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규정 위반으로 검열된 소설


"자, 일을 시작해볼까?"
남자가 컴퓨터를 켰다. VR게임의 개발자인 그는 로딩화면을 보며 오늘은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생각해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노 레벨 원 스타트:어반>. 그는 그가 집필했던 라이트 노벨 <노 레벨 원 스타트>가 예상 외로 인기를 끌자 차기작의 개념으로 VR 게임을 만들었다. 그 VR 게임은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동료 작가들과 합심해 크로스오버를 하여 어반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VR게임인 이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절대신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그 남자는 컴퓨터 화면이 켜졌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콘을 클릭해 게임 관리창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때였다. 컴퓨터를 보니 화면은 퍼렇게 질려있었도 확장자명이 .bul, .egg, .sim, .zeö 따위로 바뀌어갔다. 절대신의 얼굴도 퍼렇게 질렸다. 악성코드였던 것이었다.
절대신은 빠르게 기술자를 호출해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기술자는 악성코드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가 최대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컴퓨터를 고쳤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대부분의 시스템 확장자기 바뀌어 기능을 하지 않았다. 절대신은 작동하는 게임 제어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기능이 딱 3개 있었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게임 맵을 보는 것, 접속중인 플레이어 명단을 보는 것,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정도였다. 그나마도 메시지 기능은 튕김현상이 아주 빈번하게 나는 상태였다. 그 외에 각종 설정들을 만질 수 있는 기능은 모두 마비되었다.

절대신은 절박한 마음으로 게임의 화면을 보며 문제가 없는지 화면을 뒤적였다. 현재 VR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초조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절대신은 화면에 뜬 붉은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소요산역, 노량진역, 청량리역 부근이 특히 더 그랬다. 그리고 절대신은 마침내 대량학살무기가 뿌려져 NPC와 유저들이 죽어나가고, 건물과 지하철 등이 무너지며 수많은 NPC들이 고립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다행히 죽은 유저들은 접속이 해제되면서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붉은 색 폭발이 더욱 더 커질수록 접속중인 유저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저의 생사와는 별개로 게임 자체가 망할 수도 있는 초유의 사태였다. 절대신은 무슨 일인지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노가다로 마우스를 통해 맵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둘러보니 달에 세워둔 삼 왕국에서 엄청난 양의 군대가 몰려들고있었다.
절대신은 당황했다. 분명 이 VR 게임의 NPC들에게는 자의식이 없고 정해진 코드대로 움직일 뿐일 터였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NPC들이 무슨 일인지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절대신은 바로 이민을 찾으려 했다. 이민은 그가 처음 만든 캐릭터라 가장 애정을 많이 갖는 캐릭터였다.
절대신은 NPC인 이민에게 명령을 내려 이 상황을 타개하고 사태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 그러나 확장자명의 변경으로 인해 NPC들에게 메시지가 하나도 가지 않는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절대신은 플레이어를 찾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절대신이 플레이어 명단을 보니 플레이어들이 모두 죽어 오프라인 상태였고 딱 한 명만이 플레이 중이었다. 학생의 신분인 그의 이름은 '이한서'였다. 절대신은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려 그에게 바로 메시지 전달을 시도하였다.
 「절대신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이한서는 듣지 못한 듯 하였다. 바이러스 때문에 튕김 현상이 심했던 지라 이한서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에서 계속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절대신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이한서기 달리다가 무언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듯 멈춰섰다. 어느 정도 들린 듯 했다. 절대신이 다시 한 번 메시지를 입력했다.
「절대신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마침내 메시지가 이한서에게 전달되었다. 팝업창에 관리자 권한으로 온 메시지가 떠있는 형식이었다. 이미 청량리역의 재앙을 목격한 이한서는 관리자의 메시지가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고 친구인 김삼준이 죽어 오프라인 상태가 된 걸 보고 처음에는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합리화했지만 이 메시지가 오자 바로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한서는 상태창을 켜서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 뜬 것은 로그아웃을 포함한 모든 기능들이 X자 표시가 쳐진 채 막혀있을 뿐인 막대기였다.
이한서는 당황하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허공을 향해 무작정 외쳤다. 들릴지는 미지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지금 독가스랑 폭탄이랑 떨어지고 아주 난리 났어요!"
다행히 플레이어의 답장은 절대신이 보는 화면에 말풍선으로 정상적으로 떠서 답을 듣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절대신이 다시 타이핑을 해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는 4번째에서야 제대로 발송되었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지 알아봐주살 수 있으습니까? 지금 바이러스 때문에 게임 제어 프로그램의 97%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현재 남은 플레이어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한서는 그걸 보고 갈등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그러도록 하죠! 근데 어디로 가야하죠?」
절대신은 그 답장을 듣고 화색하고는 맵을 이리저리 돌려 적절한 곳을 찾았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그래, 이민이 있는 신길역으로 가자.'
「신길역으로 가서 이민을 만나세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한서는 가장 가까운 방독면 배급지점이 어디인지 생각하다가 용산역으로 달려갔다. 절대신은 그에게 모든 것을 걸며 초조함에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


"혜움, 그래서 이 세계가 크립토 윌이라는 바이러스에 걸린 VR게임 세계라고?"
장의민 기관사가 검열을 데리고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이 확인차 다시 물었다. 혜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지금 절대신 님은 게임 개발자 권한 대부분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야. 다행히 플레이어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은 남아있어서 그걸로 현재 유일하게 남은 플레이어랑 뭔가를 이야기한 것 같아."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일단 이 세계를 구해봐야지."
이민이 그 말에 뭔가 모순을 감지했다.
"근데 우리가 NPC라 그랬잖아. 단독행동해도 되는 거야?"
혜움이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지금은 해도 되지. 지금 바이러스 때문에 NPC들이 전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으니까 문제 없어. 예를 들면 아까 저기로 간 두 남자처럼."
"두 남자가 뭐?"
"크흠 크흠,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네가 뭘 해도 상관 없을 거야. 절대신 님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여기실 테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이민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혜움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이민이 그냥 넘어가고 질문했다.
"그래서 지금 뭘 하면 되는데? 지금 갇혀있잖아?"
"일단 탈출하기를 기다려야지. 그리고 네가 가진 그 검으로..."
"너 뭐하냐?"
같은 조였던 염유현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혜움은 이민을 제외하면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에 염유현이 보기에는 망상증일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이민이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들만이 크립토 윌 사태 이전에도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몇 없는 NPC였다는 생각 때문에 혼란해하지 않도록 들키지 않도록 하였다.

중간부분 검열
 그의 뒤에는 4명의 젊은 남녀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밖은 지금 대재앙입니다! 사람들이 독가스로 쓰러지고 건물이 파괴되고 마법이 날아다니고 그야말로 말세가 따로 없습니다! 지금 이 기세로면 오히려 신길역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니 일단 나가지 마세요!"
그 말에 군중들은 크게 혼란에 빠졌다. 이곳을 벗어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니 더 큰 재앙이 있는 꼴이었다. 일부 군중들은 미처 날뛰다가 바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신길역으로 들어갔다.

한편 이민은 그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이민은 군중들을 따라가는 동안 슬쩍 염유환과 떨어져있었다.
"혜움, 이게 대체 뭔 일이야? 혜움? 혜움?"
혜움이 뭘 하는 지 반응이 없는 걸 보고 이민이 계속 불렀다. 혜움은 그 행동을 마치더니 충격을 먹은 듯했다.
"이거, 우주전쟁의 시작이야..."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주전쟁이라니?"
이민이 소스라치며 되물었다.
"지금 삼 왕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접근했어. 그리고 세계마법위원회에서 아군들을 불러모으고 있고. 이제 이건 세계전쟁을 뛰어넘는 우주전쟁이 될 거야."
"아까부터 뭔 얘기해? 우주전쟁?"
염유현이 궁금해하면서 어느샌가 나타났다. 이민은 필사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염유한 또한 호기심에 계속 캐묻고 있었다. 결국 이민은 할 수 없이 어느정도만 알려주기로 했다.
"하... 알겠어. 너한테만 알려줄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비밀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우주전쟁이야."
당연하게도 염유현은 화들짝 놀랐다.
"뭐? 진짜? 그거라면 바로 알려야지!"
그리고 염유현은 소리를 질러 모두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민이 바로 막아섰다.
"쉿! 비밀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염유현이 반박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그의 눈에 비친 이민은 압도적으로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했다. 염유현은 드디어 마음을 바꾸어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볼거야. 맞써 싸우든가 해야지."
이민이 결의에 찬 채 말했다. 염유현은 놀라고는 기대감을 품고 


중간부분 검열


 세계마법위원회의 편인 수많은 마법사들이 용산역 일대를 지키고 있었다. 용산역 역사는 일찌감치 흔적도 남지 않았고 그 주변에도 마법이 시도때도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방패와 갑옷에 십자가가 새겨진 삼 왕국의 군대는 일명 '파괴자'라는 총으로 대상을 원자단위로 분해시켰다.
현재 세계마법위원회가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용산역, 서울역, 종로3가역, 동묘앞역, 왕십리역이었다. 이 5곳 근처를 제외한 곳은 지금 이곳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되어있을 터였다. 그리고 최초공습지점인 노량진역, 청량리역, 소요산역의 참극은 감히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일 것이리라.
"방독면 받으러 온 사람들을 안전구역인 신용산역으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
곳곳에서 지령이 들리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신호등과 가로등은 이미 바닥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고, 건물과 아파트들은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곳에서 이한서는 마법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바빴다. 절대신의 지령을 받아 신길역으로 가기 전에 안전을 위해 가는 길목에 있는 용산역에서 방독면을 얻으려고 한 것이었다. 
이한서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삼 왕국의 군졸들은 이한서가 지나가고 있는 용산역 인근 한강대로에서 공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박태오와 임경빈 등 방어자들이 막아서며 이한서는 앞으로는 다시 없을 스릴을 경험했다.
이한서가 용산역 가까이에 가자 전투 중이던 제나가 그를 발견하고 바로 마법으로 방독면을 배달했다. 그걸 받은 이한서는 바로 신길역 방향으로 달려갔다.
"야! 거기 노량진역이야! 위험해! 살고 싶으면 신용산역으로 가! 노량진은 위험하다고!"
제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한서는 그쪽으로 가야만 했다. 그것이 이 VR게임의 가상세계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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