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이름 없는 비르타넨

 

선정된 단어 : 메이드복그대곤혹광기이빨발자국하늘공포, 

-본 소설은 역사적 고증을 1도 하지 않은 소설 입니다. 반박 환영. 필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더욱 발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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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국가를 위해 헌신하지 않겠나?”

국가는 그대를 원한다.”

 

한 메이드가 다양한 징집유도 선전물에 관심을 가지는 있다주인의 아래에서 일하던 메이드인 안니나 비르타넨’, 그녀는 주인의 요구대로 장을 본 채 저택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가던 길이나 가자고 생각한 그녀는 애써 선전물을 무시한 채 저택으로 향한다

 

저 멀리 야트막한 언덕 위에 저택이 보이고길거리에는 징집당해 끌려가는 남성들이 보인다자신의 아들만은 끌고 가지 말라며 애원하는 아이의 어머니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가 끌려가 생계를 잃게 된 아이들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징집을 실시하는 군인들이 뒤엉켜 난잡함을 이루었다

 

전황이 좋지 않은지 군인들은 사지 중 하나가 없거나 감각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도 징집대상에 포함시켜 끌고 가버렸다전쟁 초반에 걸린 선전물은 애석하지만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커다란 트럭에 차곡차곡 채워 져가는 징집대상자들의 얼굴에는 슬픔과 무엇인지 모를 결의가 담겨있었다

 

저들은 아마 붉은 군대를 막기 위해 투입되겠지........“

 

안니나는 곤혹스러워하며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였다어차피 자신은 징집대상이 아니었으며 고용인을 위해 일하는 메이드니까참전하여 진격하는 적의 군대를 사살할 정도로 강인한 인간이 아니니까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제 할 일에 임하는 것이 훨씬 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차근차근 설원을 걸어 저택에 도착한 그녀는 메이드복 위에 덧입은 겉옷을 벗으며 식자재들을 가지고 주방으로 향했다저택은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공간이었다저택에 살고 있는 자들은 그녀의 고용인을 포함한 가족 3세 아이의 아버지인 고용인은 꽤나 넓은 저택을 보유한 금융업자였다아내를 잃은 홀아비였지만 아이들을 낙으로 삼고 지낸다고 한다그 조차 얼마 남지 않았지만.

 

-쾅쾅쾅-

 

저택의 대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필히 군인들이겠지슬프지만 아이들의 아버지도 징집대상에 포함될 것이다사지가 멀쩡하고 스키에 두각을 보이는훌륭한 게릴라 전력이었으니 말이다안니나가 대문을 열자 예상대로 군인들이 아이들의 아버지를 징집하기 위해 무리를 짓고 있었다눈보라를 뚫고 징집을 위해 달려온 그들의 눈에는 오직 서릿발 진 광기만이 서려있을 뿐이었다

 

이 저택에는 건장한 사내가 살고 있다 하였다엄연한 징집대상자이므로 어서 안내하도록.”

 

군인들 중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안니나에게 안내를 요구하였다안니나는 순순히 그들은 아이들의 아버지의 침실로 안내했다방문을 열어보니 그는 이미 아이들과의 이별 준비를 마친 듯 했다

 

건강하고 장수하려무나.........이 아비는 곧 돌아올 게야...........너무 걱정 말렴........”

 

눈물을 뒤로 한 채 아이들의 아버지가 군인들과 함께 서재를 나서려는 순간귀를 찢는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아무래도 붉은 군대가 여기까지 진격한 듯 했다한 순간의 포격으로 마을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비르타넨 씨아이들을 데리고 어서 북쪽으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니나는 아이들에게 두꺼운 겉옷을 입히며 긴 여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군인들은 아이들의 아버지와 함께 떠나버렸고안니나와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아무리 사냥꾼의 딸로 험하게 자란 안니나라고는 하지만 전쟁은 그녀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그녀는 마음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을 잊고자 더더욱 몸을 바삐 움직였다

 

저택을 나서니 이전보다 눈보라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제 손을 절대로 놓으시면 안 됩니다도련님들.........”

 

아이들에게 단단히 이르며 안니나와 아이들은 설원을 걸어가기 시작했다왼손으로는 아이들의 손을 잡았고오른손으로는 짐을 챙겼다설피를 신었기에 조금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으며 발자국도 남지 않을 터 이었다적어도 붉은 군대는 마을을 약탈하느라 바쁠 터이니 재빨리 움직인다면 성공적으로 피난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안니나의 발걸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졌다. 30분쯤 걸었을 때는 아이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 이었다

 

눈보라는 거세지고 있었고손의 감각은 점점 무뎌졌다어느 순간부터는 왼손에 아무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동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 향했다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육감으로 길을 찾았다안니나는 피로에 잠이 쏟아졌지만 를 깨물며 3시간동안 쉬지 않고 걸었다그 노력에 하늘도 감명한 것이었을까곧이어 눈보라는 멎어 들고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으로 계속 향하자 마침내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에 따뜻한 입김을 불며 기뻐했다그녀의 두 손은 자유로워졌지만 자유의 대가는 참혹했다그 대가를 깨달은 때그녀는...........그녀는.............살 이유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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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었다추위가 지나간 후 천천히 따사로우며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봄이었다안니나는 두 명의 아들을 길렀다결혼생활은 행복했다하지만 사냥꾼인 남편의 벌이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아이들은 쑥쑥 자라 어엿한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다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군대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이대로라면 우리 모두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즘 소련과의 전쟁을 위해 군인을 모집하던데 거기에 지원할 생각이야.”

 

청년에 가까워진 아이들은 이 소식을 듣자 이에 동참하여 같이 군인이 되어 떠나버렸다남편은 그동안 사냥한 동물들의 이빨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곧 돌아올 것이니걱정 말아난 숲에서 나고 자랐어그깟 전쟁이 무슨 대수라고.”

 

곧 돌아오지 않았다아주 오래 돌아오지 않았다숲에서 나고 자란 거대한 곰 같던 사내도 전쟁 앞에서는 여느 인간과 다름없었다그녀의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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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보며 여운을 잊으려 했지만 이제 그 아이들도 사라져버렸다그녀에게 남은 것은 하나의 몸뚱이와 망가진 정신 뿐그녀는 마을로 내려갔다이 마을에서도 군인들이 청년들을 징집했으며사람들은 피난 준비를 하고 있었다절절한 요청에도 끌려가는 청년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그녀는 결의에 찬 군인들을 다시 한 번 마주 한다

 

더 이상 사는 것은 의미 없다고 여긴 그녀는 근처 옷가게에 들어가 널브러진 바지와 웃옷을 찾는다주인에게 값을 치른 그녀는 바지를 입고 머리를 깨진 유리조각으로 자른다그러고서는 징집을 하고 있는 군인을 찾아가 말한다

 

나도 데려가시오.”

 

여성의 목소리를 알아챈 군인은 아무리 상황이 긴박해도 여성은 징집대상자가 아니라며 거절한다이에 안니나가 답한다

 

국민은 전쟁이 발발 했을 시 국가를 지킬 의무가 있소.”

 

이에도 군인이 망설이자 안니나는 강제로 트럭에 올라 타버렸다군인은 어서 내려오라고 소리치지만 또 다른 군인은 어차피 징집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니 그냥 용인하자고 한다안니나를 우려한 군인은 이에 수긍하며 트럭에 올라탔다그러고선 안니나에게 말을 건넨다

 

전쟁터에서는 죽을 수도 있고여자는 포로로 잡히면 그보다 더한 고통을 받을 수도 있소그래도 괜찮겠소?”

 

난 여성이 아니라 조국 핀란드의 전사 안니나 비르타넨이요.”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군인 또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하늘에는 이 빛나고 있었고트럭의 짐칸에서는 그녀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