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가 차거든,

흐르는 물처럼

다 지나는 순간이 있으리라.


곱게 갈린 산호의 마디와 같이

그 때 또한 곱게 삭아들어

네 바다의 한켠에 휘감겨 있을 테니.


오롯이, 네 시선은

하늘과 바다가 접붙는 곳에 두고

새 물살을 찾아 가볍게 가자.


어린 물살은 살랑이며

발 디딜 줄 모르는 연잎을 나르고,

그 위로 핀 이슬은 신령한 사랑을 비치니,


찰나 어두워진 하늘에도 두려움은 없다.

고인 이슬에 담긴 따스함을 머금고,

물살에 얹혀가면 그만인 것을.


이제 나는,

사람 손 타길 두려워하는 

한 알의 도토리 같아


다만 두려워하는 것은,

문득 떠오르는 동쪽과도 같이

내 손을 벗어나 날 더듬는 손길이니.


도끼날에 찍힌 나뭇결의 가로막힘이

나서는 우리의 앞길이 되지 않길,

바라며 난, 눈이나 감아두리라.


여전히, 우리의 방향타는

하늘과 바다가 접붙는 곳에 두자.

맞는 바람을 찾아 세차게 나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