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알까

꼴사나운 시절의 그 기억을


그 벽 너머의 너머, 좌측으로 여덟 걸음, 다시 우측으로 열 네 걸음, 4시 방향으로 스무 걸음, 삼면에 콘크리트벽.

찾아보기 힘든 막다른 골목길 전봇대 아래 주저앉아 

서로를 보듬던 마음은 어찌 그리도 따스했던지


그 손자국은 화상처럼 영혼에 남아

언제고 너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겠지


가로등은 스포트라이트처럼 

그 날의 단락을 조명했고


순결한 구애는 페이지 속에만 남아

내게서 네 모든 흔적을 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