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은 신이 나서 괴물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울림바위 등대의 불빛이 보이자 풀이 죽은 듯 말수가 줄었다.

밤을 새웠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노인은 아쉬운 감정에 멀어져 가는 먼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젠 항구가 지척에 다다랐다.

그는 힘겹게 말했다.


"나마스에 가거든 달꽃에서 '소금열매'를 두 개만 구해다 주게, 비싸지만 이 정도면 아마 내어줄 거야..."


그는 내게 묵직한 자루를 건넸다.

척 보기에도 상당한 양의 금화였다.

남은 돈은 가져도 상관없다고 했다.

나는 뜻밖의 행운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호기심에 먹을 생각은 하지 말게, 젊은 친구."

노인은 소매로 눈가를 쓱쓱 닦더니 내일 이곳에서 보자며 작별을 고했다.

고개를 돌렸을 땐 갑판 위는 분주한 선원들과 짐짝들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선원들이 부르는 소리에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부두로 향하는 길에 바지춤에 넣어둔 열매를 확인하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냥은 이제부터였다.

고래사냥과는 격이 달랐다.

사람 크기만 한 대포를 선원들이 낑낑대며 옮겼다.

짐은 화약이나 포탄, 식량과 연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화물은 썩는 냄새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했다.

한 손으론 들기도 버거운 커다란 작살들이 배 한 쪽에 차곡차곡 쌓였고, 나와같은 사냥꾼들도 승선했다.

고된 준비가 끝나자 선원들이 합심하여 닻을 끌어 올렸다.

출항을 알리는 경적이 울려 퍼진다.

해가 지고 나서야 좀 여유로워졌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스치고 지나갔다.

어렵지 않게 사냥꾼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고민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내가 바로 옆까지 다가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판 위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나도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때쯤 그가 말을 걸었다.


"미안하네, 돈이 모자라진 않았나?"


딱딱한 열매를 바지춤에서 꺼내 사냥꾼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열매 하나를 받아들더니 기다란 줄에 꿰어 목걸이처럼 만들었다.

나머지 하나도 똑같이 꿰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내 것에는 하얀 가루도 수북이 뿌려주었다.


"자네 열매는 이제 썩지는 않을 걸세, 지니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


"왜 '소금열매'라고 부르냐고?"


사냥꾼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뭔가 결심을 굳힌 듯 의문만 잔뜩 남긴 채 선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