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의 붉은 불빛이 켜지는 순간 누군가가 죽는다. 그 죽음을 막지 않으면 막지 않은 사람도 같이 죽는다.

그것이 세상에 새로 생긴 유일하며 공통적인 규칙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몇 년 전 장거리 연인이 각자의 자취방, 즉 먼 거리에서 동시에 같은 이유로 죽은 것이 화제가 된 이후로 계속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런 일이 일어나고 어느 정도 규칙을 점점 알아가자, 사람들은 이것이 마니또처럼 상대방을 죽음에서 지켜줘야 한다고 하여

언젠가부터 데스 마니또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마니또라는 이름도 검색해서 처음 알았는데 그런 걸 왜 쓰는 거야?

 

아무튼 내가 왜 이걸 말하냐면.... 당연하게도 내 서브 핸드폰이 붉게 켜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몰래 하려고 가져온건데... 잘못하면 들켰겠지.

 

지금은 가방 깊숙하게 집어넣어서 들킬 일이 없었지만, 애초에 학교에서 핸드폰을 걷어간다는 것부터가 구시대적인 발상 아닌가?

 

다들 태블릿이나 패드를 들고 다녀서 핸드폰을 걷어봤자 무용지물이라는 걸 선생님들은 알 텐데 형식적으로라도 지키려는 건가...?

 

다행인건 내가 아까 가방 깊숙이 핸드폰을 집어넣었던 것이고 머지않아 종소리가 울리며 수업이 끝났다는 점이다.

 

데스 마니또... 이름도 별로 좋지 않은데 다들 그렇게 부르니 나도 그런 이름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

어쨌든 핸드폰을 확인해 보자. 정말로 그게 맞았다면 일정한 형식의 문자가 화면에 생길 테니 말이야.

 

데스 마니또는 지금까지 나온 규칙이 몇 가지 존재했다.

 

첫 번째, 가장 첫 번째로 받는 문자에는 당사자의 이름과 당사자가 지켜야 할 대상의 인상착의가 온다.

두 번째, 마지막에 받는 문자는 제한 시간이며 그 안에, 죽음에서 대상을 지켜야 당사자도 산다.

세 번째, 당사자가 죽을 이유, 즉 지켜야 할 대상의 사망원인이 문자로 오게 된다.

네 번째, 높은 확률로 연인이 걸린다. 근데 나는 솔로니까 이건 아니겠지. 그럼 내가 운 없는 편인 건가?

 

나는 가장 많이 알려진 규칙들을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문자를 살펴봤다.

개통도 안 해서 문자가 안 오는 게 당연한 핸드폰에 문자가 온 걸 보면 아마도 그게 확실하다.

 

첫 번째 문자에 내 이름인 최고양과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의 인상착의인 검은 머리, 교복, 여성, 나랑 같은 반.... 끝?

그래, 여긴 학교니까 특정을 많이 해도 거기서 거기긴 하지. 누가 밝은 머리로 염색하거나 그러겠어?

 

일단 마지막 문자는 뭔지 봐야 특정될거 같은데... 마지막 문자를 보자 그곳에는 무기한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기한... 그건 쉴 새 없이 죽음이 닥쳐온다는 뜻으로 내가 지킬 대상은 매우 위험하거나 매우 연약하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죽으면 나도 그대로 죽는 건 마찬가지고...

 

그럼 특정되는 사람은 세 명으로 확 줄어든다.

 

내 앞자리이자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양아치, 지금도 아파서 학교를 안 나오고 있는 내 소꿉친구, 마지막으로 재수 없는 부잣집 딸... 차라리 부잣집 그 새끼가 걸린다면 걔도 죽고 나도 같이 죽어서 끝내는 게 속이 후련할지도 모르겠다.

 

자, 쉬는 시간이 끝나가니 잡생각은 접고 죽을 이유를 살펴보자.

이유는 독살... 가장 유력한 건 그 부잣집 딸인데 그럼 그 녀석이 내 데스 마니또라는 소리겠네.

 

쉬는 시간이 끝났다고 알리는 종소리가 화장실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일단 쉬는 시간이 끝났으니 돌아가자."

 

내가 화장실에서 나와 반으로 들어가자, 반은 어수선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첨하듯이 괜찮다고 토닥여 주는 여자아이들에게 쌓인 부잣집 딸 그 녀석은 울고 있었고,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수 없던 녀석이 울고 있으니 잘됐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웃으며 지나갔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앞에 앉아있던 양아치가 내 책상을 세게 후려치며 불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데,

 

그을린 근육질의 피부에 흰 티와 그 위를 걸친 와이셔츠, 검은 머리지만 누가 봐도 다시 염색한 머리이며, 도깨비 같은 얼굴은 언제나 봐도 무섭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자, 배로 더 무서웠다.

 

"야... 고양이."

 

“나? 나 왜 불러?”

 

"왜 실실 쪼개면서 들어와? 지금 장난해?"

 

난데없이 나를 위협하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겁 많은 성격인 내가 뭘 하겠다고 동네 제일 양아치인 홍이를 건드리겠어. 그러면 지금도 감정 쓰레기통에 샌드백인데 잘못하면 더 심한 꼴 당하지. 우선 어떤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과해야겠다.

 

"아, 미안... 아까 친구랑 대화한 게 생각이 나서.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어?"

 

"당연히 있지 시발! 좀 있다가 쉬는 시간에 말할 거니까 어디 튀지 마라. 튀면 죽여버린다."

 

"....."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이 다 우르르 해산하여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도대체 왜 남아있어야 하는지 무슨 이유인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등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만 들어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어서 수업 내용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홍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책상을 두 번 두드리고 먼저 반에서 나갔다.

그건 나보고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신호였고 내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데

반에서 남학생 무리에서 얘기하는 것이 들려왔다.

 

"이야~ 연정이 좆됐네. 어떻게 한 번도 안 오던 패드에 문자가 오는데 수시로 독살당한다는 문자냐?"

 

"그게 뭐였더라 러브 마니또였나? 그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데스 마니또겠지 병신아~ 무슨 티비 프로그램이랑 헷갈려 하고 있어."

 

"그런가? 어쨌든 큰일 났어. 이거 걔네 아빠가 알면 뉴스에 이제 '김우열 회장 경호원 대폭 증가시켜...' 뭐 이런 거 나오는 거 아니야?"

 

연정... 김연정 그 부잣집 딸의 이름이다. 독살당한다는 문자를 받다니 꼴 좋다.

언젠가 한 번은 받을 것 같았어.

 

'그럼 쟤가 내 데스 마니또인게 확실하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자, 그곳에는 야구방망이를 든 홍이가 옥상으로 올라온 나를 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늦었으니 맞는 건가? 당연하겠지. 그건 언제나 있었던 일이니까.

"야... 고양이."

 

"어? 어어... 왜?"

 

"이거 받아라."

 

홍이는 뜬금없이 나에게 야구방망이를 주었고 나는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몰라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홍이는 나에게 노트 한 장을 보여주었고 그곳에는 '너는 앞으로 계속 독살 시도를 당할 것이다.'라고 쓰여있었고

홍이는 화기 많이 났는지 엄청 구겼다 펼친 듯한 흔적들이 보였다.

 

"이게 시발 너 짓거리가 아니면 걔네일 테니까. 좋은 대로 불어. 너가 한 게 아니야?"

 

"나는 아니야! 아까 말했지만, 친구랑 같이 대화를..."

 

"웃기지마! 너한테 친구가 어디에 있다고!"

 

"커흑..."

 

홍이는 나를 벽으로 밀치며 목을 졸랐다. 그것도 한 손으로 말이다.

그것이 그녀의 특기였지만, 나한테는 쓰지 않은 것이었는데 나한테 쓴 걸 보면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진…. 진짜야... 적어도 너한테 편지 쓴 건 내가... 아니라고..."

 

"씨이발! 그러면 빨리 말하라고!"

 

홍이는 나를 집어던지고 옥상 문을 열었다. 곧 쉬는 시간이 끝나니 돌아가야 하는 건 당연했다.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러기로 했던 약속이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귀찮은 일이 없어야 하니까.

 

"그럼 학교 끝나고 바로 옆 학교로 간다."

 

"어...? 왜...?"

 

"당연히 옆 학교 년놈들이 나한테 독살한다는 거 아니겠어? 당장 여기에 있는 따까리들 포함해서 싹 다 죽여도 모자라는데 너 때문에 일부러 하교 시간을 고른거니까.... 너가 도와줘야지. 안 그래?“

 

"그, 그래 알겠어..."

 

"운동하는 주제에 그 몸뚱아리를 처맞는 데만 쓰면 되겠냐?"

 

홍이는 씩씩거리며 밑으로 내려갔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홍이를 따라서 밑으로 내려갔다.

 

시간이 지나 하교 시간이 되고 핸드폰을 돌려받았을 때 내 친구인 예주에게서 여러 개의 문자가 왔다.

 

대부분 전화를 해달라는 문자였고 낮쯤에 시작한 문자는 하교 시간 직전에 멈춰있었다.

 

"뭐지...?"

 

"고양아... 시간 없다. 당장 가자고..."

 

나는 겁이 났지만, 야구방망이를 든 홍이의 화를 더 돋우지 않게 침착하게 말했다.

 

"잠시만 친구에게 전화 좀 해보고, 따라갈 게 먼저 가 있어."

 

"너... 그러고선 또 안 오기만 해봐라... 저번에 나 혼자 애들 다 때려잡은 거 기억하지?"

 

"알아. 이번에는 꼭 갈게. 그러니까 먼저 가 있어."

 

"아이 씨발!"

 

"엌..."

 

홍이는 화가 덜 풀렸는지 내 배를 한 대 강하게 치고 학교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옆 학교 일진들이 먼저 학교를 떠나기 전에 먼저 시작하려는 듯하니... 빨리 가야겠네.

 

그건 그렇고 얼른 예주에게 전화해 보자.

 

예주는 어릴 때부터 병약했다. 하지만 머리가 좋아서 병원에 있어도 나보다 등수가 높았고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것에 내가 어디를 배웠는지 그런 걸 알려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같은 고등학교를 온 뒤로는 알려주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핸드폰을 빼앗기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예주가 병원에 가있으면 하교하자마자 예주가 나한테 연락하곤 했는데 

요새는 또 수술 때문에 그런지 연락하지 않았었다.

 

그랬는데 왜 전화를 하자는 거지? 수술 다 끝났나?

 

전화 소리가 연결음에서 전화 받은 소리로 바뀌며 목이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고양아...."

 

울먹이는 목소리,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듯한 예주의 히끅거리는 소리만 듣는 채로 말없이 시간만 흘러갔고 

잠시 후 히끅거리는 소리가 멈추자, 나는 예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원래 내 쪽에서 전화해달라고 잘 안 했잖아."

 

"그게... 나... 어떤 문자를 받았는데... 독살당해서 죽는데... 이거 장난으로 보낸 문자인 줄 알고 따지려고 전화를 걸어봤는데, 없는 전화번호라고 해서... 너무 무서워서 생각나는 게 너밖에 없더라고...“

 

"독살이라고...?"

 

"어... 독살이래... 오늘 저녁에 나 보러 와줄 수 있어? 나 너무 무서워... 부모님도 바빠서 못오신다는데... 이거 데스 마니또인가 그런 거야…?"

 

"아니야.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 나 할 일이 있어서 그거 끝내고 갈테니까... 우선 기다려 줘. 곧 갈게."

 

"고마워... 기다릴게..."

 

내 친구, 내 앞자리 양아치, 제일 재수 없는 부잣집 딸... 세명이 동시에 같은 내용을 받았다.

그럼 내 데스 마니또는 도대체 셋 중 누구라는 거지? 이런 건 알려진 규칙이랑 다르잖아...

 

적어도 내 친구는 아니어야만 해. 그 녀석만큼은... 그건 그렇고 일단 맞기 싫으니, 홍이를 도우러 가야겠지.

 

나는 셋 중 누가 내 데스 마니또인지 고민하며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일어났다.

 

그때는 몰랐다. 데스 마니또에 변칙적인 규칙이 있었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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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화를 먼저 가져가서 문학보추가 우연히 꼴등 여성 승마팀에 들어가 우승해서 대회 나가는 걸로 끝내서 1화 빌런까지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그건 어케 써야할지 몰라 일단 이거 씀


릴레이/1화빌런 규칙 <<< 릴레이 참여할 사람들은 이거 보고 참여하면 됩니다