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여느 지하철 역에
하루의 끝 모르는 사람들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철덩이가 다가오고,
그 속에 애써 날 욱여넣자
꼭 갓 뜯은 티백같이, 빳빳하게
그 안에서 자세 한 번 맘대로 못 바꾸고
불편히 갈 데까지 간다.
기차는 끝없이 긴 굴을 헤매고,
나름 승자인 앉은 이들은 골골대고,
나머지 선 자들은 고갤 떨구다 깜짝 깨는,
해 진 하루의 끝을 향하는 여정.
끝내 해진 옷매무새를 애써 추스르며,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지났다면서.
내릴 하차문을 쓰다듬는 행인들은
술기운에 내릴 하차역을 잊었나 보다.
지금, 여기는, 자정 너머의 오늘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