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너무 쉽게 쓰여졌다


모든사람이 자기가 옳다 주장하고 다투는 


이 어지러운 사회에 


소설이 이토록 쉽게 쓰여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때는 2022년 늦여름


회사에서 차를 끌고 집으로 가려던 


나는 난데없는 폭우를 만나


꼼짝없이 회사로 돌아왔다.


핸드폰도 방전되어 연락조차 못하고


회사 내 사무실 창밖으로


가만히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내리고 


차들은 허우적대는


바깥세상을 보며


나는 내 생각을 했다.



남들만큼 공부해 


고등학교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도 가서


대형 제약회사에 안정적으로 취직하고


대학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까지 성공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 기르고


그 어렵다는 내집마련까지 해내면서


사실 나도 조금 기고만장했나 보다


아니 확실히 잘나간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삶이 순탄히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아들딸 키우는 교육비 식비는 다 괜찮다 해도


이미 나 자신도 대학 새내기 시절의 


그 열정과 꿈과 희망은 다 잊어버리고 


그저 대기업이 원하는 하나의 부품으로만


살아가는것이 아닌가.....



생각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책상에 보이는 건 종이 한장과 


연필 한자루


그 순간


그 종이 때문일까


쏟아지는 비 때문일까


아니면 나 자신 때문일까


갑자기 어린시절의 추억 속에


깊이 잠겨있던 


꿈이 하나 떠올랐다.



그것은 글쓰기였다.


원래부터 글을 잘 썼던 것은 아니다.


책은 많이 읽었지만


오히려 글을 못써 


어머니께 수없이 꾸중을 들었었다


하지만 그런 어린 나는


마음속에 남다른 시상을 품고 자랐는지


어느 순간이 되자


지금껏 읽은 수많은 책들이 효과를 낸듯


글을 물흐르듯이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글 잘쓰는 재능은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 없는 관계로


꿈의 서랍에 희망과 재능을 고이 접어 놔두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연필을 잡고 나니 다음 과정은 정말 금방 되었다.


글을 쓰는게 정말 오랜만인데도 


어제까지 생업이 글을 쓰는 일이였던것 마냥


그냥 술술 써내려갔다.



내가 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써야하는지도 몰랐지만


어린시절의 소설을 끝마치지 못한 어른은


이제서야 그 소설의 결말을 쓰고 있었다.


끝내고 보니 시계는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미칠 듯 내리던 비는 소나기가 되어 


불타오르던 내마음을 은은하게 적셔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