽방에서 옆으로 누운 불편한 잠


눈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 평야를 뒤로 하고

죽어 내 유골은 이 쪽방 아래 묻히게 될까


난 그냥 어디던 굴러다니고 싶다

길가에 날리는 전단지나 비닐봉투처럼

걷어차이며 다녀도 두 팔만 뻗을 수 있다면 흡족하겠다


그러나 또 내일도 지평선 뒤로 해가 뜰 것이고 나는 한 뼘의 옷장 속 구김진 옷을 정갈히 입고 일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