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사냥꾼


그날, 나는 뱃삯을 받고 이성을 잃었나 보다.

동쪽 바다에서 고래잡이를 할 때 받았던 돈의 5배가 족히 넘어가는 돈이었다.

평소에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산해진미와 고풍스러운 술을 잔뜩 마시고, 비싸게 굴던 나마스의 여인들을 양옆에 낀 채 도시를 거닐었다.

질리도록 여흥을 즐겼다.

새벽녘이 가까워져 왔다.

평소보다 무리했는지 어지럽고 속이 좀 울렁거렸다.

해안선을 따라 걷기로 했다.

바다의 냄새와 걸을 때마다 들리는 모래의 소리는 마음을 진정 시켜 주었다.

그제야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나마스 해안선의 주점 달꽃, 거기서 그 과일을 처음 보았다.

새빨갛고 작았다.

껍질은 딱딱했고, 꼭지 없는 사과 같은 모양이었다.

거금을 지불하고 눈앞에 놓인 과일의 향기를 맡았다.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과일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배에서 마주쳤던 한 노인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나마스까지 오는 길에 단 한번도 노인을 본 적은 없었다.

애초에 괴물을 사냥하러 가는 배에 왜 늙은이가 탔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갑판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며 온종일 서 있었다.

일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나마스 섬이 가까워지니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미신 따위를 믿지 않는 나는 밤이 늦어지자 서둘러 선실로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나마스 섬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기대와 설렘에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갑판에서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오려고 했다.


낮에 봤던 노인은 아직도 그 자리였다.

바닷바람이 쌀쌀했다.

늦은 시간에도 갑판 위에 서 있길래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갔다.

노인은 의외로 웃으면서 옆자리를 내주었다.


노인은 오늘 처음 본 내게 먼바다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초롱불로 뱃사람을 유인해 잡아먹는 거대 아귀의 이야기, 사람을 통째로 삼키는 줄무늬바다뱀, 두 개의 커다란 머리를 가진 상어의 이야기까지 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노인은 나이에 맞지 않게 덩치가 제법 컸다.

그는 사냥꾼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사냥꾼의 이야기 샘은 마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낯선 바다의 모습에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짠 내 섞인 바람에 바다 박쥐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갑판을 때리고 지나갔다.

동쪽 바다엔 없는 생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