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요함이 좋다. 


평소때와는 별반 다를게 없는 방의 광경인데도 색채만 씌워진 소리없는 공간 속에서 나란 존재감이 짙어지는 것만은 확실했다. 신체의 말단인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평소보다 더욱 더 기세좋게 열이 차올랐고 심장은 상기된 것처럼 약간 빨리 뛰는 것만 같았다. 일련의 변화들을 느끼면서도 무엇때문에 그런것인지는 알수는 없었다. 아무튼 소리없이 조용한데도 흥겨운 것처럼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 모순을 느끼면서 나는 닫혀진 방문을 잠시 바라보았다.


굳이 귀에 잡히는 소리가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옷자락이 피부를 스치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얕은 숨소리. 그정도 뿐일까. 굳이 말하자면 결코 거슬리지도 않을 그런 것들 뿐이다. 하지만 이런 차분한 공간에서도 마음이 진정 되질 않는다. 화면에 비친 바탕화면도 문서파일안에서 같은 곳을 맴돌며 기약없이 깜빡거리는 커서도 나를 진정시키질 못한다. 그렇게 진정을 못하고 좁은 방안에서 원을 그리며 서성거리다가 문득 방문 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마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답답하리만치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는 문짝을 손으로 이리저리 더듬거린다가 문고리를 잡고 살짝 안쪽으로 잡아당긴다.


문틈 사이로 방안에서 새어나온 불빛은 거실의 가운데 언저리까지 뻗어나갔다. 그 덕분에 불이 꺼진 거실의 대략적인 구조물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것을 머리만 내민 채로 샅샅이 둘러 보았다.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누군가 나올 일은 드물다. 나온다고 해도 이 방은 화장실이나 부엌과는 방 한개 이상은 떨어진 곳이다. 머릿 속으로 냉정하게 계산을 하며 쑥 내민 머리를 집어넣고 문을 닫는다. 혹시나 몰라서 형광등은 꺼버린다. 


불을 끄니 순식간에 방안은 어둠에 잠겨 버렸다. 다만 컴퓨터 모니터에 들어온 불빛을 중심으로 최소한 분별이 가능할 정도의 형태만은 남아있었다. 불빛에 몰려드는 벌레처럼 모니터에 이끌려 앞에 있는 의자에 편하게 앉는다. 그러고는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다가 꽃았다. 


바지를 내리고 팬티 차림으로 무심하게 인터넷 창을 바라보다가 마우스를 옮겨 가며 업로드된 동영상 중 하나를 재생시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설명하는 도입부는 넘긴다. 약간의 로딩을 기다리니 곧바로 나체가 된 두 남녀의 적나라한 모습이 비춰진다. 


보기에도 아파 보일정도로 격렬하게 부딪히는 살과 살은 약간의 색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두 사람의 행위라는 느낌을 더욱 더 강하게 준다. 그리고 살이 부딪히는 순간에 맞춰서 여자의 교성이 터져나온다. 그것은 횟수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커지고 색기를 더해 간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의 신음이 커짐에 따라 남자도 흥분을 느낀 것인지. 찌그러질 정도로 여자의 엉덩이를 움켜쥔다. 네 개의 다리와 침대 시트 위를 짚고 있는 여자의 두손으로 지탱되고 있는 그 체위는 다소 강한 힘을 가해도 쉽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남자는 단지 빠르기만 하던 피스톤질의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낮추며 동작을 크게했다. 마치 정밀한 기계가 회전 수가 많은 작은 기어에서 회전 반경이 큰 커다란 기어로 갈아 끼우는 것처럼 일련의 동작들이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하다. 


길게 빼든 물건이 단숨에 내부에 깊게 박혀 들어오는 그 찌르기에 무방비의 여자는 날카로운 신음 대신에 과호흡을 연상케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삼킨다. 남자는 그 상태를 음미하듯 놓아주지 않은 채로 여자의 엉덩이를 자신쪽으로 끌어 당긴 채 몇초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질척거리는 질내에서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삽입된 물건이 빠져나오고 있을 때즈음. 


"아..아아흥 아앙..."


팽팽하게 늘어나 있던 고무줄의 한가운데를 갑자기 끊어버린 것처럼 늘어지고 눅진한 신음소리가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성적인 어필을 위해서 가장된 콧소리가 아닌 극심한 자극과 쾌락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생리현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모습에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팬티에 닿아 압박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반신에 걸친 것이 헐렁한 트렁크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발기되는 그것은 서서히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답답함에 팬티를 내리고 압박하듯 조금 힘을 주며 물건의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삽입되어 보이지 않던 두 남녀의 젖어든 음부가 클로즈업 되었다가 남자가 여자의 고개를 젖히 저돌적으로 키스를 해온다. 다소 강제적이었던 그 행위에 처음에는 저항을 하던 여자였지만 이내 남자의 목덜미에 두팔을 감고 포옹해왔다.  


남자는 입술을 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빠져나온 자신의 물건을 반대쪽 손으로 집었다. 그것은 아직 여력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듯 공격적으로 발딱 서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여자의 음부에 삽입한다. 키스에 집중하고 있던 여자는 자신의 음부에 이물감을 느꼈는지 어깨가 잠시 들썩였지만 둘은 여전히 입을 맞대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처음부터 상당한 페이스로 물건을 훑어댔다. 이미 그 행위를 눈으로 받아들인 시점부터 물건은 터져나올 것만 같았기에 어설픈 준비동작 같은건 필요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정이 다소 빨라지겠지만, 영상 속의 행위는 이미 절정에 이르러 가고 있었으며, 행위의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키스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체위를 바꾸었다. 성기에 느껴지던 감촉에만 의존하던 거친 섹스에서 서로의 존재를 되새며 눈을 맞춘 채로 움직임을 이어 나간다. 몸에 닿는 면적이 넓어진 것만으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지만, 남자의 굳건한 두 팔은 상반신을 지탱한 채로 열기를 품은 눈빛은 말없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넓고 늠름한 그늘에 덮어진 여자 역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세 사람의 행위가 끝을 고하듯 나 역시도 점차 신호가 오고 있었다. 흥분에 비례한 그 감각은 커다란 해일의 전조처럼 숨소리만 남긴 채 불이 꺼진 밀실은 여전히 고요하다. 그런 숨소리가 여태까지와 다르게 눈에 띄게 거칠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기의 희박함과는 반대로 너무나 짙고 농후한 분위기탓에 숨이 넘치는 그런 숨막힘이었다. 그것은 손의 완급으로 조절 당하면서 언제라도 요도를 타고 터져나올 그것과 같은 쾌락의 부산물 중 하나일 것이다.


탄력을 더하는 남자의 허리놀림은 인체가 품고있는 잠재력에 경의가 느껴질 정도로 매혹적이고 역동적이었다. 밑에 깔린 여자 역시 자신의 음부가 그의 물건에 관통당할 때마다 고개가 위로 꺾이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어 댄다.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여자의 표정이 약간은 아쉬웠다.


남자는 그렇게 발버둥치는 여자를 놓칠세라 억지로 고정하듯이 다시금 얼굴을 포개었다. 이번에는 본능적인 저항조차 없이 쾌락에 잠긴 여자는 가만히 그의 키스를 받아 들이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신음이 나오다 틀어막힌 두사람의 입에서는 짐승과도 같이 축축한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와 무산소 운동을 연상케 하는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오고 있다. 


나역시도 더더욱 숨이 거칠어져 간다. 그러다 갑자기 숨이 멎었고, 이제는 손의 완급을 신경쓰지도 않은 채 격렬하게 물건을 잡고 흔들어댔다. 그 순간 머리가 띵하게 울리며 온몸이 멈춘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피가 흐르는 것도 멈춘 그 순간에 흐르고 있던 것은 틀어막은 휴지를 향해 격렬히 뿜어져 나오는 허여멀건한 액체 뿐이었다. 걸쭉한 점도와 어울리지 않게 물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런 엄청난 기세의 사정이었다.


극한의 쾌락은 일시적인 죽음을 동반하는 것일까. 피도 산소도 통하지 않는 머리는 하릴없이 뒤로 젖혀지다가 이내 제 자리를 되찾으며 앞으로 숙여진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 죽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기분좋게 잠들고 싶다. 하지만 정액으로 범벅이된 휴지와 꼴사납게 드러난 하복부를 방치한 채로 깊은 잠에 빠지는 건 안될 일이다. 그런 자신에게 마음 속으로 스스로 타이른다.


우선은 조금만 이 여운을 느끼며 휴식을 취해야겠다. 


고개를 숙이자 겨드랑이 사이로 닫혀있는 방문이 보인다. 결코 열릴 일 없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은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도 믿음직스럽다.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안락한 밀실을 넘어서 아득한 의식의 저편까지 울려퍼진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런 밤의 고요함이 정말로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